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탄의 올 시즌 연봉은 7억이었다. 그에게 중국 슈퍼리그 톈진에서는 연봉 20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수원삼성 블루윙즈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어제(18일) 전주월드켭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30라운드 전북현대와 수원삼성의 경기는 기대감을 모으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이번 시즌 개막 후 29경기 무패행진(17승 12무)을 기록 중인 전북과 이런 전북 원정에서 4연패하던 수원의 승부였기 때문이다. 순위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수원이 반드시 전북 원정 무승 징크스를 털어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경기였기도 했다. 아무리 수원이 올 시즌 죽을 쑤고 있다고 하더라도 두 팀 자체가 주는 무게감은 다른 경기보다 훨씬 더 했다. 전북-수원전은 이번 라운드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경기였다.

심판의 카드가 지배한 경기

하지만 심판의 엉터리 판정이 경기를 망쳤다. 결과를 곱씹어 본다면 더욱 그렇다. 전반 42분 수원 조나탄에게 골을 허용한 전북은 후반 6분 조성환이 경고누적 퇴장 당하며 수적 열세에 놓였고 결국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상황을 복기해 보면 심판의 판정이 더더욱 애매하다. 일단 조성환이 후반 6분 수원 곽광선에게 가한 거친 태클은 경고가 분명하다. 하지만 논란은 바로 이전 상황이다. 전북 이재성이 공 경합 과정에서 쓰러졌고 곽광선이 목을 타고 넘어가며 거칠게 충돌한 장면에서 이동준 주심이 파울을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장면에서 정상적인 파울이 주어졌더라면 이후 조성환의 거친 태클은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계를 거꾸로 되돌려 전반전으로 돌아가보자. 더 엉터리 판정이 내려진 건 전반 10분이었다. 수원 산토스가 전북 측면을 치고 들어가다가 크로스를 했는데 이 공은 산토스 팔에 맞고 그대로 골 라인을 벗어났다. 골킥을 선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동준 주심은 공이 조성환을 맞고 나갔다면서 코너킥을 선언했고 평소 항의가 잦은 조성환은 심판에게 따지다 경고를 받았다. 만약 이 장면에서 정상적인 판정이 내려졌더라면 조성환은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할 일도 없었다. 조성환이 두 번의 경고 장면에서 거칠게 항의를 한 건 명백한 잘못이지만 항의까지 하기 전에 주심이 적절한 판단을 했더라면 이 두 장의 경고 모두 나오지 않을 수 있었다.

조성환의 판정만 애매한 건 아니었다. 이미 한 차례 경고를 받은 수원 이종성은 후반 18분 전북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동국을 거세게 밀쳤다. 이동준 주심이 다가가 경고를 꺼냈다. 이미 경고가 한 장 있던 이종성이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하나 싶었다. 하지만 이 경고는 엉뚱하게도 이동국과 전혀 충돌하지 않았던 수원 조나탄에게 향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이종성에게 제대로 된 경고가 내려져 그가 퇴장 당했더라면 경기 흐름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른다. 이종성은 이후 6분 만에 레오나드로에게 거친 태클을 가해 결국 경고누적 퇴장을 명령받았다. 정상적인 판단이었더라면 이미 경기장 밖으로 나갔어야 할 선수가 세 번째 경고를 받은 뒤에야 퇴장을 당한 셈이다.

전북-수원전이 끝난 뒤 사람들은 레오나르오의 프리킥보다 판정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 전북현대 공식 홈페이지

‘엉터리 판정’이 경기 흐름 바꿨다

심판이 경기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조성환이 오심으로 첫 번째 경고를 받지 않았더라면, 혹은 곽광선이 이재성과 충돌했을 때 파울을 선언했더라면 조성환은 퇴장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수도 있다. 조성환 퇴장 이후 최강희 감독은 신형민과 이동국을 연달아 투입하면서 모험을 가했는데 아마 정상적으로 11명이 뛰는 경기였더라면 이런 교체를 감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엉뚱한 조나탄이 아니라 이종성이 이동국을 밀쳤을 때 경고를 받고 퇴장 당했다면 수원의 전술 역시 달라졌을 것이고 결과가 이렇게 1-1 무승부로 끝나리라는 보장도 없다. 조나탄이 받은 억울한 경고 한 장이 나중에 경고누적 결장으로 수원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도 걱정이다. 이용래의 핸드볼 파울에 의한 프리킥 실점도 애매하지만 워낙 여러 논란이 많다보니 이건 논란거리도 안 될 정도다.

자꾸 ‘만약에’, ‘아마도’를 언급해야 하는 경기가 되고 말았다. 스포츠에 이런 가정은 쓸 데 없지만 그래도 심판이 경기 내용과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경기였다. 그나마 1-1 무승부로 끝났기에 다행이었지 승리가 한쪽에 넘어갔다면 참 말이 많을 경기였다. 전북이 엉터리 판정 때문에 역사적인 무패 행진을 끝내도 문제였고 수원이 이겼어도 이종성을 일찍 퇴장 시키지 못한 게 논란이었을 경기였다. 전북-수원전은 심판의 카드가 경기 흐름을 바꾼 말 그대로 심판이 지배한 경기였다. 경기가 정상적이지 않은 판정으로 격해지니 양팀 선수들도 흥분했고 결국 벤치에 앉은 감독들도 격렬하게 항의를 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주심 한 명이 뛰는 선수, 지시하는 감독, 응원하는 팬 모두 자극한 경기였다. 결국 경기가 끝난 뒤 흥분한 양팀 팬들이 충돌하는 일까지 벌어졌을 정도다.

경기가 끝나면 팬들이 경기에서 나온 기가 막힌 플레이를 가지고 논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기가 끝난 뒤 팬들은 레오나르도의 멋진 프리킥 골보다 이동준 주심의 판정에 대해 더 많이 언급하고 있다. 흔히들 가장 훌륭한 심판은 경기장에 있었는지도 모르게 존재감이 없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전북-수원전은 심판의 존재감이 너무나도 분명한 경기였다.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실력 만큼이나 심판들도 수준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레오나르도의 프리킥 만큼 심판의 눈도 날카로워야 한다. 다시는 이런 명품 경기가 심판의 ‘엉터리 판정’ 때문에 격투기로 변질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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