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이 열린다는 것 자체가 축구팬들에게는 가장 큰 선물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 열린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는 더더욱 특별한 선물이 있었다. 선수가 팬을 사랑하고 팬이 또 다른 팬을 아끼는 마음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다. 그 어떤 스포츠의 그 어떤 리그에서도 볼 수 없는 훈훈한 광경이 지난 주말 펼쳐졌다. 오늘은 지난 주말 열린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의 특별한 선물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부상 아웃된 정대세가 재등장한 하프타임

정대세는 수원 유니폼을 입고 지난 9일 처음으로 수원월드컵경기장에 섰다. 수원과 강원의 경기였다. 그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센트럴코스트(호주) 원정과 K리그 클래식 성남과의 원정경기만 치렀던 정대세로서는 첫 홈 경기에 대한 감회가 남달랐다. 지난 두 경기에서 기대에 살짝 미치지 못했던 정대세는 이날 경기에서 펄펄 날았다. 전반 초반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더니 김두현의 골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골대까지 강타하면서 첫 홈 경기에서의 득점까지 놀렸다.

하지만 정대세는 전반 막판 허벅지에 통증을 호소하며 벤치에 교체 사인을 보냈다. 그에게도 무척 아쉬운 일이었지만 아픈 다리를 이끌고 뛰기에는 무리였다. 결국 그는 첫 홈 경기에서 전반 45분을 다 마무리하지 못하고 쓸쓸히 그라운드를 빠져 나와야 했다. 유난히도 몸놀림이 좋았기 때문에 정대세 본인에게나 팬들에게나 무척 아쉬운 일이었다. 누구보다 데뷔골이 중요한 정대세에게 이 부상은 그리 크지 않지만 안타까웠다. 그렇게 정대세는 전반 막판 한창 경기가 열리고 있을 때 혼자 라커룸으로 향했다. 더군다나 강원전에서 데뷔골을 넣을 경우 팬들에게 축구화를 선물하기로 약속한 터라 더더욱 그의 부상이 아쉬웠다.

그런데 전반전이 끝나고 백업 멤버들이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있을 때 정대세가 허벅지에 얼음을 대고 절뚝거리며 다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축구화를 양 손에 든 채 맨발 차림이었다. 정대세는 그리고는 골대 뒤 수원 서포터스석 앞에 가더니 자신의 축구화를 팬들을 향해 던졌다. 비록 첫 홈 경기에서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열성적인 응원을 보낸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 축구화 두 짝 중 한 짝은 힘 조절을 잘못해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의 통로에 빠지긴 했지만 말이다. 이제 막 수원에 입단해 아직은 팬들과 서먹할 수도 있지만 그는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선물로 대신했다. 팬들은 축구화를 선물하고 돌아서는 정대세의 이름을 연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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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성은 500경기 출장을 기념해 입었던 이 특별한 유니폼을 팬들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사진=전북현대)

최은성의 특별했던 유니폼, 그 주인은?

같은 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전북과 울산의 경기가 열렸다. 이 경기는 현대가(家)의 맞대결이라는 의미뿐 아니라 최은성의 개인 통산 500경기 출장이라는 대위업이 달성되는 의미있는 경기였다. 비록 이제 더 이상 대전 선수는 아니지만 대전 팬들은 오랜 시간 대전을 위해 뛴 최은성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전북과 울산의 경기였고 대전 팬이 나서는 모양새를 원치 않았던 대전 팬들은 오랜 시간 선수단 출입구에서 최은성을 기다렸다. 그리고 전북 구단 버스가 들어오자 최은성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제는 전북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그들에게 최은성은 무척이나 특별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초 축구를 그만둘 뻔했던 최은성은 전북이라는 새로운 팀에서 다시 도약하며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았던 500경기 출장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그래서 그의 500경기 출장은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고 이날 경기에서 최은성은 훌륭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가 끝난 뒤 동료들과 축하를 나눈 그는 곧바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전북 팬들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이날을 특별히 기념하기 위해 입었던 등번호 500번의 유니폼을 벗어 팬들에게 던져줬다. 너도 나도 이 역사적인 유니폼을 얻기 위해 한바탕 전쟁이 펼쳐졌고 결국 한 전북 팬이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주위에서는 다들 부럽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특별한 선물을 다른 이에게 넘겨주기로 했다. 정작 이 선물을 받아야 할 주인공은 대전 팬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주변 축구팬을 수소문해 열정적으로 최은성과 대전을 응원하는 팬에게 이 의미있는 유니폼을 선물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유니폼은 우리에게도 특별하지만 대전 팬들에게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결국 최은성이 전북 팬들에게 던져준 유니폼은 돌고 돌아 한 대전 팬에게 돌아갔다. 그토록 ‘대전의 최은성’을 그리던 대전 팬은 이 유니폼으로나마 그 그리움을 달래게 됐다. 팬을 생각한 최은성의 마음과 또 다른 팬을 생각한 전북 팬의 마음이 담긴 행동이었다.

누군가는 축구에서 골이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라운드에서 보여준 이들의 가슴 따뜻한 행동을 보고 있자니 축구에서 최고의 선물은 골이 아니라 팬들을 아끼는 선수의 마음과 또 다른 이를 배려할 줄 아는 팬의 마음이 최고의 특별한 선물인 것 같다. 이게 바로 K리그 클래식의 매력 아닐까. 이제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은 막 2라운드를 소화했다. 앞으로도 이런 특별하고도 아름다운 선물이 많은 이에게 전달될 기회가 있다. K리그 클래식을 더 가슴 따뜻하게 해줄 다음 선물은 뭐가 될까. 개인적으로는 NS윤지의 축하공연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