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위력은 대단하다. 글 한 줄이 삽시간에 전세계로 퍼져 나간다. 이 때문에 많은 스타들은 SNS로 인해 구설에 오르기도 하고 주목받기도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SNS에 과도하게 매달리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트위터 팔로워들이 남기는 “제가 지금 똥을 쌀까요? 짜장면을 먹을까요?”와 같은 쓸 데 없는 글을 보고 있는 것도 고역이다. 하지만 SNS는 잘 사용하면 대중과 소통할 수 있고 긍정적인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에서도 신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SNS 활용법 교육 프로그램을 열 정도로 이제 SNS는 무척이나 중요해졌다. 올 시즌 K리그에서 트위터를 가장 잘 사용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을 꼽아봤다.

워스트3. 김현회

나는 참을성이 있다거나 인성적으로 훌륭한 사람은 아니다. 간디가 아니다. 몇몇 분들이 트위터를 통해 나에 대해 비난을 하면 거기에 발끈한 적도 많다. 관심에 대한 남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해야 하지만 키보드 워리어 출신이라 욱하는 마음에 몇 번 다툼을 벌인 적이 있다. 특히 건전한 비판이야 겸허하게 받아들이지만 있지도 않은 사실을 진짜인 것처럼 퍼뜨리는 이들을 보면 키보드 워리어로서의 본능을 그대로 들어냈다. 약간은 치사한 방법이지만 내가 정당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고 싶어 비난 글을 RT하는 치졸한 방법도 썼다.

반성한다. 이런 식으로 트위터를 활용하는 건 트위터의 긍정적인 측면이 아니다. 나를 팔로우 한 이들은 축구 소식을 접하고 싶은 것이지 내가 중학생과 싸우는 모습을 보려는 것은 아니다. 축구 이슈에 대한 내 생각을 접하고 싶은 것이지 내가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내가 어떤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지 보고 싶은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트위터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그래서 스스로 올 한 해 키보드 워리어로 맹활약한 나에게 워스트 3위의 순위를 매겼다. 그리고 나를 이렇게 순위에 선정해 놓아야 다른 워스트 선정자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조금 덜 할 것 같다.

워스트2. 홍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이를 좋지 않은 순위에 올리는 건 무척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올해 초 홍철의 트위터 활용은 굉장히 아쉬웠다. 홍철은 성남이 지난 4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센트럴코스트 원정에서 1-1로 비긴 뒤 트위터를 통해 “승리하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90분 종료 휘슬이 울리면 또 못 이겼다고 축구 전문가인 것처럼 말도 안 되는 비난을 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누구보다 아쉽고 힘든 사람은 그라운드에서 뛴 사람”이라면서 불만을 토로했고 이후 거센 비난이 일자 “왜 반말을 하시죠. 너 너 그러는건 쫌 아닌거 같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홈경기를 뛸 때마다 느끼는 데 관중이 너무 없다. 많이 불러 달라”는 글을 올려 일부 서포터스가 “그렇다면 관중이 많은 팀으로 떠나라”며 대립하기도 했다.

이후 홍철은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모든 원인은 저 때문에 시작된 일이니 많이 반성하겠다. 이번 계기를 삼아 더 발전되고 더 성장한 홍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삭발을 했다. 하지만 홍철은 트위터 논란 이후 한 동안 슬럼프에 빠지면서 적지 않은 고생을 했다. 신태용 감독 역시 “홍철의 생각이 짧았던 것도 있지만, 팬의 발언이 과격했던 부분도 있었다. 홍철이 아직 트위터 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하다. 컨디션이 50% 가량에 머물러있다. 팬들께서 앞으로 질책보다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홍철은 이후 깊이 반성하고 더 이상 트위터를 통해 팬들과 충돌하지 않았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트위터 대신 애니팡에 전념하고 있다. 워스트에 뽑은 미안한 의미로 하트 하나 선물해야겠다.

워스트1. 최태욱

최태욱은 평소에 트위터에 글을 자주 올리지는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트위터만 붙잡고 있는 이들에 비하면 양반이다. 하지만 글 하나로 올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승부조작으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선고받고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영구제명을 당한 뒤 마케도니아리그에 진출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최성국을 옹호했기 때문이다. 최태욱은 자신의 올 2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최성국 화이팅이다. 한 번이라도 죄를 짓지 않거나 거짓말하지 않았다면 성국이를 비판해도 좋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 아내의 남편, 세 아이의 아빠인 성국이를 비판하지 말자.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나도 그 상황이었다면 실수하지 않았다고 장담못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대다수 팬들은 승부조작을 옹호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최태욱에게 거센 비판을 가했다. 태극마크까지 단 베테랑 K리거가 승부조작으로 K리그를 큰 위기에 빠뜨렸던 이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건 무척이나 민감한 문제였다. 여기에 제주 양준아 또한 최태욱의 트위터 논란에 대해 “사람이 아무리 큰 잘못을 했더라도 힘내라는 말한마디도 못해주나요? 인간대 인간으로서 혹은 친구로서 그 정도의 도리도 할 수 없는 건가요. 참 그저 마음이 아프네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인데”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부추겼다. 결국 최태욱은 “축구를 사랑하시는 팬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지 못하고 글을 올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라는 마지막 글을 남기고 트위터계에서 은퇴한 뒤 올 시즌 그라운드에서 훌륭한 활약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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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백’ 유종현의 예술 세계를 표현한 작품. 이 작품은 인간의 고뇌와 슬픔, 현대 사회에 만연한 모럴해저드를 비꼬는 듯한 조소 따위는 없고 그냥 테트리스다. (사진=유종현 트위터)

베스트3. 유종현

‘쫄깃쫄깃 유록바’ 광주 유종현은 트위터 스타다. 팬들과 부드럽게 소통하면서 적절한 유머를 구사할 줄 아는 유종현은 트위터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보기 좋은 예다. 유종현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신의 트위터에 “경기장에서 응원해주세요. ‘같이’의 ‘가치’를 느껴보세요”란 글을 남겨 팬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한 번은 이런 글을 남기기도 했다. “초딩 때부터 울 엄마 아빠가 나한테 하신 말씀. 전학 가는 친구들을 보며 게임 못 뛴다고 전학가면 그 학교에서 게임 뛸 거 같니? 여기에서도 못 이겨내면 다른 데서도 똑같아. 한 팀에서 최고가 되랏! 난 그래서 전학 한 번 없이 백석초 6년, 백마중 3년, 안양공고 3년, 건국대 4년. 16년을 팀에 희생했다. 이제 광주 차례. 이겨내자. 더더욱 높이가자. 전학은 없다. 졸업할 때까지 이 팀에 있는다. 광주에 도움이 되자. 보잘 것 없는 나를 키워준 팀. 무한애정을 갖고 봉사, 희생하자.” 아마 어디에서 명언집이라도 구한 모양이다. 이렇게 감동적인 글을 직접 떠올리기에 그의 외모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또 시간이 날 때면 재미있는 그림을 공개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유록바’에서 ‘유화백’으로 변신한 그는 지난 3월 슈바가 극적인 골을 기록해 제주에 3-2로 승리한 뒤 재치 있는 그림을 그려 트위터에 공개했다. 당시 슈바의 골을 테트리스 게임을 하다가 길쭉한 ‘짝대기’가 나올 때에 빗대 그린 이 그림은 난해하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림 실력이 대단한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팀 동료들이 옆에서 잘 그린다고 부추기니 더 신이 난 모양이다. 어찌됐건 센스 있는 그림 실력으로 사랑 받는 ‘유화백’ 앞에서 ‘만화재벌’ 샤다라빠를 비롯한 많은 축구 웹투니스트들이 긴장해야 할 것이다. 모든 선수들이 유종현 만큼만 트위터를 긍정적으로 활용하면 참 좋을 것 같다. 베스트 3위에 꼽힌 유종현에게는 부상으로 스마트폰 무료 충전 3회 쿠폰을 수여한다.

베스트2. 김병지

김병지는 1970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마흔 셋이다. 그와 동갑인 우리 삼촌은 아직도 2G폰을 쓰고 있는데 김병지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팬들과 소통한다. 얼마 전 내 친구 김동혁은 “하트 좀 보내달라”고 했더니 이모티콘으로 하트를 보내는 촌스러운 행동을 했지만 김병지는 나에게 ‘애니팡 하트’도 자주 보내준다. 김병지는 늘 트위터를 통해 팬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김병지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리그 스폰서인 현대오일뱅크 영수증을 모아 트위터에 인증샷을 올리면 직접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스스로 기획했다. 결국 김병지는 이벤트 응모자 중 한 명을 선발해 자신이 입었던 유니폼을 선물했다. “영수증을 더 모아오면 신었던 축구화까지 선물로 주겠다”는 글도 덧붙였다. 김병지는 늘 이렇게 트위터로 팬들과 소통한다.

아마 축구선수로 성공하길 바라는 유망주들이 있다면 해외 유명 선수의 스페셜 동영상을 보는 것 만큼이나 김병지 트위터를 들여다보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지난 10월 K리그 최초로 600경기 출장 기록을 깬 김병지는 트위터를 통해 자기 관리와 철학에 대해 친절히 소개하고 있다. 트위터에 “술을 21년간 마시지 않고, 담배를 21년간 피우지 않고, 몸무게를 21년간 1kg 이상 변화없이 관리했더니 21년간 K리그에서 살아남았다”고 밝힌 김병지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멀리 있지 않더라. 지금 하고 있는 일, 같이 하고 있는 사람의 관계에서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준비된 사람은 자기에게 온 기회를 살려 인생의 성공스토리를 쓰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강의다. 지난 4월에는 “5연승 하면 제가 지지자분들께 큰 멧돼지를 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길”이라며 새로운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김병지의 트위터는 피가 되고 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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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는 술이다. 맨날 술이다. (사진=대구FC 공식 트위터)

베스트1. 대구FC

대구FC 다른 구단 공식 트위터처럼 딱딱하지 않다. 일본 J리그 소속 구단에서 힌트를 얻어 구단의 마스코트를 의인화했다. 계정 자체를 구단 마스코트 ‘빅토’로 의인화해 운영하기 시작하니 팔로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1월에는 팔로어가 1,122명을 넘으면 팔공산에 올라가 셔플댄스를 추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결국 1,135명이 구단 공식 트위터를 팔로우하자 팬들과 함께 팔공산에 올라 약속을 지켰다. 대구 팬들은 형식적이지 않은 구단 공식 트위터를 통해 구단 소식을 전해 듣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부드럽게 팬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특히 돋보였다. 지난 9월에는 엉뚱한 행동으로 팬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사랑이 이루어지면 크리스마스에 100일을 맞을 수 있다는 ‘고백데이’를 틈타 울산 마스코트 ‘미호’에게 프러포즈를 한 것이다.

‘빅토’는 “에헴~ 쑥스럽지만 오늘은 고백데이니까.... 미호야 사랑한다. 비록 올해는 2경기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내년엔 꼭 그룹A에서 같이 만나 4경기 하자. 19일날 아챔도 화팅!! 승승장구해서 너네가 아시아 짱먹어”라면서 고백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호는 울산 공식 트위터를 통해 거절했고 ‘빅토’는 결국 ‘미호’에게 철퇴를 맞고 혼자 술을 마시며 괴로워하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웃음 짓게 했다. ‘빅토’는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오늘 미호에게 차였습니다. 혼자 있고 싶습니다. 다들 내 방에서 나가주세요.” 10월 강원FC 원정 경기를 앞두고는 강원 마스코트 강웅에게 “쓸개와 곰발바닥을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구워먹으리”라는 재치 있는 도발로 팬들을 웃게 만들었다. 트위터를 이용해 재미있는 방법으로 구단을 홍보하는 대구FC야 말로 베스트 1위에 오를 충분한 자격이 있다. 물론 이번 크리스마스는 ‘미호’ 없이 혼자 보냈겠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니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SNS는 양날의 검이다. 잘만 쓰면 대중과 소통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일부 팬들은 선수들을 공격하는 무기로 SNS를 활용하고 일부 선수들은 SNS를 통해 과도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충돌한다. 하지만 조금만 마음을 바꿔 SNS을 대한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는 SNS를 통해 K리그가 더욱 긍정적으로 비춰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