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회 우승팀 독일을 꺾은 멕시코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 멕시코 축구 국가대표팀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 임형철 기자] 멕시코가 16강에 가까워졌다. 독일을 상대한 조별예선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해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킨 멕시코는 두 번째 경기인 한국전에서도 2-1로 승리했다. 카를로스 벨라와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한 골씩 터트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종료 직전 손흥민의 중거리 슛에 대회 첫 실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끝까지 리드를 지켜 승리를 확정했다.

그러나 멕시코의 경기력은 기대에 충족하지 못했다. 1차전 독일전 때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독일을 상대로 보였던 강한 압박과 안정된 공수 밸런스가 이어지지 않으면서 한국을 상대로 시작부터 불안한 모습을 연출했다. 한국이 일찍 공격에서 마무리를 짓고 수비에서의 실수만 줄였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독일전의 후유증? 지쳐 보였던 멕시코

멕시코가 조별예선 1차전에서 독일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비결은 미드필더에서 시작된 강력한 압박에 있었다. 볼을 잡은 독일 대표팀이 패스를 줄 곳을 쉽게 찾지 못할 정도로 멕시코가 형성한 저지선은 굉장했다. 이 정도 조직력이면 월드컵에서 더 높은 성적도 노려볼 만하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그러나 독일전과 한국전의 경기 내용은 큰 차이가 있었다. 한국을 상대로는 전력상 유리한 위치에 있어 전 경기처럼 강한 압박을 보일 필요가 없긴 했지만 수비 상황에 선수들 간의 간격이 크게 벌어지는 문제를 노출했다. 전반 초중반 한국이 빠른 역습을 시도할 때마다 전방으로 올라간 선수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았다. 멕시코의 공수 밸런스가 위태로웠던 순간이다.

독일전처럼 압박을 강력하게 하진 않더라도 안정된 공수밸런스는 한국을 상대로도 필요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불안한 모습을 이어온 탓에 한국이 역습을 시도할 때마다 넓은 공간을 노출했다. 재차 선수들 간의 간격이 벌어지는 것에 분노를 느낀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은 선수들에게 간격을 좁히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 멕시코 축구 국가대표팀 페이스북

단조로웠던, 때로는 위험했던 후방 빌드업

한국은 4-4-2 시스템을 꺼내 멕시코에 맞섰다. 공수 양면에 가담이 가능한 이재성을 손흥민의 투톱 파트너로 기용했다. 팀 전술에서 큰 역할을 맡은 이재성은 시작부터 멕시코의 안드레스 과르다도를 압박하며 상대의 후방 빌드업을 어렵게 만들었다. 과르다도가 이재성에게 전반 내내 묶이면서 멕시코의 후방 빌드업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과르다도를 제외한 미드필더, 공격수들은 모두 후방 빌드업 시 전방을 향해 포진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과르다도가 묶일 때마다 볼을 잡은 멕시코 수비수들은 패스를 줄 곳이 부족했다. 시간이 지나 멕시코 선수들이 세운 대안은 롱패스였다. 그러나 전방을 향해 올려준 롱패스마저 쉽게 효과를 내지 못했다. 때로는 부정확한 롱패스가 끊겨 상대에게 볼 소유권을 내주는 장면도 발생했다.

상대 팀에게 어떤 전술을 준비하건 안정적인 후방 빌드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후방 빌드업이 완전해야 어떤 팀을 상대로도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하고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다. 멕시코가 잘하는 것을 우선 막으려 했던 한국의 계획은 잘 들어맞았다. 그런 한국을 상대로 멕시코는 문제를 노출하며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았다.

ⓒ 멕시코 축구 국가대표팀 페이스북

멕시코는 독일전 경기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조별예선을 세 경기만 진행하는 월드컵은 첫 경기의 중요성이 굉장하다. 따라서 참가하는 모든 팀이 조 편성이 결정될 때부터 긴 시간 동안 첫 경기 준비에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을 상대로 첫 경기를 가진 멕시코는 그동안 독일을 연구한 결과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압박부터 빠른 역습까지 독일이 잘하는 것을 막고 취약한 것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 흔적이 보였다.

그러나 한국을 상대로 다른 계획을 들고 오자마자 멕시코가 독일을 상대로 보여준 강력함이 쉽게 발휘되지 않았다. 독일전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여파로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다고 하지만, 1차전과 2차전의 경기력 차이는 무시하지 못할 만큼 컸다. 현재로서는 멕시코가 독일전 경기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 상황이다.

7 대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멕시코는 모든 대회를 16강에서 마친 징크스가 있다. 이번 대회만큼은 처음으로 8강 무대를 밟겠다는 각오가 상당하다. 그러나 멕시코의 경기력이 일관되지 않으면 8강 꿈을 이룰 가능성도 현저히 떨어진다. 점수와 관계없이 한국을 상대로 보여준 불안 요소를 교훈삼아 좀 더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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