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는 연제민을 천하의 나쁜 놈으로 만들어 버렸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기레기’라는 말이 있다.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허위 사실과 과장된 부풀린 기사로 기자로서의 전문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사람과 그 사회적 현상을 뜻한다.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담긴 신조어다. 나도 ‘기레기’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현장에 나가고 사실을 확인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수를 할 때도 있지만 ‘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래도 쓰레기 중에 음식물 쓰레기는 되지 말고 분리수거가 되는 쓰레기는 되어야 하지 않겠나. 물론 대중이 언론을 전적으로 믿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기레기’를 벗어나는 건 쉽지 않다. 우리는 지금 ‘기레기 혐오시대’에 살고 있다.

‘인사이트’가 스포츠를 대하는 자세

그런데 모순적인 일이 있다. 조금만 사실 관계가 어긋나고 과장을 해도 ‘기레기’라고 손가락질 하는 많은 이들이 거짓 정보로 선동을 일삼는 매체를 SNS상에서 정기 구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유사 언론의 대표격인 ‘인사이트’를 정기 구독하는 이만 해도 무려 470만 명이다. ‘기레기’ 혐오현상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가장 ‘기레기’같은 행동을 하는 이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얻고 있으니 이거 참 모순이다. 한쪽에선 현장에 나가 열심히 일하는 이들이 ‘기레기’가 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사무실에 쳐박혀 인터넷에 떠도는 음모론이나 거짓 사실을 기사랍시고 쓰는 유사 언론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마치 종교를 욕하며 사이비 종교를 믿는 모습이랄까.

‘기레기’를 혐오한다면 ‘인사이트’를 비롯해 ‘위키트리’,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등 말 같지도 않은 내용을 기사랍시고 대중에게 전달하는 유사 언론부터 차단해야 한다. 이게 바로 올바른 언론 문화를 만드는 길이기 때문이다. 해외 토픽이나 가십 정도를 접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뭐 거짓이나 허위 사실을 진실로 믿으며 유사 언론을 들여다 보고 있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적어도 스포츠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들, ‘기레기’를 혐오하는 이들이라면 이런 유사 언론 사이트부터 차단할 필요가 있다. 이 ‘인사이트’를 들여다보고 있는 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는 것보다 유익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인사이트’가 스포츠를 향해 저지른 만행(?)을 살펴보자. ‘인사이트’는 지난 2015년 수원삼성 연제민과 전북현대 이동국이 가볍게 충돌한 일을 가지고 마녀사냥을 했다. 당시 연제민이 이동국의 머리를 가격하는 듯한 중계 화면 하나로 연제민이 이동국을 가격했다는 식의 기사를 썼다. 여기에 1993년생 선수가 1979년생 선배의 뒷통수를 때렸다는 자극적인 내용을 첨부했다. 더군다나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 이후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이동국을 피해자로 포장하니 여론은 폭발했다. 연제민은 졸지에 하늘 같은 선배를 폭행한 선수라는 낙인이 찍혔고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아야 했다.

'인사이트'가 스포츠를 대하는 수준은 딱 이 정도다.

선동과 마녀사냥에 상처 입는 선수들

하지만 ‘인사이트’ 보도는 사실이 아니었다. 중계 화면 각도상 연제민이 이동국을 가격하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연제민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해명했다. “아무리 지고 있다 해도 경기장에서 그렇게 대선배님께 개념 없는 짓은 하지 않는다. 만약 내가 때렸다면 (이동국이) 바로 나에게 달려왔을 것이다.” 이동국도 “내가 맞았다면 주심이 휘슬을 불었을 것”이라면서 “당연히 수비수는 몸을 날려 막아야 한다. 이번 일은 오해에서 빚어진 것이다. 어린 선수가 비난으로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려 470만 명이 보고 있는 ‘인사이트’의 거짓 선동 마녀사냥 때문에 입은 연제민의 상처는 금방 아물지 않았다.

지난 9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전북현대 이동국이 경기 도중 13살 아래 후배인 수원삼성 이종성에게 밀려 넘어졌다는 식의 기사를 썼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여론은 폭발했다. ‘인사이트’는 이종성을 ‘대선배’이자 ‘전국적인 스타’ 이동국의 가슴팍을 밀친 대역죄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앞뒤 맥락은 다 자르고 13살 아래 후배가 이동국을 밀쳤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니 이종성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는 건 당연했다. 물론 이종성의 플레이가 과도했던 건 사실이지만 이종성이 이 장면 이후 두 번이나 고개를 숙이고 이동국에게 사과했다는 내용은 쏙 빠지고 말았다.

이종성도 SNS를 통해 해명글을 올려야 했다. “이동국 선배님이 넘어지신걸 보고 바로 가서 죄송하다고 말씀 드린 후 일으켜 세워 드리려 했으나 바로 일어서지 못하셔서 조금 상황이 정리된 후 다시 가서 ‘죄송합니다’라고 정중하게 사과 드렸다.” K리그 경기장에 단 한 번도 취재를 하러 오지 않은 ‘인사이트’의 이렇게 K리그 특정 선수 대역 죄인 만들기는 멈추질 않는다. 지금도 앞서 언급한 기사들은 ‘인사이트’에 버젓이 올라와 있다. 470만 명이 구독하는 사이트에서 ‘스타’ 이동국을 피해자로 만들고 상대팀 선수들을 버릇 없는 후배로 내모니 여론이 들끓는다. 이건 심각한 마녕사냥이자 저널리즘은 철저히 무시한 행동이다.

'인사이트'가 스포츠를 대하는 수준은 딱 이 정도다.

선동과 조롱으로 이룬 ‘좋아요’ 470만의 신화

최근까지도 ‘인사이트’의 거짓 선동은 계속되고 있다. ‘인사이트’는 ‘K리그가 야구에 비해 인기를 끌지 못하는 10가지 이유’라는 칼럼을 통해 인터넷 댓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용을 게재했다. 전문성 결여 정도가 아니라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인사이트’는 한국과 모로코와의 평가전을 앞둔 상황에서는 ‘이번엔 자책골이 안 나오겠죠?’라며 비아냥대기도 하고 월드컵 조추첨에서 4그룹에 들어간다는 기사에는 버젓이 제목에 ‘승점 자판기’라는 조롱을 쓰기도 했다. 선동과 조롱으로 ‘좋아요’를 많이 받는 게 유일한 목적인 것 같다. 그들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이야기를 전하는 이들을 무려 470만 명이나 주목하고 있다는 건 무서운 일이다.

비단 축구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인사이트’에서는 ‘손연재 엄마가 발급받은 올림픽 AD카드가 논란이 되는 이유’라는 기사를 썼다. 배구 대표팀은 AD카드가 부족해 김연경이 통역까지 맡는 등 열악한 상황을 겪었고 남자 마라톤도 AD카드를 확보하지 못해 선수 둘이서만 훈련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면서 손연재의 어머니를 겨냥했다. ‘인사이트’는 “선수의 어머니가 AD카드를 받급 받은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얼핏 보면 피가 거꾸로 솟을 정도로 화가 나는 글이다. 다른 종목 선수들은 열악하게 훈련하고 있는데 손연재의 어머니는 대단한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속이 부글부글 끓을 일이다.

하지만 이건 마녀사냥이었다. 손연재가 메달을 딸 수도 있어 SBS가 손연재 어머니를 방송 관계자로 등록해 AD카드를 받았기 때문이다. 방송사에서는 유력 메달 후보의 부모님에게 이렇게 편의를 제공하고 메달 획득 과정의 감동을 단독으로 보도하는 게 흔한 일이다. 여자 배구나 남자 마라톤의 AD카드 부족과 손연재 어머니의 AD카드 발급을 같은 선에서 놓고 보며 손연재 어머니를 욕할 일이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470만 독자를 거느린 ‘인사이트’가 앞뒤 다 자르고 거짓 선동을 하자 여론은 마치 손연재 어머니가 엄청난 특혜를 입으며 다른 종목 선수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처럼 온갖 비난을 해댔다. ‘좋아요’와 공유만이 목적인 ‘인사이트’로서는 가뜩이나 여론도 안 좋은 손연재까지 끌어들여 대성공을 거뒀다.

'인사이트'가 스포츠를 대하는 수준은 딱 이 정도다.

그런데도 ‘인사이트’를 계속 볼 것인가

눈꼽 만큼의 언론 윤리도 없다. 지금껏 스포츠 현장에서 ‘인사이트’ 기자를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늘 논란거리만 만들어 누군가를 죽인다. 누군가를 지목해 독자들에게 마녀사냥을 해달라고 하면 아무 것도 모르는 이들은 또 우르르 몰려가 누군가를 향해 총구를 겨눈다. ‘인사이트’가 스포츠 현장에 취재 기자를 보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현장에 나오지 않더라도 전화로 사실 확인을 하는 수준은 거쳐야 하지만 그런 것도 없다. 그들은 ‘논란’, ‘부적절’, ‘비판받고 있다’는 식으로 인터넷 여기저기에 떠도는 이야기를 마치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 것처럼 선동한다.

스포츠 분야뿐 아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 집회가 있던 시각 성남서울공항에 나타난 수상한 비행기가 있었다며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전용기를 타고 촛불 집회에 맞춰 도망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기사로 쓴 적도 있다. 반박할 가치도 없는 헛소리다. 하지만 여기에 혹한 ‘인사이트’의 독자들은 자신들의 추측을 마치 사실로 받아들이고 댓글 전쟁을 펼쳤다. ‘인사이트’는 어디 외국인 있는 침팬지가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고 사진을 찍었다는 소식 정도를 제외하면 볼 가치가 없는, 아니 봐서는 안 될 수준이다. 서울 호텔에서 일왕 생일 파티를 한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이런 시국에…”라고 분노하는 척하더니 7분 뒤엔 오사카행 최저 티켓 홍보 기사를 쓰고 “오사카서 먹방 찍고 오자”는 페이스북 코멘트까지 단 적이 있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오질 않는다.

여기에 “한편 이 논란에 대해 누리꾼들은 ‘대박이다’ ‘소름 끼친다’ ‘충격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까지 보태면 그들의 거짓 선동과 마녀사냥은 대단한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인사이트’를 계속 볼 것인가. 특히나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인사이트’부터 끊어야 한다.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기자들도 작은 흠이나 실수로 ‘기레기’가 되는 판국에 본격 선동 매체 ‘인사이트’ 구독자가 470만 명이나 된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한쪽에선 ‘기레기 타도’를 부르짖으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완벽한 기레기’의 기사가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클릭수로 돈이 되는 ‘인사이트’가 이런 선동을 멈추지는 않을 테니 그러면 독자들이라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인사이트'가 스포츠를 대하는 수준은 딱 이 정도다.

스포츠를 사랑한다면 ‘인사이트’부터 끊자

‘인사이트’ 끊기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그래야 한다. ‘인사이트’를 비롯해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위키트리’ 등은 내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이런 매체를 구독하고 있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기레기’에 동조하는 일이니 한국 언론 발전을 위해서라도 끊어야 한다. 열심히 하는 선수들을 죄인으로 만들고 없는 사실을 마치 대단한 진실로 포장하는 데 동조해서는 안 된다. ‘인사이트’를 구독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기레기’를 비난할 자격을 잃는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인사이트’를 통해 죄 없는 많은 이들이 죄인으로 몰렸고 특히나 스포츠 기사와 관련해서는 심각할 정도의 선동을 펼치고 있다. 가만히 두면 또 다른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다. 한편 <스포츠를 사랑한다면 ‘인사이트’부터 끊자>라는 칼럼을 본 네티즌들은 “지나 잘하지” “김현회씨 사과부터 하시죠” “블로거 김현회가 할 말은 아니다” “스포츠니어스 팔로워 4600명이라 인사이트가 부러운가보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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