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은 월드컵 이후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월드컵이 끝났다. 태극전사들은 비록 16강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나 일약 스타덤에 오른 조현우에게는 무려 20여 편의 광고 제의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회에 그 동안 고생했던 선수들이 많은 광고에 얼굴을 내비쳤으면 한다. 오늘은 이들에게 어떤 광고가 잘 어울리는지 상상해 봤다. 광고주 분들은 눈을 크게 뜨고 봐 주시길 바란다. 이보다 더 광고에 적합한 인물은 딱히 없기 때문이다.

문선민 - 김영만의 종이접기 교실 CF

종이접기 김영만 아저씨가 화면에 나와 자상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우리 코딱지들, 종이를 이렇게 반으로 접고 또 반으로 접은 다음… 자 이렇게 가위로 이 부분을 오려주면? 짜자잔. 아주 예쁜 두루미가 탄생했네요. 아주 쉽죠?” 그러자 다음 화면에는 김영만 아저씨를 따라 종이를 접다가 실패한 꼬마 아이들이 화면에 등장한다. 이 아이들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종이접기가 너무 어려워요. 전 왜 선생님처럼 안 되죠?” 몇몇 아이들은 마치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슬퍼한다.

이때 김영만 아저씨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듯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코딱지들, 전혀 걱정할 필요 없어요. 선생님이 더 쉽게 설명해 줄게요. 저처럼 다시 따라해 봐요. 어렵다고요? 어? 저기 선생님을 따라서 아주 쉽게 종이를 접는 친구가 있네요. 다같이 불러볼까요?” 저 멀리 누워있는 한 남자를 카메라가 ‘줌인’한다. 문선민이다. 그는 아주 여유 있게 두 발로 종이를 접으며 웃고 있다. 그리고는 한 마디를 던진다. “저처럼 발로도 종이를 접고 싶다고요? 김영만 아저씨를 열심히 따라하면 저처럼 될 수 있어요.” 그리고는 자막이 흐른다. ‘문선민도 접었어요. 김영만의 종이접기 교실.’

잘 접는 남자 문선민 ⓒ프로축구연맹

주세종 - 택배회사 CF

한 남성이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하며 한숨을 내쉬다 외친다. “네? 택배가 모레나 도착한다고요?” 이 남성은 자신의 집 인터폰 앞에서 밤을 지샌다. 인터폰을 바라보며 라면을 먹고 졸음을 참는다. 꾸벅꾸벅 졸다가 화들짝 깨 입에 묻은 침을 닦기도 한다. 그렇게 이틀 밤을 새우고 나서야 인터폰이 울린다. 이 남성은 기다렸다는 듯 현관으로 뛰어가 택배를 받아든다. 하지만 반가운 표정도 잠시 뿐이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주문한 물건은 두 동강이 나 있었다. 다시 한 번 이 남성의 절규하는 모습이 담긴다. “으악, 택배가 이렇게 느리고 불안해도 되나요?”

같은 시간 바로 옆 집 남성의 상황이 나온다. 뒷모습이 상반신까지만 노출된다. “띵동.” 경쾌한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이 남성이 놀란다. “벌써?” 신이 나 쏜살 같이 현관으로 간 남성이 문을 열자 주세종이 웃으며 택배를 건넨다. 이 남성이 놀란 듯 말한다. “오전에 주문했는데 반나절 만에 도착하네요.” 그러자 주세종이 친절하게 답한다. “저희는 빠르고 안전합니다. 독일에서 발송하는 물건도 하루면 도착합니다.” 자막이 뜬다. ‘아무리 까다로운 세관도 빠르게 통과합니다. XX 택배.’ 뒷모습만 보이는 남자가 주세종에게 말한다. “택배가 너무 빨라서 당황스럽네요. 감사합니다.” 뒤돌아서는 손흥민의 얼굴이 마지막으로 화면에 담기며 광고가 마무리된다.

김영권 - 보청기 CF

“뭐? 약으로 틀어 달라고?” 한 어르신이 선풍기를 약하게 튼다. 그러자 손주가 답답하다는 듯이 크게 외친다. “아니요. 할머니. 야쿠르트 달라고요.” 다시 한 번 어르신이 말한다. “그래. 약으로 틀었어.” 손주가 또박 또박 어르신의 귀에 외친다. “아니요. ‘약으로’ 말고 ‘야쿠르트’요.” 갑자기 화면이 바뀌고 고요한 자연에서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만이 들린다. 그리고는 자막이 나온다. “이 자연의 소리를 듣고 싶으셨나요? 잘 들리지 않아 의사소통이 힘드셨나요? 이제 고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점점 관중의 함성소리로 변하고 어르신과 손주의 옷이 점점 붉은색으로 변한다.

그리고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이 남자도 처음에는 관중의 함성이 들리지 않아 바로 옆 동료의 이야기도 듣지 못해 답답해 하더니 점점 더 표정이 밝아진다. 김영권이다.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김영권의 내레이션이 흘러 나온다. “소리에도 영혼이 있다면 시끄러워도 두려워 않고 뛰어드는 용기와 어떤 소음에도 상처받지 않은 강인함, 관중이 많아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도 감싸 안는 따뜻함을 가졌을 것입니다. 단언컨대 소리는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 나지막하게 흐르는 내레이션이 끝나고 적막함이 잠시 흐른 뒤 김영권은 자신의 팔뚝에 키스를 하며 인파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다시 첫 장면에 등장했던 어르신이 보청기를 끼고 손주에게 야쿠르트를 건네며 환하게 웃는 장면으로 광고는 마무리 된다.

잘 접는 남자 문선민 ⓒ프로축구연맹

조현우 - 피임약 CF

한 여성이 지하철에서 내려 걸어가며 나지막이 말한다. “어쩌지?” 멀리서 한참을 기다린 남자를 바라보며 이 여성은 잠시 머뭇거린다. 남자가 손을 흔들며 환하게 반기지만 아직 여성의 표정은 다소 어둡다. 이 순간 한 남자가 다가와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친다. “잠깐.”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한껏 치켜 세운 조현우다. 그는 이 여성에게 뭔가를 건네며 말한다. “누구를 만날지 그 사람과 어떤 사랑을 할지. 스스로 선택하세요. 축구도, 사랑도 완벽해야 하니까. 실수 없이 걱정 없게.” 자막이 나온다. ‘조현우의 월드컵 선방률은 90%였지만 우리의 선방률은 99%입니다.’

여성의 표정이 환해진다. 이 여성은 곧바로 자신을 반기던 남자에게로 달려가 손을 잡는다. 다음 장면부터는 이 커플의 데이트 장면이 나온다. 둘이 놀이공원을 가고 볼링장에 간 뒤 같이 팝콘을 들고 영화를 보는 장면이 빠르게 편집된다. 그리고는 둘이 대구월드컵경기장에 앉아 같이 축구 경기를 보며 하이파이브를 나눈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 나오고 그라운드에 선 조현우가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장면이 나온다. 조현우는 선방을 펼친 뒤 환호하는 이 커플을 보며 살짝 윙크를 한다. “실수 없이 완벽한 사랑하세요. 이제 불 좀… 꺼 줄래요?”

정우영 - 날개 없는 선풍기 CF

지구가 도는 모습을 우주에서 잡은 화면이 빠르게 흐른다. 다음 장면에는 시계 초침 바늘이 움직이는 모습이 빠르게 편집돼 나오고 자동차 바퀴가 빠르게 도는 모습이 클로즈업 된다. 사이클 선수가 힘차게 페달을 밟자 자전거 바퀴가 도는 장면이 잡힌다. 간결한 자막이 나온다. ‘세상은 돈다.’ 정신 없는 편집이 이어진 뒤 적막이 흐르면서 축구공이 회전하지 않고 쭉 뻗어 나가는 장면이 아주 느린 화면으로 클로즈업 된다. 심장 박동소리만이 울려 퍼지며 회전 없이 뻗어나가는 이 공은 한참을 더 날아간다.

이 무회전 슈팅을 한 선수가 공의 궤적을 바라보고 있는 느린 화면으로 다음 장면이 넘어간다. 바로 정우영이다. 정우영의 내레이션이 적막을 깬다. “세상이 돌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가 찬 무회전 슈팅이 골망을 출렁이고 정우영이 포효한다. 그리고는 경기가 끝난 뒤 땀을 흘리며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는 정우영의 손에 무언가 들려있다. 요즘 유행하는 날개 없는 휴대용 선풍기다. 정우영이 이 선풍기를 얼굴 쪽으로 갔다대며 시원하다는 듯 만족하며 웃는다. 다시 한 번 정우영의 내레이션이 흘러 나온다. “세상이 돌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축구공도 회전하지 않고 선풍기 날개도 회전하지 않는다.”

잘 접는 남자 문선민 ⓒ프로축구연맹

이용 - 장어구이 홈쇼핑

이번에는 홈쇼핑이다. 남자 쇼호스트가 등장해 장어를 구우며 말한다. “요즘 남자들 날씨 덥다고 축 늘어졌죠? 남편 분들이 특히 여름만 되면 더 기운을 못 써요. 그런데 우리 어머님들, 이제 남편들 보양식 해 먹인다고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여름 보양식의 끝판왕 이 장어구이면 충분하거든요.” 쇼호스트의 힘찬 목소리가 마무리되자 장어가 클로즈업 되면서 코요태의 ‘순정’이 흘러 나온다. ‘마감임박’이라는 자막이 깜빡이고 바로 옆에는 14분 24초, 23초, 22초…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다. 스튜디오 바로 옆 쪽에 자리한 식탁에서는 가족 같지만 누가 봐도 처음 본 듯한 엄마와 아빠, 아이가 웃으며 서로의 입에 장어를 넣어준다.

다시 코요태의 ‘순정’ 음악 소리가 잦아지고 쇼호스트가 장어를 한 점 집은 뒤 쌈을 싸며 말한다. “어머님들, 이 꼬리 어쩔 거에요? 군침이 절로 도시죠? 음…. 오늘 우리 남편, 우리 가족 다 같이 이 장어 먹고 힘 내자고요. 자 ‘아’ 하세요.” 장어를 잡았던 화면이 투샷으로 바뀐다. 쇼호스트 옆에 선 이용이 입을 벌리고 있다. 장어 쌈을 한 입 베어 문 이용이 맛있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제가 이렇게 온갖 고초를 당하고도 활력 있게 사는 건 바로 이 장어 때문이에요. 여러분들도 이 장어 드시고 활력을 찾으세요. 어휴… 저도 이 장어를 즐겨 먹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하네요.” 다시 음악 소리가 커진다. 코요태의 ‘순정’이 끝난 뒤 거북이의 ‘빙고’가 흘러 나온다.

월드컵이 끝난 뒤 태극전사들이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이 CF에도 나오고 더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 축구선수들도 광고 시장에서 상품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더 많이 대중에 노출된다면 이건 축구가 더 대중화 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더 많은 선수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구축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개성 넘치는 선수들이 더 많이 등장해 한국 축구가 더 흥미로워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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