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유나이티드 김동석의 퇴장 장면. ⓒ중계 화면 캡처

[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자] 인천유나이티드로서는 아쉬운 한판이었다. 인천은 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대구FC와의 홈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패하지 않으면서 4경기 연속 무패(2승 2무)는 이어가게 됐지만 결과는 아쉬운 경기였다. 10위를 기록 중이던 인천이 이날 11위인 대구를 잡았으면 K리그 클래식 잔류 경쟁에서 한층 유리한 분위기를 점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은 무패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는 만족감보다는 안방에서 자신들보다 하위팀을 이기지 못한 결과에 대해 더 큰 아쉬움을 곱씹을 수밖에 없다.

결정적인 장면은 후반 5분 벌어졌다. 인천 김동석의 깊은 태클을 주심이 비디오 판독(Video Assistant Referees·VAR) 끝에 결국 퇴장으로 판정한 것이었다. 전반 내내 상대를 압박하며 좋은 경기를 펼쳤던 인천으로서는 이 퇴장 하나로 경기 흐름을 놓치고 말았다. 초반부터 다섯 명의 수비수를 내세우며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던 인천은 김동석이 퇴장을 당하게 급하게 박용지를 빼고 이상협을 투입하며 김동석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한 동안 최전방 공격수 없이 다섯 명의 수비와 네 명의 미드필더만으로 경기에 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후방에서 공을 끊어내고 전방에 이를 받아줄 선수가 없었다.

인처은 이후에도 문선민이 투입됐지만 5-3-1에 가까운 극단적인 수비 전술로 경기에 나서야 했다. 이기형 감독의 고민은 역력해 보였지만 결국 다섯 명의 수비라인을 네 명으로 줄이고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지는 못했다. 전반전을 만족스럽게 소화한 인천으로서는 후반 추가 시간까지 무려 44분 동안 10명의 선수가 악전고투해야 했다.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치른 경기였음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체력적인 부담이었다. 더군다나 이 경기는 무승부에 만족할 수 없는 잔류 경쟁의 아주 중요한 홈 경기였다. 그럼에도 인천은 공격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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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감독은 경기 후 김동석의 퇴장에 대해 아쉬워했다. “김동석이 의욕적으로 한다고는 했는데 조심했어야 한다”고 전한 이기형 감독은 “이런 박빙의 경기에서는 선수의 퇴장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수적 열세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해준 부분에 대해서는 고맙다. 전반전에는 생각한대로 공격과 수비를 잘 풀어갔다”며 “하지만 후반에 김동석이 퇴장을 당하면서 경기 흐름이 상대에게 넘어갔다. 위험한 순간을 내준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기형 감독도 선수 교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더욱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는 없었다. 인천은 후반 들어 문선민과 송시우 등 공격 자원을 투입했지만 기본적으로 다섯 명의 수비 라인은 그대로 유지했다. 공격과 수비 사이에는 공간이 넓었다. 이기형 감독은 “공격 숫자를 더 늘이다보면 좌우 측면에 공간을 내준다”면서 “대구의 양쪽 사이드백이 올라와 우리 수비를 더 괴롭힐 것 같아서 수비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교체 투입에 대한 고민이 많았음을 고백했다. 이기형 감독은 “그래도 지지 않고 이런 흐름을 이어간다는 게 중요하다”며 무패 행진을 이어간 것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나타냈다.

인천은 최근 3경기 연속 무패(2승 1무)의 흐름에서 대구를 안방으로 불러들여 좋은 분위기에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또한 인천은 늘 전반전보다 후반전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팀이다. 그래서 더 이 분위기를 깨는 후반 초반 단 한 장의 레드카드가 뼈아프다. 안드레 감독은 “상대가 한 명이 적어 우리가 경기를 하는데 부담을 덜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패 행진을 이어가게 돼 나쁘지 않은 결과일 수 있어도 상승세의 인천이 홈에서 대구를 잡지 못한 건 K리그 클래식 잔류 경쟁에서 몇 달 뒤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김동석의 퇴장은 인천의 상승세에 찬물을 뿌리고 말았다. 쓸 데 없는 퇴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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