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교통방송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지난 4월 2일 K리그 FC서울과 전북현대의 중계에서 FC서울에 우호적인 중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주의’ 결정은 방송사 재허가 또는 재승인 심사 때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는 법정 제재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들이 모두 K리그 중계를 외면하는 이 시기에 진정한 K리그 대표 채널로 우뚝 선 tbs의 이번 징계로 인해 그들은 몸을 움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tbs가 없다면 K리그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tbs가 징계를 받은 이유

지적받은 발언부터 소개하려 한다. 이날 경기에서 캐스터는 “전북현대 색깔의 옷을 걸그룹 티아라가 입고 나와서 그날 경기 완전히 FC서울 김샜거든요. 오늘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북현대 미드필드는 좋게 말하면 스케일이 크고 나쁘게 좀 말한다면 투박한 경기력을 보이는 팀입니다.”, “왼발 두 번의 컨트롤로 전북현대 수비수들을 전부다 허수아비로 만들었습니다.”, “tbs의 FC서울 홈 경기 첫 중계, 조마조마했던 저희 마음도 이제는 기쁨으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등이다. 하프타임에 서울 팬만 인터뷰했다는 점도 주의를 받은 이유다.

하지만 tbs는 지상파 채널이 아니다. 전국에 송출되는 방송이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만 송출되는 방송이다. 서울특별시 산하 사업소 중 하나로 서울을 비롯해 인천, 경기도, 충청지역 일부를 권역으로 하고 있다. 이런 방송에서 서울이 부각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tbs 뉴스를 보면 따로 서울 소식을 보도하는데 그것과 같은 맥락으로 봐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서울 사람이 서울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건 나처럼 연애에 목말라 있는 사람이 지나가는 여자 쳐다보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서울시민들이 보는 축구 중계에 FC서울이 주인공이 되는 게 이상한 일인가. 과거 경인방송에서는 부천과 안양, 성남 등 수도권 팀 위주로 중계를 했는데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수도권 구단이 주인공이었고 상대하는 팀들은 주인공을 떠받쳐 주기 위한 조연에 불과했다. 이번에 tbs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9조 사회통합을 어겼다는데 캐스터가 “전라도 사람들은 축구를 참 이상하게 하네요”라는 말이라도 했나. 연고 중심으로 싸우는 K리그는 사회통합에 반해 아예 중계를 하면 안 되는 일인가. 아, 그래서 다른 스포츠 전문 케이블들은 큰 뜻을 품고 중계를 안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중계 문제 해법 찾은 FC서울

K리그는 중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아무도 안 틀어준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을 틀면 온통 딱 한 종목만 나온다. 2008년 경기가 아직도 흘러나온다. 결국 K리그 구단은 머리를 쥐어짜 새로운 방송 루트를 개척했다. 지역 민방과 손을 잡았고 인터넷 중계를 시작했다. FC서울 역시 tbs와 공동 마케팅 협약식을 체결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tbs는 FC서울의 홈 경기는 물론 원정 경기까지 직접 따라가 생중계했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교통방송이 웬만한 스포츠 전문 케이블보다 훌륭한 화면을 직접 찍자 K리그 팬들은 열광했고 서울시민이라는 공통된 시장을 갖고 있던 양 측은 ‘윈-윈’했다.

뿐만 아니다. tbs는 FC서울 경기뿐 아니라 다른 팀들의 경기도 생중계하는 등 이번 시즌 그 어떤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보다 많은 K리그 경기를 내보내고 있다. 하이라이트 프로그램까지 제작해 K리그 팬들에게는 ‘무늬만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인 다른 방송사보다 낫다는 평을 들었다. 나는 FC서울의 팬은 아니지만 tbs를 통해 직접 경기장에 가지 못하는 날이면 곧잘 중계를 챙겨보기도 했다. 캐스터가 “FC서울 만세”를 외쳐도 괜찮다. 아예 못 보는 것보다는 낫질 않나. K리그를 보여주기만 한다면야 자막으로 “FC서울 말고 다 꿇어”라고 써도 괜찮다.

이 문제는 tbs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계 문제의 새로운 돌파구를 지역 민방에서 찾고 있는 K리그로서는 걸림돌을 만났다. 대구MBC에서 대구FC 경기 중계하는데 상대팀이 골 넣어도 “골 들어갔습니다. 신납니다”라면서 어깨춤을 춰야 할 처지다. 이게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일까. K리그는 이제 편파방송 논란과 싸워야 한다. 그 미묘한 줄타기를 하면서 긴장 바짝하고 방송을 해야 한다. 오히려 사회통합을 방해하는 방송은 이런 스포츠 중계의 편파 해설이 아니라 매일 호남이 어쩌고 영남이 어쩌고 하는 뉴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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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축구팬이 나에게 “한국 최고의 축구 채널은 어디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tbs 교통방송”이라고 말하겠다. (사진=tbs 홈페이지)

팬들의 자세도 성숙해야

상대팀 팬들은 편향 방송이 듣기 거북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편향 방송을 하는 상대팀을 비난할 수는 없다. 만약 이런 방송조차 없다면 아예 경기를 볼 수 있는 환경마저 사라지게 된다. 듣기에는 거북한 멘트가 흘러나오더라도 내가 응원하는 팀 경기를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볼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 실제로 tbs를 비롯해 K리그 특정 구단에 우호적인 발언을 한 방송사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건 서로가 죽는 꼴이다.

이런 제재가 들어온다면 과연 방송사가 중립적인 중계를 할까. 아니면 아예 중계를 포기할까. 예를 들어 보자. tbs는 FC서울과 손을 맞잡았다. 그런데 제재를 받고 우호적인 중계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결국 FC서울은 중계 효과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FC서울로서도 tbs 중계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렇게 결국 tbs가 중계를 포기하게 된다면 K리그 팬들로서는 축구를 볼 가장 훌륭한 루트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다. 그때 가서 “정의가 승리했다”고 환호할 건가.

정 상대팀의 편향 중계가 듣기 싫다면 내가 응원하는 구단에 “우리도 더 강력하게 하자”고 요구하는 편이 빠르다. 가뜩이나 중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K리그의 한 줄기 희망을 꺾지는 말자. 다시 문자중계의 시대로 돌아가야 속이 후련한가. 명심해야 할 건 상대팀 편향 중계를 죽인다고 해서 그 방송이 중립적인 중계로 돌아설 일은 없다는 점이다. 결국에는 서로 다 자멸하고 만다. 방송이 없어지면 없어졌지 현재 구단과 맞잡은 지역 방송들의 생리상 중립적인 중계를 바라는 건 너무 배부른 소리다.

A매치와 유럽 축구 중계는 어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보자. 방송통신위원회는 tbs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CMB나 CJ헬로비전처럼 대놓고 편파 중계를 하는 방송사는 지역 종합유선방송이라 이런 조치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tbs는 케이블 제작 방송사라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tbs는 이 규정을 준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고지명을 걸고 싸우는 스포츠를 교양이나 뉴스와 똑같은 잣대로 놓고 본다는 건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시민이 시청하는 채널에서 서울 편 드는 게 과장·허위 광고와 똑같은 징계 수위로 묶인다는 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한국이 통쾌하게 레바논을 6-0으로 물리치고 산뜻하게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예선을 시작했습니다.” 어제(2일) 한국과 레바논의 경기에서 중계진은 이런 말을 했다. 경기 내내 “우리 선수들이…”라는 말도 수없이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잣대라면 이것도 똑같은 편향 중계다. 아니 한국에 얼마나 많은 레바논 사람이 살고 있는데 이런 멘트를 지상파에서 막 할 수 있나. 방송통신위원회의 규정대로라면 앞으로 한·일전에서 일본이 골 넣어도 중계진이 똑같이 신나게 반응해줘야 한다.

그래. 백 번 양보해 국가대표 경기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널이 맞붙는 경기에서 국내의 대부분 중계진은 맨유 편에 서서 중계를 한다. 맨유가 찬스를 놓치면 “아쉽다”면서 탄식하고 아스널이 찬스를 놓치면 “다행이네요”라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거 방송통신위원회 사람들이 보면 아주 기겁을 할 노릇이다. tbs는 서울시민이 주로 보는 채널이라 그렇다고 치자. 제3자끼리 붙는데 편향 중계하는 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이거 방송통신위원회 직무유기 아닌가. tbs에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