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11 현대오일뱅크 프로축구도 정규리그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팀들은 다음 라운드 경기가 끝나면 내년 3월까지는 귤이나 까먹으면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프로축구 각 구단들은 안방에서 열리는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한 시즌 동안 전폭적인 사랑을 보내준 팬들을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한다. FC서울도 오늘(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남과의 이번 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홈 경기를 앞두고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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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과 tbs의 특별한 이벤트
연예인도 오고 입장권 할인 행사도 하고 카드 섹션도 한다. 새삼 놀라운 건 없는 이벤트다. 올 시즌 프로축구에서는 이러한 이벤트를 준비한 구단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FC서울의 이벤트에는 ‘tbs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tbs 교통방송이 올 시즌 프로축구 팬들을 위한 숨은 조연이었다면 이날 만큼은 주인공이 된다. 프로축구 중계가 부족한 우리의 현실에서 구단과 지역 방송이 함께 손을 잡고 행사를 치른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단순한 마지막 홈 경기 행사로 생각하기에는 무척 뜻 깊은 행사다.

올 시즌 프로축구 경기를 가장 많이 중계한 방송사는 어디일까. 놀랍게도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 3사가 아닌 tbs다. tbs는 29라운드를 기준으로 무려 47차례나 올 시즌 프로축구를 중계했다. 이 수치는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 3사의 중계 횟수를 모두 합친 49회에 버금간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이라는 이름을 단 방송사보다 교통방송이 훨씬 더 자주 프로축구를 중계했다는 점은 놀랍다. 중계를 외면하는 방송사를 비판하는 것도 좋지만 tbs를 칭찬하는 일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tbs는 올 시즌 서울과 마케팅 공동 협약식을 체결했다. 올 시즌 케이블TV는 물론 DMB 방송을 통해 서울의 홈 경기를 빼놓지 않고 중계했고 원정 경기 중계도 꾸준히 해왔다. 서울 경기뿐 아니라 다른 수도권 지역 구단의 경기 상당수도 tbs가 중계를 해 축구팬들이 편하게 안방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만약 tbs가 프로축구 중계를 하지 않았더라면 올 시즌에도 우리는 인터넷 중계를 찾아 여기저기 해매고 있었을 것이다. tbs는 프로축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까지 자체 제작해 방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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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월드컵 중계권은 tbs로 넘기자’는 칼럼 쓸 날이 이제 몇 년 남지 않은 것 같다. (사진=tbs 홈페이지)>

중계 문제 해답, 지역 방송에 있다
결국 프로축구 중계 문제는 FC서울과 tbs의 관계에 해답이 있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을 통해 중계가 되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구단이 지역 방송사와 손을 잡고 중계 문제를 풀어가는 게 훨씬 현명하고 현실적인 선택이다. 수원과 대구도 티브로드에서, 대전과 광주는 CMB에서 인천은 남인천방송과 북인천방송에서, 부산은 헬로티비에서, 울산은 UBC에서 이런 식으로 중계에 대한 갈증을 풀고 있다. 화질과 앵글은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에 비해 떨어질지 몰라도 열정만큼은 울랄라세션 급이다.

언제까지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에서 중계를 해주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규정상 구단별로 중계권 협상을 할 수 없어 프로축구연맹에서 방송사별로 중계권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프로축구 구단이 이제나 저제나 연맹과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만 바라보고 있는 건 군대에서 가만히 아무 것도 안 하면서 휴가증을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성용의 명언처럼 답답하면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 게 빠르다.

물론 앞서 언급한 티브로드와 CMB, 남인천방송, 북인천방송, 헬로티비, UBC 등도 지역 구단 경기 중계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 내가 유독 tbs를 주목하는 건 구단과 마케팅 협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이러한 중계 시스템을 구축한 훌륭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FC서울이 정규리그 마지막 홈 경기를 tbs데이로 정했다는 건 그만큼 올 시즌 tbs가 보여준 ‘중계 정신’에 큰 도움을 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고 지역 시민의 관심을 먹고 자라는 프로축구 구단들로서는 지역 방송사와 연계하는 편이 가장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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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tbs는 이번 이벤트에 흥미로운 현장 방송을 한다. 파격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다. 경기 전 경기장 북측 광장에 이동식 스튜디오를 설치해 FC서울 팬들과 함께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라디오 95.1 교통FM <배기성의 라디오킹>이 경기장 앞에서 진행된다. 경기에 앞서 분위기를 띄우는 데 확실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방송사와 구단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훌륭한 사례다.

안전 문제로 실패했지만 월드컵에서나 볼 수 있는 스카이캠을 이번 경기에 도입하려는 시도도 했다. 대신에 보통 경기에 동원되는 6대의 카메라를 오늘 경기에서만큼은 10대로 늘여 역동적인 화면을 더 많이 선사할 예정이다. tbs는 관계자는 “내년에는 보다 좋은 환경에서 보다 많은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오프시즌 기간 동안 프로축구를 위한 프로그램 제작을 준비 중인데 팬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번 칼럼 댓글로 오프시즌 기간 tbs가 제작하는 프로축구 프로그램에 적합한 아이디어를 올려준다면 tbs 관계자가 이를 적극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올 시즌 초 tbs와 함께 의욕적으로 프로축구 중계를 시작했던 디원TV와 리얼TV는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한 채 중계를 접었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예상보다 부족한 시청자들의 반응도 이들이 프로축구 중계를 이어가지 못한 원인이 됐다. 특히 서울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tbs는 시청자의 반응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축구팬들의 성원과 지지가 없으면 명분이 부족해 예산을 낭비하면서 중계를 계속 하기가 어렵다. 결국 tbs는 중계가 꾸준히 이어지고 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청자들과 프로축구 팬들의 끊임없는 사랑과 성원이 필요하다.

오늘 서울에서 벌어지는 tbs데이 행사는 무척 큰 의미가 있다. 정규리그 내내 축구팬들의 중계 갈증을 풀어준 tbs와 FC서울이 손을 잡고 프로축구 사상 유례없는 언론 매체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 이벤트가 주목받고 앞으로도 tbs에 전폭적인 응원을 보내야 우리는 내년에도 ‘K리그 대표채널’ tbs를 통해 멋지고 아름다운 프로축구를 편하게 시청할 수 있다. 이 특별한 이벤트가 많은 이들의 성원 속에 성공적으로 치러지길 바란다. 오늘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가면 이영표도 볼 수 있고 이영표보다 더 예쁜 NS윤지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