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베즈의 파업은 5개월간 지속됐다. 골프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나니 축구가 다시 그리워졌는지 맨시티로 다시 돌아왔다. ⓒ맨체스터 시티

[스포츠니어스ㅣ남윤성 기자] 금전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고용주와 노동자의 관계에서 태업은 불가피한 일이다. 합의점을 찾아 타협에 이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겠지만 때로 이들은 각자의 주장만을 고집하며 비극적인 결말을 낳기도 한다. 이러한 비극은 축구계에서도 흔히 일어나는데 대부분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달으며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다. 팀을 떠나기 위해 태업까지 불사한 선수들과 국제무대에서 망신당한 나라까지 사례들로 살펴보자.

태업에 민감한 토트넘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은 태업에 유독 민감하다. 그 이유는 지난 몇 년간 핵심선수들이 태업을 일으키며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시작은 불가리아 공격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였다. 2006년 토트넘에 입성한 베르바토프는 한 시즌 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의 이적을 희망하며 다니엘 레비 회장을 찾아갔다. 이적 시장 마감이 10일밖에 남지 않아 이적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베르바토프는 이듬해 공식적으로 이적을 요청했고 경기 출전을 거부하며 태업에 돌입하다 2008년 맨유로 떠났다.

토트넘은 베르바토프를 떠나보내며 받은 이적료로 루카 모드리치를 영입했다. 모드리치는 중원에서의 창의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며 빠르게 핵심선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모드리치는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열망을 드러내며 맨유와 첼시로의 이적을 요청했다. 구단으로부터 같은 리그로 이적은 절대 불가라는 대답을 들은 모드리치는 프리시즌 미국 투어에 무단으로 불참하며 태업에 돌입했다. 결국 토트넘은 모드리치마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보내야 했다.

베르바토프에 이어 모드리치마저 태업을 일으키며 토트넘을 떠났다. ⓒRCuerda29

토트넘의 핵심선수 태업은 모드리치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가레스 베일이 태업 논란에 휩싸였다. 12-13시즌 모든 대회에서 26골을 터뜨리며 잠재력을 폭발시킨 베일에게 레알 마드리드가 접근해왔다. 레알 마드리드의 1억 유로(한화 약 1250억 원)에 이르는 파격적인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던 토트넘은 이적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레알 마드리드로의 이적에 진전이 생기자 잔부상에 시달리던 베일은 추가적인 부상을 우려하며 훈련에 3일 연속 불참했다. 그리고 에스파뇰과 AS모나코와의 프리시즌 경기에 자신을 제외시켜달라고 요구하며 태업 논란에 휘말렸다. 결국 베일마저 태업 논란 속에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토트넘은 태업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향수병의 특효약 '머니파워'

카를로스 테베즈는 맨체스터 시티에서 활약하던 시절 향수병을 이유로 수차례 아르헨티나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그러던 2011년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원정경기에서 테베즈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자신을 개처럼 취급했다고 주장하며 교체 출장 지시를 거부한다. 이로 인해 구단으로부터 2주간 경기 출장과 주급 정지 징계를 받은 테베즈는 구단의 허락 없이 아르헨티나로 떠나며 태업에 돌입했다. 이러한 테베즈의 무단이탈은 무려 5개월이나 지속됐다. 이 기간 테베즈는 고향으로 돌아가 프로와 아마추어가 출전하는 골프대회에 참가하여 우승하는 등 축구를 멈추고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축구가 다시 그리워진 테베즈는 결국 만치니 감독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맨시티로 복귀했고 그해 맨시티의 극적인 프리미어리그 첫 우승에 힘을 보태며 유벤투스로 떠났다. 테베즈는 이후 유벤투스를 거쳐 고향인 보카주니어스로 금의환향했지만 머니파워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1년 6개월 만에 중국의 상하이 선화로 이적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봉(한화 약 460억)을 받는 축구선수로 등극했다.

회장을 화장실에 가둔 티아구

AT마드리드의 미드필더 티아구 멘데스는 유벤투스 소속이던 2008년 충격적인 방법으로 태업을 벌였다. 자신을 임대 보내기위해 에버튼, 모나코와 협상하던 코볼리 질리 회장을 화장실에 가둔 것이다. 꼼짝없이 화장실에 갇히게 된 질리 회장은 1시간이나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요청한 끝에 구단의 레전드인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에 의해 화장실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질리 회장은 인터뷰에서 “티아구가 나를 화장실에 가두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다. 친구로 생각하던 선수에게 이러한 사건을 당했다는 것은 상당한 수치다. 티아구는 이번 여름 유벤투스를 떠날 것이 더욱 확실해졌다. 피오렌티나와의 경기를 앞둔 주장 델 피에로에겐 자신감이 필요했지만 이번일로 민망함만 생겨났을 것.”이라고 말하며 티아구의 태업을 확인시켰다.

이적을 위해 왕따를 자처하다

웨스트햄과 뢰블레 군단의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드미트리 파예는 자국에서 열린 유로2016 이후 향수병에 시달렸다. 구단은 파예를 위해 갖은 노력을 펼쳤지만 결국 파예는 태업을 선언하며 감독과 동료들을 실망시켰다. 이 과정에서 파예는 훈련 불참뿐만 아니라 스스로 왕따를 자처했다. 주장 마크 노블은 “파예는 라커룸에서 동료들과 떨어져 구석에 앉기 시작했다. 지난 3주간 그에게 대화를 시도했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나와 파예는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다. 파예가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파예의 상황을 알렸다.

베르바토프에 이어 모드리치마저 태업을 일으키며 토트넘을 떠났다. ⓒRCuerda29

하지만 파예의 태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과거 생테티엔에서 활약했던 파예는 파리생제르망 이적을 위해 훈련과 리그 경기 출전을 거부했었다. 이번엔 왕따를 자처하며 태업을 벌였던 파예는 결국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전 소속팀 마르세유로 복귀했다. 이로 인해 웨스트햄은 구단 벽면에 칠해진 파예의 그림을 지워냈고 올 시즌 파예의 유니폼을 구입한 팬들을 위해 25파운드에 다른 선수의 유니폼으로 교환해주는 서비스를 실시해야만 했다.

경기에 투입시키면 자살골 넣을 것

2001년 마르세유를 떠나 첼시에 합류한 윌리엄 갈라스는 마르셀 드사이, 존 테리와 호흡을 맞추며 리그 정상급 센터백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무리뉴가 첼시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갈라스는 센터백이 아닌 사이드백으로 출전해야했다. 사이드백이 아닌 센터백으로 출전하기를 선호한 갈라스는 포지션에 대한 불만을 수차례 드러냈지만 무리뉴는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이에 유벤투스와 AC밀란이 센터백 포지션을 보장하며 갈라스의 영입을 희망했다. 하지만 첼시는 이를 거절했고 갈라스는 경기 출전을 거부하며 태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무리뉴는 계속해서 갈라스를 경기에 투입했고 이에 갈라스는 자신을 경기에 투입시킨다면 퇴장 또는 고의적인 실수를 저지르거나 자살골을 넣을 것이라며 첼시를 협박했다. 결국 2006년 여름 에쉴리 콜과의 맞트레이드로 아스날에 입단한 갈라스는 베르캄프의 등번호를 물려받아 10번을 달고 센터백으로 출전하며 꿈을 이뤄냈다.

월드컵에서 단체로 태업한 아프리카 팀들

위에서 언급한 선수들은 이적을 위해 태업을 불사했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팀들의 태업은 금전적인 이유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단체 태업은 카메룬 대표팀에서 먼저 시작됐다. 카메룬은 2013년에 은퇴를 선언한 사무엘 에투를 대표팀으로 다시 복귀시킨 끝에 월드컵 진출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에투는 보너스 문제에 휩싸인 선수들을 진정시키기보다 오히려 앞장서서 선수단 태업을 이끌었다. 카메룬 대표팀은 브라질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으며 태업을 선언했다. 이에 카메룬 축구협회는 보너스 지급을 위해 돈을 빌려왔고 선수단은 예정보다 8시간 늦게 브라질에 입성했다.

보너스 지급에 관련된 아프리카 팀들의 태업은 대회 도중에도 끊임없이 일어났다. 가나 대표팀은 16강행이 달린 조별예선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앞두고 보너스의 즉시 지급을 요구하며 태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감독에게 심한 욕설을 퍼붓고 협회 관계자를 폭행한 케빈-프린스 보아텡과 설리 문타리는 경기를 앞두고 팀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가나는 포르투갈을 상대로 승리한다면 16강에 진출해 추가적인 보너스를 지급받을 수 있었지만 1-2로 패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보아텡과 문타리는 가나 협회로부터 영구 제명을 당했다.

베르바토프에 이어 모드리치마저 태업을 일으키며 토트넘을 떠났다. ⓒRCuerda29

1998년 이후 16년 만에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는 프랑스와의 16강 경기를 나흘 앞두고 월드컵 출전 보너스의 즉시 지급과 16강 진출에 따른 추가 지급을 요구하며 훈련을 거부했다. 이에 조나단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보너스를 수령한 나이지리아 축구협회는 체육부 장관을 브라질로 보내 보너스를 선수단에게 전달했다. 나이지리아 대표팀은 대통령의 확답을 듣고 나서야 훈련에 임했지만 프랑스에 0-2로 패하며 귀국 행 비행기에 탑승해야 했다.

나이지리아의 국제적 망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월드컵이 끝난 뒤 나이지리아 정부는 8강 진출 실패 및 선수단 태업의 책임을 물으며 축구협회 임직원들을 해고했다. 이에 국제축구연맹(FIFA)은 ‘정부 및 제3자가 각급 축구연맹과 축구협회의 업무 및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며 나이지리아의 성별·연령별 대표팀을 비롯해 모든 프로구단의 FIFA가 주관하는 국제대회에 참가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임직원들을 복직시키고 나서야 FIFA의 징계를 면할 수 있었다.

보스만룰과 상호존중

선수의 자유 이적 권리 보호법인 ‘보스만룰’은 1990년 벨기에의 장 마르크 보스만에 의해 생겨났다. 1990년 RFC리에주와의 계약이 만료된 보스만은 프랑스로 이적을 시도했으나 원 소속팀 리에주에 의해 이적이 무산됐고 연봉까지 대폭 삭감 당했다. 이에 보스만은 선수의 자유 이적 권리보호를 주장하며 유럽사법재판소에 소송을 걸었고 5년간의 공방 끝에 1995년 12월 15일 승소했다. 이로 인해 계약 만료를 앞둔 선수는 원 소속팀의 제한 없이 다른 클럽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되었으며 외국인 선수에 대한 규정 또한 완화됐다.

베르바토프에 이어 모드리치마저 태업을 일으키며 토트넘을 떠났다. ⓒRCuerda29

보스만룰의 개정으로 선수들은 이적에 대한 자유로운 권리를 확보하게 됐지만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선수들은 태업을 선언하여 훈련에 불참하거나 재계약 과정에서 보스만룰을 악용해 구단을 압박하는 등 프로의식이 결여된 행동으로 구단과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반면 구단은 선수를 2군으로 보내며 선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비록 구단과 선수의 관계가 금전적인 이해관계로 얽혀있다 해도 상호존중이 결여된 태업은 어떠한 이유로든 정당화 되어서는 안 된다.

skadbstjdsla@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