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FC 선수단 버스가 약 세 시간 동안 부천을 빠져 나가지 못했다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부천=조성룡 기자] 부천FC1995와 경남FC의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 2017 경기가 열렸던 20일 부천종합운동장의 불은 밤늦도록 꺼지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경기장 조명까지 모두 껐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의 불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 경남 선수단과 부천 팬이 늦은 시간까지 서로 대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천 팬들이 단단히 뿔났다. 경남 선수단도 이에 지지 않고 맞섰다. 이는 약 3시간에 가까운 대치로 이어졌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수많은 이야기가 전해지며 이 사건에 대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당시 유일하게 현장에서 경기를 취재한 <스포츠니어스>가 이 사건의 전말을 단독으로 보도한다. 이 현장의 유일한 취재진이었던 <스포츠니어스>는 사건의 처음부터 종결까지 모두 현장에서 취재했다.

사건의 발단, 이준희의 액션

갈등의 불씨는 경기 후반 31분에 벌어졌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호드리고를 향한 조병국의 태클에 대해 주심은 파울을 선언했다. 페널티킥이었다. 닐손주니어가 키커로 나섰다. 그는 골문 구석을 향해 슛을 날렸으나 이준희가 몸을 날리며 막아냈다. 튕겨져 나온 공은 경남 수비수가 걷어내며 위기를 넘겼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 다음 상황에서 갈등이 시작됐다. 위기를 넘긴 이준희는 뒤를 보며 포효했다. 마치 호날두의 '호우 세레머니'와 비슷했다. 그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이 때 부천 팬들은 이준희의 행동이 도발이라고 판단했다. 일부 부천 팬들은 격하게 항의했다. 가변석 밑으로 내려오다 제지 당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 와중에 경남은 배기종의 추가골까지 성공시켰다.

이 장면이 바로 사건의 시작이었다 ⓒ SPOTV 캡쳐

경기 종료 후 <스포츠니어스>는 이준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세레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감독 기자회견이 종료되고 나서 이준희 인터뷰를 준비하던 중 구단 관계자로부터 "인터뷰가 어려울 것 같다"는 통보를 받았다. 부천 팬들이 사과를 요구하며 경남 버스 앞에 모여있기 때문에 선수단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스포츠니어스>는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부천 팬들의 항의 "이준희 사과해라"

경남 선수단 버스가 서있는 곳 근처에는 이미 부천 팬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약 1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경호원이 쳐놓은 옐로우 라인 밖에서 이준희를 부르고 있었다. "사과하라"는 것이었다. 상당히 격앙된 모습이었다. 한 팬은 "20년 가까이 축구를 보는 동안 이런 광경은 처음 봤다. 이준희는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치가 지속되자 경찰과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구급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뒤에서 대기하는 중이었고 경찰은 팬과 선수단을 오가며 상황 파악에 주력했다. 팬들은 각양각색이었다. 격앙된 모습으로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팬도 있었지만 차분히 앉아 하염없이 선수들을 기다리는 팬들도 있었다.

한 팬은 차로 버스 앞을 막아섰고 일부 팬들은 욕설을 하기도 했다. 주로 사건의 당사자인 이준희와 선수단을 책임지는 김종부 감독에게 향한 말이었다. 때때로 '매수 경남'이라는 구호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과거 심판 매수 사건에 연루된 경남을 겨냥한 외침이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다 좋은데 욕은 안했으면 좋겠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남 선수단을 기다리는 팬 중에는 어린이 팬들도 있었다. 가변석에 있었던 어린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경찰에게 "경남이 잘못했는데 사과를 해야한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준희의 행동에 대한 잘잘못을 가리기 전에 그의 액션이 상당히 많은 부천 팬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확실해보였다. 계속해서 부천 팬들은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사과'를 둘러싼 치열한 대치

부천 팬들의 요구는 알고보면 간단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과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팬은 <스포츠니어스>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거창한 것을 요구한 것이 아니다. 그냥 우리 앞에 이준희가 나와서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한 마디만 하고 버스에 들어가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남 또한 이를 용납하기 어려웠다. 이준희의 행동이 사과까지 할 만한 일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이런 행동까지 통제를 할 경우 선수단 내부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였다. 사건 초반 경남 선수단의 입장은 "사과할 수 없다"였다. 그렇게 대치는 길어지고 있었다.

이 때 부천 구단 프런트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어찌됐건 상황을 마무리해야 했다. 팬들과 경남 선수단을 오가며 부지런히 설득 작업에 나섰고 절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먼저 그들은 경남 선수단을 안심시켰다. "신변 보호는 확실하게 할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메세지를 전달했다. 그리고나서 양 측이 모두 만족할 만한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부천 구단의 중재로 양 측이 협상에 들어간 것이다.

이 장면이 바로 사건의 시작이었다 ⓒ SPOTV 캡쳐

이 협상은 극적으로 타결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과 장소를 놓고 이견이 생겼다. 당시 협상 대표로 나섰던 팬에 따르면 팬들은 "우리가 신변에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더 물러나겠다. 와서 사과하라"고 요구했고 경남은 "선수단 버스를 트랙 쪽으로 뺀 다음 그곳에서 사과하고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과 몇십 미터의 차이였지만 이를 놓고 양 측의 입장은 강경했다. 결국 결렬되며 없던 일이 됐다. 한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놓고 '팬들의 인질극'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유일하게 현장에서 취재한 <스포츠니어스>가 경험한 분위기는 달랐다. 양 측의 자존심과 자존심이 부딪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태는 점점 길어질 것처럼 보였다. 일부 팬들은 돗자리를 펴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한 상황도 몇 차례 연출됐다. 선수단 버스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고 철문을 닫으려고 하자 한 부천 팬의 차량이 함께 뒤따라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몇 분 뒤 다시 나왔다. 부천 팬들은 상당히 격앙된 모습이었다. 욕설도 쏟아졌다. 하지만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나는 상황은 막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사과일 뿐이었기에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일어난 팬과 팬의 충돌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는 경남 팬들 역시 있었다. 이들도 한 쪽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절한 버스를 타고 창원으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들은 자리를 지켰다. 부천 팬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는 상황이기에 선수단이 걱정됐다. 일부 커뮤니티에 알려진 것처럼 부천 강성 서포터스만 자리를 지킨 게 아니라 중년 여성 팬들과 어르신들까지 몰려들었다.

양 팀의 팬들이 한 자리에 있다는 것은 언제든지 충돌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미 조짐은 보였다. 남성 팬들끼리 몸싸움이 일어날 뻔한 상황에서 부천 팬들이 사과를 하며 말렸고 한 켠에 함께 있던 양 팀의 여성 팬들은 서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대치가 계속되는 동안 두 팀의 팬들은 꽤 가까운 곳에 있었다.

결국 사고가 터졌다. 양 팀의 일부 팬들이 충돌한 것이다. 찰나의 충돌 이후 경남 측 당사자는 원정대 버스 안으로 들어갔고 부천 팬들은 이 버스를 둘러싸고 당사자가 나올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당시 현장에 경찰이 있었기 때문에 부천 팬들은 경찰에 곧바로 조사할 것을 함께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가 경남 원정 버스로 올라가 당사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당시 경찰은 경남 측 당사자를 가해자로, 부천 측 당사자를 피해자로 가정하고 조사했다. 부천 측 당사자는 처벌을 요구했다. 이렇게 갑자기 일어난 사건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몰려왔던 부천 팬들도 물러나며 경남 원정대 버스의 길을 열어줬다.

이 장면이 바로 사건의 시작이었다 ⓒ SPOTV 캡쳐

그런데 이 버스가 부천종합운동장을 빠져나가려고 신호 대기를 하는 순간 갑자기 부천 팬들이 몰려갔다. 그리고는 다시 버스를 막고 강하게 항의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부천 팬은 사건 경위를 묻는 <스포츠니어스>에 "경찰 관계자가 원정 버스를 원미경찰서로 보내고 조사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물러났다. 그런데 이 버스가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있었다. 원미경찰서와 반대 방향이었다. 그래서 다시 버스를 세웠다. 경찰이 우리를 속였다"라고 말했다.

또다시 몇 분간 강한 항의가 이어졌다. 경찰 측은 고심 끝에 경남 측 당사자 두 명을 직접 데려가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경남 팬 두 명이 버스에서 내려 경찰차에 탑승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경찰의 일처리에 강한 의구심을 표한 일부 부천 팬들은 자가 차량으로 원미경찰서까지 따라가기도 했다.

경찰 병력 추가 투입, 사과 없이 마무리된 항의

팬들 간의 충돌이 발생하는 동안 경남 구단 버스는 경기장 안으로 진입했다. 원정 선수단 라커룸 앞까지 간 버스는 선수단을 태웠다. 이와 함께 부천 팬들에게 경찰의 메세지가 전달됐다. 경찰 병력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경찰 병력이 선수단 버스를 보호하면서 빠져나가는 시나리오를 쉽게 그릴 수 있었다.

사과가 없다는 사실에 부천 팬들은 분노했지만 경호 팀과 경찰에 협조를 약속했다. 절대로 선수단 버스를 향해 물리적인 폭력은 쓰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약 3시간 가까이 움직이지 않던 경남 선수단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버스의 동선을 따라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대치의 끝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이 장면이 바로 사건의 시작이었다 ⓒ SPOTV 캡쳐

마지막으로 부천 팬들은 경남 버스를 따라가며 강하게 항의했다. 욕설이 쏟아지기도 했다.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마지막 아쉬움을 표현했다. 경남 구단 버스가 부천종합운동장을 완전히 떠난 후에야 상황은 종료됐다. 11시 51분 경이었다. 경기 종료 이후 약 3시간 가까이 이어진 경남 선수단과 부천 팬들의 대치는 이렇게 끝났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아직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부천 팬들이 경남 선수단의 귀가를 약 3시간 가까이 지연시킨 만큼 부천 구단은 징계를 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거 2013년 FC안양의 팬들이 충주 험멜 선수의 자극적인 세리머니에 항의하며 선수단 귀가를 지연시켜 홈 2경기 서포터즈석 폐쇄와 제재금 500만원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경남 역시 이준희의 세레머니에 대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판단과 사건 당시 경찰의 채증 결과에 따라 징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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