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드디어 여성들에게 경기장을 개방했다. ⓒ 알 이티하드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한국 시각 토요일(13일) 새벽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역사적인 경기가 펼쳐졌다. 사우디 프로 리그 알 아흘리와 알 바틴의 경기였다. 경기 결과는 알 아흘리가 다섯 골을 몰아 넣으며 알 바틴을 5-0으로 꺾었다. 그러나 이 경기의 주인공들은 따로 있었다. 바로 여성들이다.

지금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은 축구 경기를 TV로 접할 수밖에 없었다. 2014년 12월에는 한 여성이 경기장에 몰래 들어가 체포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모하메드 빈 살람 왕세자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고 그는 자국 내 여성들에게 드리워진 규제를 점차 거두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은 이제 운전을 할 수 있으며 축구 경기장에 출입이 가능해졌다.

지난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여성 축구팬들의 경기장 출입 제한을 풀고 여성들에게 경기장을 개방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역사로 남을 첫 경기가 바로 알 아흘리와 알 바틴의 경기였다. 이날 기록된 총 관중은 23,898명이었다.

지난 11일 존 듀어든은 영국 언론 <가디언>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듀어든의 기사에서 한 사우디 여성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다"라고 전했다. 그녀는 "2010년부터 알 아흘리의 팬이었으며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매우 기쁘다"라고 밝혔다.

특히 제다 언론인 아실 바쉬라힐 기자는 사우디 여성들을 대표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녀는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많은 여성 팬들이 있다"라면서 "내 주변 많은 여성 친구들과 가족들은 축구에 거대한 열정을 갖고 있다. 경기가 열리는 날마다 여성들이 역동적으로 경기를 봐온 것을 목격했으며 그들의 남편, 아이들과 함께 크게 응원하는 것을 봤다. 서로 다른 팀을 응원하는 부부가 이기고 질 때마다 서로 괴롭히고 놀리는 것 또한 목격했다"라며 그동안 경기장에서 볼 수 없었던 여성 팬들의 모습들을 전했다.

이어 그녀는 "결정을 환영하는 사람들과 가족 중심으로 축구 경기에 참석하려는 열망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편 사우디의 문화와 전통에 위배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었다"라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사회는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변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라고 전했다.

사우디 프리미어 리그 소속 칼린 가딘 씨는 "수년 동안 기다려온 만큼 많은 여성들이 입장할 것이다"라면서 "일부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모든 결정에는 비판이 따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성들의 출입을 지지하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알 힐랄 팬인 가다 그라라는 여성은 "사우디 여성들은 오랜 시간 동안 축구 문화에 관여해왔다. 축구는 결코 남성들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라면서 "여성들이 그들의 남편, 아버지, 혹은 형제와 함께 경기장을 찾는다면 선수들은 더 흥분할 것이다.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왔고 모두에게 새로운 느낌을 줄 것이다. 놀라운 이벤트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알 아흘리와 알 바틴의 경기에서 여성들은 경기장을 찾았다. 여성들은 따로 마련된 개찰구를 통해서 입장했다. 경기장에 나타난 그들은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고 앉은 자리에서 깃발을 흔들며 그들의 팀을 응원했다.

제다에 거주하고 있는 루웨이다 알리 카심 씨는 "발전하는 국가가 매우 자랑스럽고 행복하다"라고 전했으며 람야 칼레드 나세르 씨는 "우리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날이다. 이 거대한 변화의 증인이 되었다는 것에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한국 시각 14일 새벽에 열리는 알 힐랄과 알 이티하드의 더비 경기 또한 많은 여성이 입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알 이티하드는 팀 색깔인 금색으로 칠해진 여성의 얼굴을 홍보 포스터로 제작해 트위터로 올렸다. 알 이티하드 클럽은 "남성과 여성 모두 이티하드 팬들이며 당신들 없이 팀은 완전하지 않다. 그대들과 함께, 현장은 완전하다"라고 트윗했다.

한편 여성들에게 할애된 공간은 아직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은 따로 마련된 개찰구를 통해 입장했으며 여성들을 위한 공간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은 다음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별도 카페와 기도실을 포함한 경기장의 나머지 공간들도 여성들에게 제공된다고 밝혔다.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