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스포츠니어스ㅣ남윤성 기자] 어느덧 유럽축구의 시즌도 끝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이시기 축구팬들의 가슴은 더욱 뜨겁게 타오른다. 전 유럽의 패권을 가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결국 올라올 팀들이 올라온 16/17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첫 경기는 레알 마드리드와 AT마드리드의 마드리드 더비였다. 두 팀은 최근 챔피언스리그에서 네 번의 맞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웃은 쪽은 항상 레알이었다. 결승전에서만 두 차례 뼈아픈 패배를 당했던 AT였기에 이번 레알과의 대결은 복수 그리고 첫 우승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하는 산이었다.

레알은 이번시즌 계속해서 선수 구성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특히 중앙수비 자원의 부상이 끊이질 않았다. 라파엘 바란은 대퇴부와 햄스트링 등 잔부상에 시달렸고 페페는 AT와의 리그경기에서 갈비뼈가 골절되며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공격진을 이끌 BBC라인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유로2016 결승전에서 입은 무릎 부상으로 시즌초반을 소화하지 못했고 가레스 베일은 잔부상으로 너무나 자주 팀을 이탈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레알을 위기에서 구해낸 것은 로테이션 자원들이었다. 특히 시즌 내내 이적설이 끊이지 않았던 이스코와 벤치자원에 불과했던 나초 페르난데스의 활약은 눈부셨다.

양 팀의 스타팅 라인업. 레알은 이스코의 중앙 시프트를 활용해 AT의 두 줄 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해 나갔다. ⓒ 후스코어드닷컴 캡쳐

시즌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AT에도 부상자가 속출했다. 특히 이번 1차전을 앞두고 AT의 오른쪽 측면 수비라인은 완전히 붕괴됐다. 후안프란, 시메 브르살리코, 호세 히메네스까지 모두 부상으로 경기에 출장할 수 없었다. 때문에 디에고 시메오네 AT감독은 중앙수비수 루카스 에르난데스를 측면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에르난데스는 경기 내내 공수 모두에서 문제를 드러냈고 결국 승부는 오른쪽 측면에서 갈렸다.

지네딘 지단 감독의 묘수, 이스코의 중앙 시프트

시메오네가 부임한 이후 AT는 전술적인 짜임새를 갖추며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특히 플랫 4-4-2를 통한 두 줄 수비와 빠른 역습, 세트피스 공격은 매우 효율적이었다. 비록 시즌 초 어려움을 겪으며 지난 두 시즌만큼의 위용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레알의 입장에서 AT는 매우 까다로운 상대였다. 더군다나 베일의 부상과 호날두의 신체능력 하락으로 측면의 속도를 잃은 상태였기에 AT의 두 줄 수비를 뚫어내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의 선택은 이스코의 중앙 시프트였다.

양 팀의 스타팅 라인업. 레알은 이스코의 중앙 시프트를 활용해 AT의 두 줄 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해 나갔다. ⓒ 후스코어드닷컴 캡쳐

직선적인 속도를 활용할 수 없었던 레알은 다른 방법으로 측면을 활용했다. 그리고 핵심은 이스코였다. 다이아몬드의 꼭짓점에서 프리롤을 부여받은 이스코는 중앙에서 볼점유를 지원하다가 마르셀로와 카르바할의 전진이 필요한 순간 이동해 AT의 두 줄 수비 사이에서 공을 잡았다. 공을 잡은 뒤에는 직접 드리블을 시도하거나 측면으로 공을 전달했다. 이로 인해 AT의 수비 밸런스는 흔들렸고 경기 초반부터 균열이 발생했다. 결국 전반 10분 이른 시간에 호날두의 선취골이 터져 나오며 레알은 예상보다 쉽게 경기를 지배해나갔다.

변화와 반응에 대한 두 팀의 차이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교체되어 나가기 전까지 이스코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AT는 레알의 이스코 시프트에 일차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며 고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선수들의 컨디션 또한 좋지 못했다. 후반 들어 AT는 페르난도 토레스와 니콜라스 가이탄을 투입했지만 공격의 형태와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엔 변화가 없었다. 반면 레알의 전술은 변화무쌍했다. 전반 종료직전 카르바할의 부상으로 투입된 나초 페르난데스는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추가적인 균열을 막았다. 지단 레알 감독은 후반 들어 이스코와 벤제마를 빼고 마르코 아센시오와 루카스 바스케스를 투입하며 전술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양 팀의 스타팅 라인업. 레알은 이스코의 중앙 시프트를 활용해 AT의 두 줄 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해 나갔다. ⓒ 후스코어드닷컴 캡쳐

아센시오의 투입이후 레알은 토니 크루스, 카세미루, 루카 모드리치 세 명이 오른쪽으로 좀 더 쏠려서 위치함으로써 비교적 활발했던 AT의 왼쪽 측면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아센시오는 계속해서 수비적인 문제를 노출했던 에르난데스를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이후 바스케스를 투입하면서 레알은 4-3-3으로 포메이션을 또다시 바꿨다. 후반 들어 지친 AT의 수비를 속도로 제압하려는 지단 감독의 묘수였다. 변화에 빠르게 반응한 레알은 결국 후반 86분 호날두가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챔피언스리그 3경기 8골, 호날두의 진화는 계속된다

최근 호날두는 홈팬들의 비난과 야유에 시달리고 있었다. 데뷔시즌을 제외하고 여섯 시즌 연속 50골 이상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올시즌은 부상과 신체기량 하락으로 정점에 있었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리그 20골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니었음에도 호날두를 향한 비난은 줄어들지 않았고 홈팬들은 호날두의 슈팅이 골대를 벗어날 때마다 야유를 퍼부었다.

양 팀의 스타팅 라인업. 레알은 이스코의 중앙 시프트를 활용해 AT의 두 줄 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해 나갔다. ⓒ 후스코어드닷컴 캡쳐

하지만 슈퍼스타는 중요한 순간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다. 그리고 호날두는 레알의 진정한 슈퍼스타였다. 16강까지 2골을 기록하고 있었던 호날두는 지난 바이에른 뮌헨과의 8강에서 5골을 기록하며 챔피언스리그 100호 골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고 이번 AT와의 4강 1차전에서도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레알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최근 3경기에서만 무려 8골을 기록한 호날두는 이로써 여섯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올시즌 부진의 늪에 빠진 호날두를 보면서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지난 10년간 이어져온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 시대의 종말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플레이 스타일상 신체 수행능력에 더 높은 의존도를 보였기에 호날두의 시대는 이대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보란 듯이 진화했다. 비록 과거만큼 90분 내내 직선적인 속도를 내거나 강력한 슈팅을 때리지는 못하게 됐지만 순간적인 속도의 변화와 훌륭한 오프더볼 움직임, 정확한 슈팅 등 효율적인 득점 비율은 더 높아지고 있다. 다가오는 시즌 지네딘 지단 감독은 진지하게 호날두를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는 것을 생각해볼지도 모르겠다. 리오넬 메시와 호날두 위대한 두 선수의 플레이를 아직 더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다. 호날두의 진화는 계속된다.

skadbstjdsla@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