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와라 키요미 기자가 외국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 축구장에 출입했다. ⓒ후지와라 키요미 SNS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금녀의 구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경기장에 사상 최초로 외국인 여성 기자가 출입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17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시티에서 평가전을 펼쳤다. 그런데 이 경기장 취재 구역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여성 기자가 등장했다. 바로 일본인 후지와라 키요미였다.

후지와라 기자는 20년 동안 브라질 대표팀을 전담 취재하고 있는 기자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처음 브라질 대표팀을 취재한 뒤 계속 브라질에 거주하고 있는 브라질 축구 전문 기자다. 그녀는 루이스 스콜라리 감독과 네이마르로부터 감사 인사를 들을 정도로 브라질 축구계에서 발이 넓다.

절대왕정을 유지하고 있는 사우디는 2016년 개혁 프로그램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종교경찰의 권한을 축소했다. 여성에 폐쇄적이었던 사회가 조금씩 바뀌는 듯했다. 영화 상영과 여성의 운전 허용 등 파격적인 조치가 취해졌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는 여성 운전 허용을 3개월 앞두고 과거 이를 위해 싸워온 여권운동가 루자인 알 하스럴을 '왕실의 안정을 위협했다'는 혐의로 체포했고 지난 5월에도 여권운동가 7명을 구속했다. 사우디는 겉으로 보기에는 성 평등이 조금씩 실현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아직도 지극히 폐쇄적인 사회다.

사우디에서 축구장도 ‘금녀의 구역’이었다. 올해 들어 37년 만에 여성에게도 경기장을 개방했지만 여전히 강한 남성 위주 문화가 존재한다. 물론 이는 일반 관중에게만 허용되는 게 아니다. 사우디 축구장에 출입한 여성 기자는 지난 3월 자국인 단 한 명뿐이었다. 외국인 여성 기자에게는 개방된 적이 없다.

그런데 후지와라 기자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 후지와라 기자는 브라질-아르헨티나전을 현장에서 취재하며 사우디에서 열린 축구 경기를 취재한 최초의 외국인 여성 기자가 됐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장면이라 혼란도 있었다. 후지와라 기자가 다른 남성 기자와 함께 앉게 되자 사우디아라비아 축구연맹 관계자가 바로 옆에서 90분 동안 그녀를 전담마크(?)했다.

후지와라 기자는 “사실 조금 무서웠다”면서도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에서는 브라질이 아르헨티나를 1-0으로 제압했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는 나오지 않은 경기였지만 메시 못지 않은 존재감을 지닌 이가 기자석을 누빈 역사적인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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