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루과이 축구협회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 임형철 기자] 겉보기엔 우루과이의 여전한 스타 선수, 그러나 뚜껑을 열어 확인한 그의 활약상은 실망 그 자체였다. 2018 러시아월드컵 A조 조별예선 1차전 이집트와 우루과이의 경기에서 에딘손 카바니와 투톱으로 나선 루이스 수아레스는 좋지 못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날 수아레스는 자신에게 반칙을 범한 아메드 헤가지를 낚아채려 했던 기행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볼 터치도 좋지 못했고 90분 경기에서의 존재감도 미미했다. 이따금 등진 상황에서 좋은 연계를 펼치거나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공략하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빈도가 적었다. 무엇보다 어렵게 얻어낸 세 번의 득점 기회를 모두 어이없이 놓치고 말았다. 수아레스의 부진 탓에 우루과이는 후반 44분까지 이집트를 상대로 무득점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수아레스의 부진은 냉정하게 보면 이번 한 경기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2017-18 시즌은 썩 좋지 못했다. 바르셀로나의 최전방 주전 자리를 지켰지만 기동력과 속도, 민첩성, 피지컬까지 과거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시즌 26골을 넣어 다른 공격수들과 비교해 나쁘지 않은 골 감각을 과시했으나 과연 메시와 이니에스타가 없었다면 이 정도를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남았다.

ⓒ FC바르셀로나 페이스북

길어지는 수아레스의 부진, 이유는?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두 번째 시즌인 2015-16 시즌에 수아레스는 정점을 찍었다. 긴 출장 정지 징계도 없었고 새 무대에 대한 적응이 끝나니 폭발력을 과시했다. 이 시즌 라 리가 35경기에서 40골을 넣은 수아레스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5골 차로 제치고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9경기에 출전해 8골이나 터트리며 만점 활약을 남겼다.

그러나 2016-17 시즌 수아레스는 정점에서 살짝 내려온 모습을 보였다.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지만, 후반기 들어 급격히 경기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우려를 받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전술이 한계를 맞은 탓이라는 분석이 많았으나 이 시기 시작된 그의 부진한 흐름이 결국 다음 시즌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말았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과 함께한 2017-18 시즌 수아레스는 앞서 서술했듯 시즌 내내 극심한 기복을 보였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파트너 네이마르의 이적과 대체자 우스망 뎀벨레의 부상, 4-4-2 시스템에 대한 적응 문제 등 부진의 이유를 외부적 요인에서 찾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수아레스의 부진이 서서히 심각성을 더해가면서 수아레스 자신에게 부진의 이유가 보이기 시작했다.

2016-17 시즌부터 수아레스의 신체 능력은 서서히 저하됐다. 기복 없던 수아레스에게 기복이 생긴 이유도 신체 능력의 저하가 컸다. 이미 바르셀로나 경기에서는 민첩성과 속도가 과거보다 떨어진 모습이 자주 보였다. 피지컬 능력까지 저하돼 상대 수비의 집중 마크에 고립되는 일이 잦아졌다. 수비와의 1대 1 상황에서 수아레스가 전과 같은 현란한 드리블과 발재간을 부리는 모습을 보는 일이 적어졌다. 자연스럽게 그의 문전 앞 파괴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 FC바르셀로나 페이스북

그의 신체 능력 저하엔 부상과 혹사의 여파가 누적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아약스 시절에 무릎 반월판 부상을 당했던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훈련 중 또 한 번 반월판 부상을 당했다. 수아레스처럼 수비와의 1대 1 상황 때 방향 전환을 자주 시도하는 선수는 무릎 반월판의 건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당시 수아레스는 반월판 부상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월드컵 본선 출전을 감행했다.

게다가 2017-18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었던 스페인 수페르코파 경기에서 또 한 번 무릎 부상을 당했다. 당시 수술이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수술 연기 후 무리하게 복귀해 좋지 못한 몸 상태로 전반기를 소화했다. 11월 중 재차 수술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도 선수와 팀 의료진이 수술 없는 재활 치료를 선택했다. 결국, 수아레스는 12월 한 달 동안 깜짝 활약을 보여준 후로 다시 기량 저하를 실감하며 아쉬운 후반기를 지냈다.

결국 두 번의 반월판 부상과 월드컵 본선 출전을 위한 무리한 선택, 2017-18 시즌 초반에 당한 무릎 부상의 여파, 게다가 바르셀로나에서의 계속된 혹사까지 누적되어 수아레스의 신체 능력 저하를 급속화시키고 말았다. 그리고 이는 수아레스가 가지고 있던 수비와의 1대 1 상황에서의 무기, 문전 앞에서의 득점력에도 많은 상실을 가져왔다.

ⓒ FC바르셀로나 페이스북

수아레스의 부진에 대응해야 할 우루과이와 바르셀로나

우루과이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남미지역예선에서 수아레스의 확실한 덕을 보지는 못했다. 징계와 부상을 이유로 팀에서 빠져 있는 일이 많았고 예선 경기에 나서 보여준 활약도 수아레스의 명성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았다. 대신 우루과이는 다양한 공격 자원을 새로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루카스 토레이라를 비롯해 크리스티안 스투아니, 막시 고메스 등 다양한 자원을 대표팀에 발탁했다. 수아레스의 부진이 길어져 변화를 줄 경우 그 자리를 대신할 대체 자원은 충분한 상태다.

이집트전 졸전 끝에 1-0으로 승리하며 경기력에 많은 문제를 남긴 우루과이는 남은 월드컵 경기에서 변화를 줄 필요성을 실감했다. 이날 우루과이는 경기 내내 자신들의 중앙 빌드업 패턴을 읽혀 답답한 경기력을 일관했다. 우루과이가 수아레스의 부진을 심각하게 바라볼 경우 첫 경기에서 느낀 변화의 필요성과 준비 중인 대체 자원의 가능성을 고려해 미드필더-공격 조합을 새로 짤 가능성이 있다. 특히 확실한 공격 조합을 찾을수록 수아레스의 긴 부진에도 대응할 여력을 갖게 된다.

바르셀로나는 수아레스의 긴 부진을 바라보며 “최전방 공격수 보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즌 초까지만 해도 수아레스의 백업 선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았으나 수아레스의 부진이 길어져 그의 자리를 대체할 만한 주전급 공격수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그러나 긴 시간 바르셀로나가 구애했던 앙투완 그리즈만이 얼마 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잔류를 선언해 아쉬움을 남겼다. 과연 바르셀로나가 끝내 어떤 선수를 영입해 수아레스의 부진에 대응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생각 이상으로 수아레스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몸 상태가 안 좋아 전반기만 잠깐 삐걱대는 게 아닐까 했던 우려가 시즌 내내, 결국은 월드컵 본선까지 미치고 말았다. 과거 수아레스의 플레이는 대단함의 연속이었으며 감탄사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최근 수아레스는 더는 그런 모습을 찾기가 어렵다. 이제 그를 보면 그 때와는 다른 감정이 먼저 떠오른다는 게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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