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민축구단은 영화 <역전의 날>에 출연했다. ⓒ영화 화면 캡처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K리그 챌린지 고양자이크로FC가 이번에는 국고 부정 사용과 횡령 혐의로 적발됐다. 지난 13일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는 “고양자이크로가 2015년 유소년과 아마추어 축구 활성화에 사용해야 할 지원금 4억 6,800만 원 가운데 약 3억 8,200만 원을 부당 집행했다”면서 “보조금은 환수 조치하고 비리 임직원 등 4명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약 2억 8,700만원은 구단 운영비로 사용했고 나머지 약 9,600만원은 허위로 정산해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세금과 다름 없는 돈을 부정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횡령 과정을 보면 기가 찬다. 고양자이크로 재무이사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씨펀에 사업비를 지급하고 고양자이크로 이사장의 친인척과 본인이 운영하는 여행사 직원 등을 동원해 개인계좌로 입금 받아 보조금을 유용·세탁해 사용했다. 이 돈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스포츠토토로 인한 연간 수익금 중 일부를 경기주최단체지원금 명목으로 프로축구연맹에 준 돈인데 프로연맹은 이를 다시 각 구단에 나눠준다. 이 돈은 유소년 등의 분야에만 쓸 수 있게 돼 있지만 고양자이크로는 이 돈을 세탁해 부정적으로 썼다. 국민 세금과 다름 없는 돈을, 그것도 유소년 육성에 써야 하는 돈을 정상적으로 쓰지 않았다는 건 의도가 심히 불순하다.

1년 예산 4천만 원의 시민구단

현재 이 사안과 관련해 고양시 체육진흥과에서도 고양자이크로를 고발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화가 난다. 단순히 이 돈을 환수하고 누군가를 처벌하는 걸로 문제가 끝나서는 안 된다. 수 차례 조직 사유화 문제가 제기됐고 정상적으로 운영도 되지 않는 팀에 고양시와 정부가 수억 원씩을 후원하는 동안 정작 이러한 지원을 받아야 하는 시민구단은 처참하게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같은 고양시를 연고로 하는 곳이라 문제는 더 크다. 특히나 나는 오늘 고양시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을 공개하려 한다. 고양자이크로가 지원금을 세탁해 챙기는 동안 정작 후원이 필요한 K3리그 고양시민축구단은 자금 부족으로 하루살이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고양시민축구단의 한 선수가 구단으로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수당을 왜 안 주나요? 시에서도 지원이 나오는 걸로 아는데 감독님이 다 뒤로 챙기는 거 아닌가요?” 이 선수의 목소리를 격앙돼 있었다. 출장 수당 5만 원에, 승리 수당도 5만 원이 전부지만 이마저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고양시민축구단 김진옥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그런데 나는 정말 단 한 푼도 내 주머니로 챙긴 돈이 없어. 의심된다면 네가 고양시 체육진흥과에 가서 한 번 확인해보거라.” 결국 이 선수는 곧바로 고양시에 가 고양시민축구단에 배정된 예산이 얼마인지, 그 돈이 어떻게 지급됐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김진옥 감독의 비리를 캐려고 눈에 불을 켰다.

하지만 이 선수가 들여다 본 장부는 처참했다. 2016년 고양시에서 고양시민축구단에 배정된 예산은 4천만 원에 불과했다. 홈 경기시 볼스태프와 구급차 등을 준비하고 여기에 경기에 필요한 돈, 원정 비용 등을 생각하면 30여 명에 이르는 선수단을 도저히 운영할 수 없는 적은 비용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고양시에서 이 4천만 원의 예산을 받아가려면 “구단에서 자부담금 2천만 원을 내라”고 한 것이었다. 4천만 원의 지원을 받고 싶으면 2천만 원을 시에 맡겨 놓고 6천만 원을 가져다 쓰는 방식이었다. 이를 구단에서 겨우 깎고 깎아 자부담금은 1천만 원으로 줄였지만 빠듯한 살림의 고양시민축구단이 감당하기에는 벅찼다. 이 자부담은 1천만 원도 올 해 새로 취임한 남효신 구단주가 겨우 겨우 구해온 돈으로 해결했다.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뒤 관중에게 인사를 하는 고양시민축구단 선수들의 모습. ⓒ고양시민축구단

‘에이스’를 40만 원이 없어 내주는 팀

아무리 살림이 넉넉지 않은 편이라고 해도 원정경기까지 다녀야 하는 K3리그 팀이 4천만 원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년 예산으로 5억 원 이상을 쓰는 구단도 있는 상황에서 4천만 원의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고양시민축구단에는 올 시즌 한 명의 슈퍼스타(?)가 탄생했다. 바로 공격수 유동규였다. K3리그에서도 최약체로 평가받는 고양시민축구단에서 유동규는 올 시즌 중반까지 득점 랭킹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펄펄 날았다. 유동규의 활약에 힘입어 5월 의정부시민축구단을 상대로 3-2 첫승을 거두기도 했다. 유동규는 고양시민축구단의 단비와도 같은 선수였다. 하지만 그런 유동규가 올 시즌 후반기를 앞두고 돌연 팀을 떠났다. 팬들은 유동규의 이적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이적 역시 돈 때문이었다. 유동규는 양평FC로 이적하게 됐는데 여기에는 구단의 빠듯한 살림이 큰 이유였다. 고양시민축구단이 유동규에게 제때 수당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다. 과연 이 돈은 얼마일까. 한 달 동안 열리는 모든 경기에 출장해 대다수 경기를 이기면 1인당 최대 40만 원 정도가 지급되는데 이 40만 원이 없어서 유동규를 다른 팀에 빼앗기고 만 것이다. 더 뼈아픈 건 고양시민축구단이 지난 8월 양평FC와의 홈 경기에서 0-1로 패했는데 이때 득점을 기록한 유일한 선수가 바로 유동규였다는 점이다. 고양자이크로가 지원금 수억 원을 세탁해 쓰는 동안 고양시민들이 주축이 돼 운영되는 고양시민축구단은 단돈 40만 원이 없어 에이스를 잃고야 말았다. 같은 고양시를 연고로 하는 팀이지만 이 두 팀에 대한 대접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K3리그 대다수 팀 선수들이 ‘투잡’으로 돈을 벌고 있다. 선수 생활을 하며 유소년 지도자로 활약하거나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한 달에 몇푼 하지 않는 수당도 지급하지 못해 선수를 빼앗기는 일은 흔치 않다. 하지만 고양시민축구단은 이런 일이 지속되고 있다. 한 시즌이 마무리되면 아예 선수단을 해산하고 다음 시즌을 앞두면 선수단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팀에서 수년 동안 뛸 만한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2015년 7천만 원이던 시 예산이 2016년에는 4천만 원으로까지 줄었으니 살림은 더 빠듯해졌다. 이 4천만 원 중에서도 일부는 올 시즌이 이미 마무리됐음에도 아직까지 구단에 지급되지 않고 있다. 고양자이크로에 수억 원씩 지원하는 고양시가 정작 시민들의 팀인 고양시민축구단은 푸대접하고 있다.

고양시민축구단, ‘엑스트라 알바’에 나서다

지난해 고양시민축구단은 대단히 잘 나갔다.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무려 7승이나 거두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어느 팀과 붙어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9월 19일 홈에서 만난 전남영광FC와의 경기에서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0-5 대패를 당하고 말았다. 애초 엇비슷한 전력으로 평가받아 팬들이 내심 이 경기를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경기력은 처참했다. 손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대패를 당한 것이다. 그런데 실망한 팬들이 경기 종료 후 구단과 대화를 나누면서 너무나도 짠한 이야기를 듣고야 말았다. 감독과 선수들이 경기 이틀 전 아르바이트로 영화 보조 출연, 흔히 말하는 엑스트라로 나섰기 때문이다. 없는 살림에 한 푼이라도 보태고 싶은 감독과 선수들이 직접 나서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었다. 이 ‘알바비’로 선수들은 용돈이라도 벌 수 있었다.

고양시민축구단 선수들은 중요한 전남영광FC전을 이틀 앞두고 고양종합운동장에 모였다. 평소 이 멋진 경기장을 이용할 대관료가 부족해 고양어울림누리 경기장에서 경기를 해야 했던 이들로서는 이 무대에 섰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었다. 이유는 바로 이정재 주연의 한중 합작 영화인 <역전의 날> 보조 출연자로 나서 영화 촬영을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고양시민축구단 선수 25명은 파란 유니폼과 빨간 유니폼으로 나눠 입고 보조 출연자로 등장했고 국제심판 출신인 김진옥 감독은 심판 역할을 맡았다. 그렇게 밤 늦게까지 14시간에 이르는 고된 촬영으로 이들은 돈을 벌어 밀린 구단 사무실 임대료를 내고 나머지 돈을 선수들에게 ‘알바비’로 지급했다. 조기 축구회의 이야기가 아니다. 엄연히 대한축구협회 산하 리그에 소속된 고양시민축구단의 이야기다.

경기에 집중해도 모자를 판에 장시간 촬영까지 했으니 전남영광FC전에서의 선전을 바라는 건 애초부터 무리가 있었다. 팬들은 이 경기에서 대패한 이유를 듣고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 정도로 구단 살림이 빠듯한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고양자이크로가 수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으며 안산에서 연고를 옮겨 고양시의 주인 행세를 하는 동안 정작 고양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고양시민축구단은 이렇게 눈물 날 정도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2008년 고양시민들의 힘으로 탄생한 이 팀은 벌써 9년째 이런 역경을 버텨오며 운영되는 중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년 고양시에서의 예산은 줄어들고 있고 감독과 선수가 영화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기력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현실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뒤 관중에게 인사를 하는 고양시민축구단 선수들의 모습. ⓒ고양시민축구단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고양시 스포츠 정책

K3리그를 비롯한 대부분의 시,도민구단은 해당 지역 축구협회가 상당 부분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고양시민축구단의 경우 고양시축구협회가 고양시와 싸우면서도 예산 확보에 힘써야 한다. 하지만 고양시축구협회는 벌써 8년째 제대로 된 회장도 뽑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최성 고양시장 편에 선 인사들과 반대파 인사들이 서로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장을 뽑으면 서로 직무집행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싸운 게 벌써 8년째다. 여기에는 고양시축구협회와 고양시 체육회 사이의 권력 분쟁이 있었고 고양시체육회에서 고양시축구협회장 선출 이사회를 거부하는 등 끊임없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고양시민축구단은 소외되고 말았다.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줘야할 고양시축구협회가 파행 운영되면서 고양시민축구단은 고양시 체육회에 1년 예산을 올리면 대거 삭감되는 등의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여러 지역을 거쳐 고양시에 들어온 팀이, 그것도 조직 사유화 논란을 수년째 겪고 있는 팀이 수억 원의 지원을 받으며 이 돈을 뒤로 빼돌리는 동안 이 지역에서 9년째 뿌리는 내린 팀은 예산이 없어 감독과 선수들이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다. 더군다나 고양자이크로는 올 시즌을 끝으로 여주로 또 다시 연고지를 옮긴다는 소문도 있다. 이런 팀을 위해 고양시와 정부는 빵빵한 지원을 하면서 고양시민축구단을 외면한다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참고로 유소년 투자 명목으로 지원금을 받은 고양자이크로는 유소년 선수 1인당 한 달에 수십만 원의 회비를 따로 받아 챙기기도 했고 실력을 보고 뽑아야 할 선수들을 선착순으로 모집하기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고양시는 스포츠를 통한 사회의 질적 향상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익산과 김포, 안산을 떠돌던 개신교 축구팀을 데리고 온 건 고양종합운동장이 주인 없이 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산 낭비 소리를 들을까봐 아무 팀이나 가져다 채웠고 그 팀은 정부 지원금을 빼돌리는 범죄를 저질렀다. 여기에 농구장이 놀고 있으니 대구에서 프로농구 팀을 빼왔고 야구장을 지어 놓고는 고양원더스를 후원하다 이 팀이 없어지니 이번에는 NC 2군을 데려왔다. 창원을 연고로 하는 1군 팀의 2군 경기 연고지가 경기도 고양시라는 건 그저 경기장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심지어 아이스하키팀 하이원은 강원도 춘천과 경기도 고양시가 공동 연고지라는 아주 황당한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을 놀게 할 수는 없으니 여기에서 경기를 하게 하고 공동 연고지라는 명패를 단 것뿐이다.

고양시는 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 양적 팽창을 위해 좋은 스포츠 시설을 지어는 놓았는데 마땅히 쓸만한 주인이 없으면 그냥 여기저기에서 막 팀을 빼온다. 인구는 100만이나 되는 대도시인데 제대로 뿌리는 내린 스포츠팀 하나 없다는 건 고양시가 일을 한참 잘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더군다나 고양시에서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유일하게 고양시민들의 힘으로 창단된 축구팀이 있는데도 정작 이 팀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더 화가 난다. 고양시는 잘 생각해야 한다. 다른 돈도 아니고 유소년 육성에 투자하라는 보조금을 빼돌리면서까지 파렴치하게 운영하는 팀은 고양시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정작 지원해야 할 팀은 40만 원이 없어 에이스를 다른 팀으로 넘겨주고 감독과 선수가 경기를 앞두고 영화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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