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으로 떠난 데얀과 니퍼트 ⓒ FC서울, 두산 베어스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서울 연고팀의 두 외국인 레전드가 같은 날 팀을 옮겼다. 공교롭게도 행선지는 수원이다.

먼저 kt위즈가 두산베어스 에이스 투수 니퍼트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4일 kt는 니퍼트와 총액 100만달러 계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니퍼트는 같은 날 실시되는 메디컬 테스트만 통과한다면 kt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 한겨울에 니퍼트 복귀를 염원하며 시위까지 나섰던 두산 팬의 입장에서는 맥이 탁 풀릴 수 밖에 없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설마설마'했던 일이 K리그 클래식에서 터졌다. 수원삼성이 FC서울 에이스 공격수 데얀의 영입을 발표한 것이다. 데얀은 메디컬 테스트까지 끝냈다. 계약 협상에 걸린 시간은 단 30분이었다. 이적설은 며칠 전부터 등장했지만 실제로 데얀이 푸른 색 옷을 입은 사진이 등장하자 충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두 선수 모두 서울 연고팀에서 전설로 남겨질 수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니퍼트는 2011년 두산에 입단해 7년 동안 94승 43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팀의 중심으로 두산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두산 팬들은 니퍼트를 '니느님', '니서방'이라 부르며 아꼈다.

이는 데얀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 서울에 입단한 데얀은 중국 슈퍼리그(CSL)에 있었던 2014, 2015 시즌을 제외하고 8시즌 동안 서울에 뛰면서 K리그 267경기 출장 154골을 기록했다. 데얀 또한 팀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그의 입에서 처음 나왔던 'Champion, Like always(항상 그랬듯이 챔피언)'이라는 말은 2016 시즌 서울의 캐치프레이즈였다.

원 소속팀에서 은퇴할 줄 알았지만 두 선수 모두 나이가 변수였다. 니퍼트는 나이에 비해 몸값이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두산과 재계약에 실패했다는 후문이고 데얀 역시 현역 연장 의지가 강했으나 나이가 많아 뛸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두 선수에게 손을 내민 곳은 수원 연고의 두 팀이었다. kt와 수원이었다.

공교롭게도 서울 연고 프로스포츠의 전설로 남을 수 있었던 두 선수가 똑같은 선택을 했다. 현역 연장이다. 그리고 행선지마저 수원으로 같았다. 서울의 사랑을 받았던 두 외국인이 이제는 수원의 유니폼을 입고 현역 생활 마지막 불꽃을 태울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씁쓸한, 누군가에게는 기쁜 희비가 엇갈리는 1월 4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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