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상황이 심각하다.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이 9라운드까지 마친 현재 인천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개막전 상주와의 경기에서 두 골을 넣은 이후 무려 8경기 동안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는 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신명나는 축구를 펼쳤던 인천이 어쩌다 한 순간 이렇게 추락했을까. 어디에서부터 손을 써야 될지도 모를 만큼 인천이 무너지고 있지만 그저 넋 놓고 인천의 추락을 바라만 볼 수는 없다. 오늘은 올 시즌 인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해보려 한다.

1. 김남일과 한교원의 이적

지난 시즌 이 둘이 인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김남일은 구본상, 문상윤, 이석현 등 어린 선수들을 이끌면서 중원을 지배했다. 개인적으로 김남일의 지난 시즌 활약은 전성기 시절 못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측면에서는 한교원이 화려한 개인지를 앞세워 여러 차례 다른 공격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너무 잘해 과거 인천의 실력 있는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곧 팀을 떠날 것 같다’는 느낌을 확 받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 둘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전북으로 이적했지만 인천은 이 자리를 제대로 메워줄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다. 배승진과 주앙파울로를 영입했지만 무게감과 활약 면에서는 김남일과 한교원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2. ACL 진출 실패

인천은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7위를 기록했다. 후반 막판 힘이 빠지긴 했지만 시즌 중반까지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릴 만큼 성적이 괜찮았다. 인천 스스로도 “시민구단 사상 첫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우리의 다음 목표”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도 대단했고 실제로 이 꿈은 이뤄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인천은 시즌 후반 집중력이 떨어지고 여기에 심판의 결정적인 오심까지 겹치면서 결국 챔피언스리그 진출 문턱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나는 인천 축구 역사상 지난 시즌이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고 인천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팀으로 도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인천이 다시 챔피언스리그 목전까지 가려면 참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로 인천은 힘이 쫙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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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즈가 인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사진은 도통 구할 수가 없다. 경기에 나선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진=인천유나이티드)

3. 또 실패한 외국인 선수들

인천은 라돈치치를 비롯해 아기치, 셀미르 등이 동시에 활약할 때는 우승을 노릴 만큼 엄청난 팀으로 돌풍을 일으켰었고 데얀과 드라간 시절도 대단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인천의 외국인 선수 계보는 끊기고 말았다. 챠디와 코로만, 보르코, 싸비치, 베크리치, 루이지뉴, 디에고, 바이야, 엘리오, 제이드, 카파제, 프란시스, 빠울로, 소콜, 번즈 등 수 많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지만 이중 오랜 시간 K리그 무대에서 살아남은 이는 없었다. 특히 번즈는 호주 유학생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실력도 부족했고 부상으로 오랜 시간 팀에 보탬을 주지 못했지만 계약 기간이 엄청 긴 탓에 인천이 계속 그를 품고 있어야 했었다. 번즈는 인천 관광을 하며 SNS에서만 활약(?)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인천 유니폼을 새로 입은 디오고와 찌아고는 그럭저럭 예년 수준 외국인 선수 이상의 활약을 선보였지만 결국 인천은 올 시즌 이들을 보내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그리고는 당연하게도(?) 결국 인천의 올 시즌 외국인 선수들은 ‘또’ 실패했다. 디오고와 찌아고를 대신할 공격수 니콜리치는 올 시즌 부진만 거듭하다 심지어 지난 라운드 포항전에서는 퇴장까지 당하고 말았다. 인천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 계보를 우선예약해둔 상태다.

4. 무너진 선수 기용 방식

지난 시즌 인천의 승리 공식은 간단하지만 명쾌했다.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마술도 알고 보면 단순한 원리에서 시작되듯 ‘봉길 매직’도 단순한 원리였다. 후반 들어 상대가 이기고 있어 수비 라인을 밑으로 내리면 몸싸움이 좋고 제공권에 능한 이효균을 투입했고 반대로 팽팽하거나 인천이 앞서고 있어 상대가 수비 라인을 위로 올리면 빠른 발을 앞세워 상대 뒷공간을 공략하는 찌아고를 투입했다. 그리고 이들은 경기에 투입될 때면 곧잘 활약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이런 공식이 완전히 무너졌다. 답답한 마음에 담배만 늘고 있는 김봉길 감독은 해보다 해보다 이제는 후반 교체 요원으로 지난 시즌 재미를 톡톡히 본 이효균을 선발로 투입하는 등 변칙적인 전술을 구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이효균을 선발로 돌리자 이번에는 후반에 분위기 전환을 위해 투입할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이것저것 다 해봤으니 이제는 새롭게 변화를 줄만한 선수 기용도 딱히 없다. 딱딱 맞아 들어가던 지난 시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5. 선수들의 욕심과 자신감 저하

지난 포항전 후반 중반 문상윤은 골키퍼가 나온 상황에서 슈팅을 날렸지만 이는 골문을 한참 빗겨 나가고 말았다. 문상윤이 아쉬워하는 사이 더 좋은 위치에 있던 구본상은 문상윤에게 달려가 “나한테 내줬어야지 뭐했느냐”고 버럭 화를 냈다. 문상윤이 무리하게 슈팅을 날릴 욕심을 버리고 더 좋은 위치에 있었던 구본상에게 내줬다면 아마 더 좋은 기회를 잡았을 것이다. 인천은 현재 8경기 연속 무득점을 끊어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감으로 선수들이 과도한 욕심을 내는 경우가 잦고 오랜 시간 득점을 하지 못하다보니 서로에 대한 신뢰도 잃은 모습이다. 전북과의 홈 경기에서도 남준재가 골키퍼와 완벽한 일대일 찬스를 맞았지만 이 기회를 날려 버리고 말았다. 욕심은 부리는데 또 자신감은 여전히 없으니 팀이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실력을 떠나 인천 선수들은 흔들리는 ‘멘탈’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6. 연이은 부상

올 시즌 인천 공격의 희망은 설기현과 이천수였다. 한교원과 디오고, 찌아고가 빠진 상황에서 경험 많은 이 둘이 뭔가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개막을 앞두고 설기현이 부상을 당하면서 최전방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아마도 설기현이 있었더라면 직접적인 득점은 아니더라도 동료들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설기현이 돌아올 쯤 이번에는 이천수가 부상을 당했다. 둘이 한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기대했던 팬들은 이제는 이천수의 복귀 날짜만 기다리게 됐다. 하지만 안 되는 팀은 정말 안 되는 모양이다. 이천수가 복귀하자 이번에는 다시 설기현이 다쳤다. 설기현은 허리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 6주간 뛰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에 부상을 안고 있지만 팀 상황이 좋지 않아 무리하게 복귀한 이천수도 정상 컨디션은 아니다. 안 다치는 것도 결국은 실력이니 인천으로서는 할 말이 없다. 설기현과 이천수가 한 그라운드에서 호흡을 맞추는 모습은 월드컵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

7. 운도 없다

인천은 참 운도 없다. 경기 내용이 나쁘지 않지만 슈팅이 상대 골문을 강타하는 경우도 많고 애매한 판정에 울기도 했다. 지난 포항전에서 이효균의 골은 오프사이드로 판정됐지만 이 역시도 온사이드로 판정해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잘 되는 팀은 슈팅이 상대 수비수를 맞고 굴절돼서도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인천은 그런 것도 없다. 인천의 올 시즌 부진은 단순히 분석을 통해 해결할 수 없는 원인도 있다. 고사를 지내거나 종교의 힘이라도 빌려야 하는 걸까. 올 시즌 지금까지의 인천은 안 되는 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8. 주앙파울로?

강등 전도사라는 오명을 쓴 주앙파울로를 인천이 영입할 때부터 찜찜했다. 2012년 광주에서 뛰며 팀의 강등을 지켜봐야 했던 주앙파울로는 지난 시즌 대전으로 옮긴 뒤에도 대전의 강등을 경험했다. 이제 K리그에 강등제가 정착된지 2년밖에 안 된 상황에서 2년 연속 강등의 산증인이 된 주앙파울로가 올 시즌 인천으로 둥지를 옮기자 불안해 하던 이들이 많았고 실제로 인천은 시즌 초반 강등 유력 후보로 떠오르게 됐다. 지켜보는 팬들도 답답하겠지만 죄 없는 주앙파울로는 또 얼마나 민망하고 미안할까.

인천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다. 단지 골만 넣지 못할 뿐이다. 지난 주말 열린 포항전도 결과적으로는 0-3 패배였지만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아마 무득점을 끊고 첫승을 올린다면 부담감이 사라져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이라는 팀이 원래 한 번 불 붙으면 무서운 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득점과 무승의 시간이 길어지면 후반기에도 다른 팀을 추격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다. 하루라도 빨리 골을 넣고 부진을 끊어야 한다. 지난 시즌 나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가장 많이 갔었다. 인천의 축구는 승패를 떠나 참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인천이 빨리 지난 시즌과 같은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 좋은 경기장에서 2부리그 경기를 한다는 건 K리그에도 엄청난 손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