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피르미누 ⓒ 리버풀 공식 페이스북

'송영주의 건곤일척(乾坤一擲)'은 송영주 SPOTV 해설위원이 매주 치열하게 펼쳐지는 경기들 중에서 여러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경기를 상세하게 리뷰하는 공간입니다. <스포츠니어스>는 앞으로 한 주에 한 경기씩 송영주 해설위원의 독특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독자들에게 글로 제공합니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 | 송영주 칼럼니스트] 명장들이 펼친 수싸움의 결과가 승패를 결정했다. 리버풀은 28일(한국시간) 안필드에서 열린 2017-18시즌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에서 시종일관 특유의 압박과 스피드를 통해 아스널을 압도했고, 피르미누와 사디오 마네, 모하메드 살라, 다니얼 스터리지 등 공격수들의 연속골을 앞세워 아스널에 4-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리버풀은 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포함해 공식 5경기 무패(4승 1무)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에 아스널은 2연패를 당하며 시즌 초반부터 고전하고 있다.

벵거의 묘수? 결과는 악수!

벵거 감독은 공수의 핵인 알렉시스 산체스와 로랑 코시엘니가 각각 이적설 논란 속 부상과 3경기 징계에서 복귀함에 따라 다양한 선수 구성과 전술이 가능했다. 그리고 벵거는 예상 외의 선발 명단을 구성했다. 시코드란 무스타피나 세야드 콜라시나츠가 아닌 롭 홀딩을, 알렉상드르 라카제트나 올리비에 지루가 아닌 대니 웰벡을 선발 출전시킨 것이다. 벵거의 생각은 리버풀의 빠른 측면 공격을 봉쇄하면서도 역습을 통해 득점포를 가동하겠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이것은 묘수가 아닌 악수가 되고 말았다. 벵거 감독은 짧은 패스에 의한 빠른 공격 전개를 통해 상대를 제압하기를 원하며 소위 말하는 ‘아름다운 축구’를 추구한다. 하지만 상대는 리버풀이다. 클롭 감독은 ‘게겐 프레싱’이란 이름 하에 상대의 빌드업을 방해하고 빠른 역습을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데 매우 능한 감독이다.

따라서 벵거 감독은 아스널을 이끌고 리버풀을 상대로 템포 싸움을 할 생각을 버리고 철저한 지공을 통해 리버풀의 템포를 방해했어야 했다. 이미 벵거 감독은 도르트문트와 리버풀을 상대하며 클롭 감독의 빠른 템포의 축구 앞에 무릎을 꿇은 적이 있지 않은가? 결국 벵거 감독은 후반전 들어 라카제트와 지루, 프란시스 코클랭을 투입하며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변화를 줬지만 실수를 만회하기엔 너무 늦은 선택이었다.

첫 골이 리버풀에게 자유를 주다

사실 리버풀과 아스널의 경기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골(80골)을 양산한 대결이므로 이번 대결에서도 첫 골이 언제, 어느 쪽에서 기록하느냐의 문제였다. 그리고 첫 골의 주인공은 리버풀의 피르미누였다. 전반 10분 동안의 힘겨루기 끝에 중원을 장악한 리버풀은 자신들의 축구를 마음껏 펼치기 시작했다. 중원을 지배하니 측면 공격이 살아났고, 측면이 날카로워지자 득점포가 가동되기 시작한 것. 그 결과, 피르미누가 전반 17분 고메스의 크로스를 헤더로 선제골을 기록하며 리버풀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후, 아스널은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이것이 오히려 리버풀에게 공간을 주는 결과로 이어졌고, 리버풀은 역습의 정석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리버풀이 마네와 살라, 스터리지 등을 활용해 효과적인 탈압박과 빠른 역습, 완벽한 마무리를 보여주며 3골을 추가했다. 리버풀의 역습을 막기엔 아스널의 1차 압박은 무용지물이었고, 롭 홀딩의 실수가 너무 많았으며, 체흐 골키퍼는 무기력했다.

전술 고수 또는 고집?

축구는 결과의 스포츠다. 만약 아스널이 리버풀에게 4-0으로 승리했다면 이 글은 벵거 감독이 아닌 클롭 감독의 일관된 전술에 대한 비판이 난무하는 글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벵거 감독의 전술에 대해 너무 매몰찬 비난은 삼갈 필요가 있다. 감독이 자신의 플랜A에 대한 자신감과 신념이 있다면 믿고 전진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그럼에도 벵거 감독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클롭은 자신의 플랜A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골키퍼를 제외하면 플랜A를 가장 잘 소화할 선수들로 선발 명단을 구성했다. 이와 달리 벵거 감독은 자신들의 축구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갑작스레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줬음에도 오히려 경기력이 저하된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이번 대결은 벵거 감독이 클롭 감독과의 대결에서 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프리미어리그 2R 리버풀 4-0 아스널

[피르미누 17, 사디오 마네 40, 모하메드 살라 57, 다니얼 스터리지 77]

리버풀(4-3-3) 카리우스- 모레노, 로브렌, 마팁, 고메스- 찬(84분 그루이치), 핸더슨, 바이날둠- 마네(74분 스터리지), 피르미누(80분 밀너), 살라

아스널(3-4-3) 체흐- 몬레알, 코시엘니, 홀딩- 베예린, 자카, 램지(46분 코클랭), 옥슬레이드 체임벌린(62분 라카제트)- 산체스(62분 지루), 웰벡, 외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