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징야는 이 장면으로 퇴장 판정을 받았다. ⓒ중계 방송 화면 캡처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대구FC가 또 퇴장으로 수적인 열세에 몰리며 패했다. 대구는 어제(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수원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전반 막판 세징야가 퇴장 당했고 결국 0-2로 무너졌다. 대구의 올 시즌 7번째 퇴장이고 세징야의 두 번째 퇴장이다. 이 패배로 대구는 6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올 시즌 13경기에서 무려 7번이나 퇴장을 경험한 대구가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11대11로 싸워도 쉽지 않은 경기에서 대구는 시즌의 절반을 한 선수 없이 치러야 했다.

대구가 기록한 7번의 퇴장 중에는 명백한 퇴장 상황도 꽤 있었다. 하지만 어제 세징야의 퇴장은 심판의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강하다. 심판은 세징야가 슬쩍 뒤를 돌아보며 바그닝요의 존재를 의식한 뒤 손으로 얼굴을 쳤다고 판단해 다이렉트 퇴장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 정도 접촉은 축구에서 늘 있는 일이다. 만약 이 장면에서 퇴장을 주는 게 축구의 규정이라면 한 경기 3~4명의 퇴장은 늘 일어날 것이다. 축구는 네트를 쳐 놓고 하는 운동이 아니다. 이 정도 충돌은 늘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심판이 너무 과한 판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세징야의 파울 정도가 가장 합당한 판정이었고 경고 정도로 마무리해도 될 일이었다. 등지고 하는 플레이에서 늘 나올 법한 행동으로 다이렉트 퇴장 명령을 내린 건 과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주심이 비디오판독(VAR)까지 하면서 퇴장 판정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기의 흐름을 끊어 먹으면서도 VAR 판독을 하는 건 이런 세밀한 움직임을 잡아내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VAR을 통해 세징야의 퇴장 판정이 번복되지 않은 건 과연 VAR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이런 경기에서 대구가 상대를 제압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대구 입장에서는 화가 날 경기가 분명하다.

세징야의 퇴장 판정 이후 주심의 대처는 더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시점에서 전반전이 마무리됐고 대구 한희훈은 주심에게 욕설을 하다가 경고를 받았다. 세징야의 퇴장 판정에 항의하며 그가 내뱉은 욕설은 텔레비전 중계 화면을 통해 또렷하게 잡혔다. 한희훈은 아주 노릇노릇하게 식빵을 구웠다. 규정상 주심에게 대놓고 이런 욕설을 내뱉은 선수는 다이렉트 퇴장 판정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주심은 한희훈의 욕설은 경고로 마무리했다. 뭔가를 듣긴 했으니 카드를 내밀었겠지만 그 카드색은 빨간색이 아니라 노란색이었다. 등진 플레이에서의 접촉에도 과감하게 레드카드를 내미는 주심이라면 이런 도발적인 항의에도 레드카드를 꺼내야 했다. 일관성이 없다.

세징야에게 퇴장 명령을 내린 주심이 대구 선수를 한 명 더 경기장에서 내쫓기에는 상당한 부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신이 있다면 과감히 그랬어야 한다. 나는 세징야는 경고 정도로 마무리되고 한희훈이 퇴장 당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징야가 퇴장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한희훈이 그렇게 흥분하며 주심에게 욕설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주심이 촉발시킨 일이었다. 이런 경기는 결국 주심이 경기를 주도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어딜 봐서 세징야가 퇴장인가. 이걸 VAR 판독까지 해가며 번복하지 않았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그 판정이 당당했다면 한희훈의 욕설에도 레드카드를 꺼내지 못할 이유도 없다.

바그닝요는 이 장면으로 경고를 받았다. ⓒ중계 방송 화면 캡처

적어도 한 경기 안에서의 판정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바그닝요는 이후 볼 경합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를 팔꿈치로 때렸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 이종성은 공과 상관없는 상황에서 상대 얼굴을 의도적으로 가격했다. 하지만 이 상황도 퇴장이 아닌 경고로 끝이 났다. 세징야와 똑같은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두 선수 모두 퇴장이 맞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세징야는 경고로 끝났어도 될 상황이었고 이종성은 퇴장 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신체 접촉을 깐깐하게 보는 주심이 되려고 했다면 이 장면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됐다. 이런 플레이를 한 선수를 다 경기장에서 내보냈더라면 말이 나올 이유가 없다. 하지만 주심의 판정에는 일관성이 없었다.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일관성 없는 판정이었다. 바그닝요가 팔꿈치를 써 경고를 받은 것과 비슷한 장면이 지난 시즌에도 나왔다. 지난해 4월 인천과 포항의 경기에서 인천 한석종은 볼 경합 도중 팔꿈치를 썼다는 이유로 다이렉트 퇴장 판정을 받았었다. 물론 이 판정은 과했다는 결론이 내려져 사후분석에 따라 징계가 감면됐다. 어제 바그닝요의 경고 장면을 놓고 본다면 지난 시즌 한석종보다 과하면 과했지 덜하지 않았다. 누구는 팔꿈치를 썼다고 퇴장 당했는데 누구는 경고로 마무리되는 건 공정하지 못하다. 대단히 위험한 발상일 수도 있지만 피해자는 대부분 시도민구단이라는 게 영 찝찝하다.

어제 경기에서는 사후징계를 피할 수 없는 장면이 많았다. 아마도 한희훈은 주심에게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사후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종성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주심 스스로 이 경기의 오심을 인정하는 꼴이다. 경기는 대구의 0-2로 패배로 끝났고 이 경기를 다시 돌이킬 수는 없다. 사후징계를 내려도 경기 결과가 바뀌지는 않는다. 아무리 장면을 돌려봐도 세징야에게 퇴장은 과했는데 이걸 그대로 받아들여 징계를 내려도 웃기고 그렇다고 퇴장을 취소해 징계를 감면해 줘도 연맹으로선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라 대처가 복잡해졌다. 단 한 순간의 과한 판정으로 문제가 속출했다.

세징야에게 내려진 판정은 아무리 봐도 과했다. 이런 정도의 몸싸움에도 레드카드를 꺼낸다면 90분 동안 그라운드에 온전히 남아있을 선수는 없다. 이 경기를 위해 준비한 선수들에게 억울한 일 만들어 놔 놓고 ‘나 심판이오’, ‘우리 VAR 했소’ 그렇게 휘슬 물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이야기인가. 그래서 ‘판정 문제 언급하면 징계 내린다’고 줄줄이 몰려가서 벌금 내리고… 자기들 직무유기 아닌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