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상무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군경팀에 입대한 선수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을 갖는 이들이 많다. 남들은 더 많은 연봉을 받으며 유럽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데 관심도 적고 주목도 받지 못하는 군경팀에서 2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다는 게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선수들에게 군대는 솔직히 말해 피하고 싶은 곳이다. 군경팀에 기쁜 마음으로 입대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입대를 미룰 때까지 미루다가 입대하기도 한다. 보통 군경팀에 대한 인식은 이렇다. 유럽에서 펄펄 날고 있는 손흥민이 군경팀에 갈까봐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군경팀 입단 자체가 엄청난 혜택

하지만 이건 잘못된 시선이다. 군경팀에 입대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혜택이기 때문이다. 남들은 땅바닥을 박박 기고 한 겨울 꼭두새벽에도 최전방 전선을 지키고 있는데 군 생활하는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공만 차며 자기 발전을 꾀하는 것 자체로도 대단한 혜택이다. 군경팀이 없으면 일반병으로 입대해 군 생활 내내 전투체육 시간이 아니면 공 한 번 제대로 만져볼 수도 없는 게 현실인데 선수들은 군경팀에 대한 고마움을 잘 모른다. 군대를 미루고 미루고 빼 보려다 안 되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주상무 김병오가 전지훈련지인 괌에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김병오 측은 이에 대해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오늘 내가 논하려는 건 김병오의 죄에 대한 유무가 아니다. 현역 군인 신분으로 해외에 가 음주를 하고 여성과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에 대해 지적하고 싶은 거다. 전지훈련지에서도 휴가를 받으면 하루 정도 가볍게 맥주도 마시고 데이트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김병오가 입대 전 소속팀인 수원FC의 해외 전지훈련 장소에서 그런 일을 벌였으면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병오는 현재 현역 군인 신분이다.

파병을 제외하고 군인 신분으로 해외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큰 혜택이다. 군인인데 따뜻한 곳에서 축구 연습하라고 해외까지 보내주니 이보다 더한 배려는 없다. 남들은 혹한기 훈련을 하며 텐트에서 벌벌 떨고 있을 때다. 더군다나 전지훈련은 휴가가 아니다. 모든 군인에게는 임무라는 게 있는데 국군체육부대 소속 축구선수는 축구가 임무이자 주특기다. 그들에게 동계 전지훈련은 작전 수행 과정이다. 상주상무 선수들에게 괌은 휴양지가 아니라 훈련지였다. 일반 현역병이 훈련 도중 휴식을 부여받았다고 해 음주를 하고 여자를 만나다면 어떨까. 당나라 부대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은 축구선수이기 이전에 군인이다. ⓒ상주상무

괌은 그들에게 휴양지가 아닌 훈련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죄의 유무를 가리자는 게 아니다. 김병오가 무혐의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현역 군인이 해외에 나가 훈련하는 것 자체로도 큰 혜택인데 이걸 당연한 듯 여기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행동을 하는 것 자체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군경팀은 선수들에게 대단한 특혜인데 이걸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군대에 가보니 공부 잘하는 서울 유명 대학 법학과 학생이 배식하고 있고 미술학도는 족구 라인 그리며 군 생활했다. 나도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공 잘 차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라고 군대까지도 혜택을 줘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들 쉬쉬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해볼까. 군경팀에 좋지 않은 인식이 생길까봐 함부로 못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할 말은 해야겠다. 군경팀에서 흔히 말하는 ‘짬’만 조금 차면 다들 핸드폰도 쓰고 일반인처럼 지낸다. 경기에서 이겨도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휴가증 정도로 ‘퉁’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프로팀에 비해 수당이 적을 뿐 군경팀 선수들도 두세 경기 이기면 일반인 한 달 월급도 충분히 번다. 원소속 구단에서는 계약에 따라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연봉의 일정 부분을 제대 후 일괄 지급해 주기도 한다. 리그 경기가 끝나면 외박도 일반 현역병 보다는 훨씬 더 자주 나온다.

제약이라면 자유시간이 통제되는 것 정도다. 다른 군인들처럼 새벽에 불침번을 서지도 않고 외곽 근무를 나가지도 않는다. 시즌 끝나면 기껏해야 사격 정도하고 전방 부대 견학이나 간다. 군경팀 선수 중 일부는 말년이 되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한다며 작은 부상만 입어도 경기 출장도 안 하려고 한다. 감독과 대면해 아파서 경기에 못 나가겠다고 한다. 지금껏 이런 선수들을 많이 봐 왔다. 그들에게 군경팀은 그저 군 생활을 꾸역꾸역 채우는 곳이다. 제대 직전 코뼈 골절로 안면보호용 마스크를 끼고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에 나가기도 한 이정협의 사례가 그래서 더 돋보인다. 당시 이정협은 대회에 참가하느라 전역식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물론 이정협처럼 귀감이 될만한 사례도 꽤 있다. 군경팀 선수라고 다 군기가 빠졌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이들은 축구선수이기 이전에 군인이다. ⓒ상주상무

다른 팀 선수 아닌 다른 사병과 비교해보길

군경팀 선수들은 대단한 특혜를 받고 있다. 이마저도 요리 빼고 저리 빼 안 오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런 선수들에 비하면 군경팀 선수들이 자유시간을 통제받고 다른 팀 선수들에 비해 적은 연봉을 받는 게 억울하긴 할 것이다. 하지만 군대에 없는 다른 일반 선수들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다른 현역 군인들과 비교해 봐야 한다. 군경팀 선수들보다 더한 특기를 가지고 있는 이들도 공을 차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전방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군경팀에 있는 걸 감사하게 여겨야 한다. 현역 군인이 남들 다 혹한기 훈련 중인 이 시기에 괌에서 술을 마시며 여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전군을 힘 빠지게 만드는 일이다. 성폭력 혐의는 이와는 별개의 문제다.

연예병사 상추와 세븐은 군 복무 중 근무지 이탈로 오랜 시간 비난 받아왔다. 그들이 안마 시술소에 출입해 불법 안마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결국 이 혐의는 벗었다. 하지만 대중은 여전히 그들에게 군 시절에도 특혜를 입었다면서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법적인 처벌과 대중의 심판은 같지 않다. 이후 연예병사 제도는 폐지됐다. 논란에 오른 김병오 한 명 때문에 군경팀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군경팀은 스포츠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다. 군경팀이 없었다면 스포츠계에 병역 비리가 만연했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스포츠 발전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군경팀이 없었다면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 스포츠제전에서 지금과 같이 많은 메달을 따지 못했을 것이다.

선수들이 군경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군대에 가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계속 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잠시 버티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이렇게 ‘당나라 군대’를 만들어 버리면 결국은 후배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나는 제대하면 끝이지만 이러다 군경팀에 대한 여론이 좋아지지 않아 폐지 수순을 밟게 되면 당장 후배들은 현역병으로 입대해야 한다. 김병오를 믿는다. 성폭행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군인으로서의 신분에서 벗어난 행동에 대해서는 따끔한 비판을 받아야 한다. 군경팀에 있는 선수들은 이게 얼마나 큰 혜택인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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