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 임형철 기자] 2016년 6월 브라질 대표팀에 부임한 치치 감독은 데뷔전인 에콰도르전부터 파격적인 선택을 감행했다. 예전부터 파우메이라스의 초특급 유망주라 불렀던 가브리엘 제주스를 2016년 9월 1일 에콰도르전에서 깜짝 선발로 기용했다. 누구도 예상 못 한 데뷔전을 그것도 선발로 치르게 된 제주스는 치치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며 두 골과 한 개의 페널티킥을 유도해 3-0 대승을 이끌었다. 이후 치치 감독의 브라질 최전방 자리는 늘 제주스의 것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제주스에 밀려 2년간 빛을 보지 못한 후보 공격수가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제로톱 공격수 호베르투 피르미누다. 리버풀에서 매 시즌 절정의 기량을 과시 중인 그는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대부분 팬이 피르미누가 없었으면 모하메드 살라의 대기록,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등의 성과도 없었을 것이라 주장한다. 게다가 피르미누가 월드컵 본선 두 경기에 교체 출전해 짧은 시간 동안 인상을 남기면서 브라질 최전방 논쟁을 본격적으로 점화시켰다.

제주스와 피르미누,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선수의 비교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그러나 이 둘을 향한 치열한 고민은 결국 치치 감독의 몫이다. 치치 감독의 확고한 선택은 여전히 가브리엘 제주스로 굳어지고 있지만 무시 못 할 소속팀에서의 활약과 교체 투입된 경기에서의 인상 때문에 후보에 머물러 있는 피르미누를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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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부적인 득점력과 해결사 본능, 치치가 신뢰해온 ‘원톱’ 제주스

가브리엘 제주스는 치치 감독 부임 후 줄곧 브라질 대표팀의 최전방 주전 자리를 지켰다. 그는 지금까지 치치 감독 팀에서 A매치 18경기 10골을 기록했는데 이 중 17경기를 선발로 출전했다. 부상이 아닌 이상 모든 경기에 나섰다. 이는 월드컵 남미지역 예선에서도 제주스의 공헌도가 상당했음을 시사하는 기록이다.

가브리엘 제주스의 장점은 천부적인 득점력에 있다. 치치 감독이 브라질 대표팀 부임 당시 이 선수를 먼저 주목한 이유이기도 하다. 파우메이라스에서 어린 나이에도 골 감각을 과시한 그는 2016년 여름 맨체스터 시티 이적을 확정(팀 합류는 2017년)한 후 브라질 대표팀에도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후 남미와 유럽 대륙에서 나란히 인정받는 골잡이로 등극했다.

게다가 많이 뛰는 성실함을 갖춘 선수라 높은 위치에서 전방 압박에 능하고 박스 근처에 동료가 접근했을 땐 남다른 감각으로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미 긴 시간 치치 감독이 선호하는 원톱 공격수 그 자체임을 입증했기 때문에 월드컵 본선에서 제주스의 출전을 예상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본선에서 제주스의 존재감은 미비한 편이다. 스위스전에도 경기 내내 가려졌던 그는 코스타리카전 후반에 고군분투하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예선 때만큼 만족스러운 경기 내용을 보이지 못했다. 2018년 초 무릎 부상을 당한 후 있었던 여파가 월드컵 본선까지 이어지는 느낌도 있다. 한 달 반 동안의 무릎 부상 후 2월 중순부터 경기를 소화한 제주스는 복귀 후 치른 맨시티 경기에서 영향력이 전보다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게다가 제주스에게 붙는 수비의 견제를 분산시켜야 할 동료 선수의 부진도 제주스의 고립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다. 브라질 대표팀의 에이스이기도 한 네이마르는 부상 여파로 여전히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인다. 게다가 본선 두 경기에 선발로 나선 윌리안마저 부진했다. 제주스가 전방에 자리를 잡아도 자신을 향한 수비의 견제를 분산시켜줄 주위의 움직임이 부족하기 때문에 동료와 연계할 기회도 제한적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제주스는 원톱 공격수이긴 하지만 수비를 등진 상태에서 볼을 받거나 제공권을 살려 공중볼을 따내는 유형은 아니다. 그래서 후방에서 넘어오는 전진 패스를 스스로 받아내는 역할과는 거리가 있다. 가까운 동료로부터 볼을 건네받고 이 선수와 시너지를 내며 장점을 발휘하는 것이 제주스의 스타일이다. 그러나 최근 네이마르의 부상을 포함해 브라질 대표팀에 발생한 변수는 제주스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결국 이 흐름은 브라질 대표팀의 경기 내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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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대안 ‘제로톱’ 피르미누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그동안 제주스에 가려 치치 감독의 브라질 대표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제주스가 18경기 중 17경기에서 선발로 나서는 사이 피르미누는 치치 감독의 브라질 대표팀에서 12경기에 출전했다. 이 중 선발 출전은 세 경기에 불과하다. 치치 감독은 피르미누의 넓은 움직임과 연계 능력을 앞세운 제로톱 기질에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피르미누의 장점은 확고하다. 이 시대 최고의 제로톱 선수 중 한 명으로서 가짜 공격수 움직임에 매우 특화된 자원이다. 기본적으로 많이 뛰고 넓게 움직이면서도 웬만한 미드필더 이상의 연계 능력을 지닌 선수다. 특히 상대 수비의 좁은 틈 사이에서 볼을 지켜 동료가 받기 좋게 결정적 패스를 배달하는 것은 피르미누의 특기다.

게다가 피르미누는 제주스와 비교해 후방에서의 전진 패스를 스스로 받아내기에도 유용한 자원이다. 등진 상황에서 볼을 받을 수 있는 피지컬이 되고 롱볼이 올 때는 공중볼 경합에 나설 수도 있다. 리버풀에서는 살라나 마네에게 헤더로 패스를 건네주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제주스처럼 활발한 전방 압박과 수비 가담으로 팀에 이롭게 작용할 선수라는 점은 같다.

무엇보다 넓은 범위를 움직이며 자신을 향한 수비의 견제를 스스로 떨쳐낼 수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보통의 원톱 공격수는 자신을 향한 수비의 견제가 심하면 고립될 위험성이 크지만 피르미누는 전방위적으로 관여하는 특유의 움직임으로 수비를 분산시켜 견제를 극복할 수 있다. 소속팀 리버풀의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견인하며 갈수록 경기력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던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문제는 치치 감독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자원이라는 데에 있다. 피르미누와 같은 제로톱 유형은 그동안 치치 감독이 선호하는 유형이 아니었다. 확실한 득점력을 지닌 원톱 공격수가 최전방을 차지하는 것이 치치 감독의 스타일이었다. 게다가 제주스와 네이마르가 대표팀에서 합작한 골 장면이 꽤 되기 때문에 네이마르가 대회 중 경기력을 회복하면 그대로 제주스를 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네이마르의 회복은 제주스의 고립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대회 중 2년 가까이 합을 맞춰온 주전 공격수 자리에 변화를 주는 것은 감독으로서 위험하다고 여길 수 있는 결정이다. 게다가 파울리뉴, 헤나투 아우구스투 등의 사례를 보면 치치 감독은 한 번 믿음을 준 선수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피르미누에게 아쉬운 요소는 부족한 대표팀 출전 시간, 치치 감독의 선호와는 거리가 먼 유형이라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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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 모두 많이 뛰는 공격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플레이 스타일상 약간씩 발생하는 차이가 두 선수의 느낌을 현저히 다르게 만든다. 최근 브라질 대표팀의 경기력에 고민이 많을 치치 감독도 이 두 선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하다. 확실한 원톱 자원의 파괴력을 기대한다면 여전히 제주스겠지만 최근 대표팀의 경기 내용을 고찰하고 큰 틀의 변화를 꾀한다면 피르미누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우승 후보 브라질이 두 경기째 신통치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에이스 네이마르의 부상 여파에 의한 부진을 시작으로 팀 전체의 조합이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은 아니다. 이 순간 브라질 대표팀에 더 어울리는 공격수 카드는 누구인가에 대해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고민은 치치 감독의 몫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다음 경기부터는 반드시 개선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stron1934@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