<스포츠니어스>는 오세현 아산시장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스포츠니어스

아산무궁화축구단이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경찰청에서 내년 시즌 선수 수급을 중단하면서 팀은 해체 위기에 몰렸다. <스포츠니어스>에서는 아산무궁화를 위해 다각도로 힘을 모으기로 했다. 지금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시간이 많지 않다. <스포츠니어스>는 다양한 ‘아산 사람들’을 취재했다. 부디 <스포츠니어스>가 미약하지만 '마지막 불씨'라도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지난 21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의 분위기는 묘했다. K리그2 우승 향방을 놓고 성남FC와 치르는 경기는 치열했고 응원전도 뜨거웠다. 하지만 경기장 여기 저기에는 항의성 걸개가 나부꼈다. 경찰청의 선수 수급 중단 결정으로 내년 시즌 아산무궁화가 해체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에 항의하는 걸개였다. 경기 도중 장내 아나운서는 몇 번이고 “경찰청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팀이 해체 위기에 놓여 있다”며 “시민구단 창단 서명 운동에 동참해 달라”는 방송을 했다.

이날 오세현 아산시장도 경기장을 찾았다. 이명수 충남 아산시갑 국회의원도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들은 경기 도중 아산 유소년 학부형들과 면담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해 제발 팀을 살려달라”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오세현 아산시장은 그 어떤 일에 대해 확답을 주지 못했다. “기다려 달라. 검토해 보겠다”고 했고 학부형들은 “시간이 없다”고 했다. 성남FC전이 열리는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학부형과의 면담 이후 <스포츠니어스>가 오세현 시장을 단독으로 만났다. 그 역시 굉장히 난감한 상황인 건 틀림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산시민구단 창단은 더더욱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아산무궁화는 해체 위기에 놓여 있다. ⓒ프로축구연맹

아산 유소년 학부형들의 방문을 받았다.

참…. 그분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이 자리에서 결론을 내렸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입장도 이해해 달라. 경찰청에서 선수 수급을 중단한다는 공문을 보낸 게 한 달 전인 9월이었다. 당초 프로축구연맹과 아산시, 경찰청은 협약을 맺고 상호간에 변동 사항이 있으면 연락을 줘서 미리 대비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게 전혀 되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서 이를 어겼다.

경찰청과 구단 사이에서는 서로 통보 시점에 대해 진실 게임도 오가고 있다.

9월 14일에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사실은 대안이 없다. 경찰청이 너무 무책임하다. 일방적이다. 연맹에 11월 11일까지 내년 시즌 선수 수급 및 운영에 대한 방안을 보내야 하는데 지금 이거는 뭘 하라는 건가.

경찰청과는 대화를 나누고 있나.

경찰대학에 항의 방문을 하긴 했다. 그런데 그 이후 경찰청장 면담을 하려고 했는데 면담이 안 된다. 우리 아산시 국회의원인 이명수, 강훈식 의원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는 정도다. 나는 경찰청장 면담 신청도 안 받아들여진다. 우리 축구 뿐 아니라 경찰청이 야구단 폐지 등 여러 문제가 걸려 있어서 그 이야기를 다 들어주지는 않는다. 이해하려고 해도 너무 일방적이다.

국회의원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했나.

국가에서 의경 제도를 폐지하는 정책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다만 신뢰성을 갖춰야 할 행정부가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통보를 하는 건 안 된다. 지난 9월에 통보를 받았는데 2개월 동안 뭘 준비해야 하나. 여론이나 시의회의 동의,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치기에는 너무 촉박한 시간이다. 경찰청이 가능하면 시간을 더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년 시즌 남게 되는 14명과 일반 선수를 더해 한 시즌을 운영한 뒤 2020년부터는 완전한 시민구단으로 전환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팬들도 이에 대해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그 이야기는 내년에 14명의 선수들이 마저 제대하면 결국에는 시민구단을 운영해야 한다는 말이지 않은가. 냉정히 말해 시민구단은 어렵다. 오늘 성남FC와의 경기 때문에 은수미 성남시장이 경기장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시민구단이 한 해에 70억 원은 들어가고 여러 비용까지 합하면 100억 원까지도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효과에 대한 질타를 시민에게 받는다.

아산무궁화는 해체 위기에 놓여 있다. ⓒ프로축구연맹

시민구단 창단은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가.

불 보듯 뻔한 미래다. 그래도 우리가 지금 고정 팬이 있는 이유는 이 정도 지원에 우수한 선수들이 뛰면서 리그 상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9억 원을 써서 이 정도 경기력을 보여주니 고정 팬이 있는 거다. 그런데 만약에 70억 원을 들여도 이 정도 관심이라면 그건 고스란히 우리에겐 부담이 된다. 100억 원을 쓰면 더 그렇다. 시민구단 예산으로 70억 원을 써놓고 성적이 떨어지면 시의회나 시민들에게서는 계속 이야기가 나온다. 왜 그 비용 들이고 운영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불 보듯 뻔하다. 이 이야기를 은수미 시장과도 나눴다.

14명의 선수들에 대한 미래도 고민해 봐야 한다.

만약 14명의 선수들 때문에 일반 선수들을 더 뽑아 내년 시즌을 운영한다면 그건 곧 시민구단 창단을 의미한다. 그러면 뒷감당을 다 우리가 해야 한다. 이거는 14명의 선수, 그리고 유소년 선수 한 두 명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구단은 한 번 창단하면 지속되어야 하는데 금전적인 부분에서 협의 없이 진행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시나리오가 가능할까.

정말 모르겠다. 경찰청 지휘부의 의견이 중요하다. 일단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경찰청이 선수 수급을 2년 더 연장해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는 거다. 2년 유예가 가장 좋지만 정 그게 안 되면 1년이라도 시간을 좀 달라는 입장이다. 어차피 의경이 바로 폐지되는 건 아니고 4년에 걸쳐 감축돼 폐지 수순으로 가니 이 부분은 조금 조정해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게 안 되면 내년 시즌을 치를 수 있게 상무에서 몇 선수를 보충해 달라는 의견도 내고 있다. 도민구단이나 시민구단은 아무리 급박하게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경찰청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다면 반전이 일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의원을 통해 경찰청과 대화 중이고 여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거기에 대해 확답이 전혀 없으니 여러 대안도 구상 중이다. 무궁화 축구단을 당초 아산시에서 능력이나 열망이 있어서 유치한 건 아니다. 경찰대학도 아산시에 있고 무궁화 축구단이 안산을 떠나게 되면서 아산시에 들어오게 됐다. 선수 비용이 들지 않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였다. 당초 1년 예산을 15억 원 정도 예상했고 올해에는 19억 원으로 운영 중이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질 높은 의경 복무 선수들을 쓸 만했다. 하지만 시민구단 운영하는 거는 어떤지 다 잘 알지 않는가.

오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그렇다. 사실은 이걸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아산시가 30만 명이 살고 있는데 이런 도시에서는 사실 프로축구단 운영을 못한다. 어느 누구한테 물어봐도 그렇다. 다만 경찰대학 선수들의 비용이 들지 않아 그 전제로 운영한 거였다. 그런데 그 전제를 유예기간 없이 파기하는 건 문제가 크다.

다른 대안은 없나.

시민구단보다는 그래도 충남도민구단이 더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양승조 충남도시사한테도 10월 초에 아산무궁화 박성관 대표와 함께 면담하며 상황 설명을 했다. 그러면서 도 차원에서 검토해 달라고 했다.

아산무궁화는 해체 위기에 놓여 있다. ⓒ프로축구연맹

충남도에서는 창단이 가능할까.

내가 2010년 충남도에서 근무하면서 도민구단을 검토한 적이 있었다. 당시 창단 비용으로만 200억 원이 든다고 해 창단 효과가 떨어진다는 내부적인 검토가 있었다. 충남도에서 아산이나 천안, 당진 이런 몇 군데를 제외하면 프로구장으로 활용할 곳이 없다. 이 세 군데를 홈으로 운영하는 방법도 심도 있게 고민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지금 전국에서 충남과 충북만 도 차원의 프로구단이 없다. 그래도 도 차원이라면 할 시기도 됐다고 본다. 도에 이야기를 해놨는데 11월 초 정도면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

(하지만 학부형들은 아산시가 아닌 충청남도 도민구단 창단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일일이 각 시에서 승인을 받아 충청남도가 일을 추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아산과 천안이 그 어떤 도시보다 경쟁 구도가 심해 이 두 도시를 묶는 팀이 창단하는 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계획은 어떻게 되나.

11월 초에 도에서 이야기를 해준다고 했다. 공청회도 할 것으로 본다. 우리도 답답하다. 당장 결정이 나면 얼마나 좋겠나. 이해관계가 다 얽혀 있어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도 아산시가 2년 동안 구단을 운영한 경험도 있고 비용도 일정 부분 부담할 의향도 있다. 도에서 좀 챙겨준다고 하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곧 결정이 날 거다. 그런 단계라고만 말씀드릴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아산시를 믿고 온 유소년 선수들이 갈 곳을 잃게 될 상황이다. 팀이 이대로 사라진다면 아산무궁화 산하의 유소년 팀도 해체된다.

그런 부분을 생각해서라도 경찰청에서 2년 유예를 줘야한다. 이렇게 일방적인 통보는 아산시민들에 대한 기만이다. 아니면 아까 말한 것처럼 상무 쪽에서 어차피 군 대체 복무 개념이니 일정 부분 선수 숫자를 채워주면 내년 시즌에도 운영이 가능하다. 선수단이 20명만 되면 된다. 그래야 유소년 팀도 유지가 가능하다.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는데 결정은 우리가 하는 게 아니다.

아산시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을 많이 한다.

우리가 예산을 만든다고 해서 바로 시민구단이 되는 게 아니다.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야 하고 의회에서 안 된다고 예산안을 거부하면 시민구단 창단은 다들 하나마나한 소리가 된다. 과정을 거쳐서 논의해야 한다.

오세현 시장의 입장은 확고했다. 시민구단으로의 전환은 생각하지 않고 있고 충청남도에서 도민구단을 추진하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면서 시간이 없으니 경찰청이 결정을 1,2년만 미뤄 달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알려졌다. 다시 오세현 시장은 시민구단으로의 전환은 생각하지 않고 있고 충청남도에서 도민구단을 추진하길 바라며 경찰청이 결정을 1,2년만 미뤄 달라고 말한다. 이 의미 없는 질문과 답변의 반복이다. 그 사이 연맹이 못 박은 11월 11일은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누군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오세현 시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도중 경기장 밖에서 우렁찬 응원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힘을 내라 아산.”

* 이 인터뷰는 오세현 시장과 학부형들의 면담 내용도 포함돼 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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