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제 감독은 수원FC와 7년을 함께 했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수원FC 조덕제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슈퍼매치를 언급했다. 1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2017 K리그 챌린지 수원FC-안산그리너스전을 앞두고 조덕제 감독은 선수들 앞에 섰다. 그리고는 바로 전날 치러진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를 언급했다.

“데얀을 보라” 조덕제 감독의 자극

정확히 말하면 FC서울 공격수 데얀과 박주영에 대한 이야기였다. 감독이 다른 팀 특정 선수를 자기 선수들 앞에서 언급하며 배울 점을 지적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조덕제 감독은 데얀과 박주영을 통해 선수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게 있었다. 경기 전 조덕제 감독은 선수들을 불어 모은 뒤 엉뚱하게도 하루 전 치러진 ‘남의 팀’ 경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조덕제 감독의 말은 이랬다. “슈퍼매치에서 서울이 1-0으로 이기고 있고 후반 40분 데얀이 교체됐는데 그때의 모습을 보라. 자기가 골을 넣지 못한 걸 아쉬워하는 모습이 내 눈에도 보였다. 선수라면 그래야 한다.” 조덕제 감독은 K리그 클래식에서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선보이는 데얀도 그라운드에 서면 간절해진다는 걸 선수들에게 주입했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데얀을 대신해 교체 투입된 박주영은 단 5분을 뛰었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데얀보다도 더 지친 모습이었다. 후반전에 들어갔으면 전반전부터 뛴 선수들보다 더 많이 뛰어야 한다. 5분을 뛴 박주영이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그 모습을 보라.” 조덕제 감독은 데얀에 이어 박주영까지 언급하며 선수들을 자극했다.

조덕제 감독의 특별한 주문 ‘줄다리기와 경험’

그는 최근 들어 선수들에게 조직력을 강조하고 있다. 울산현대를 떠난 코바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거액을 쓰는 FC서울에 코바를 내줘야 했다. 지난 5월부터 가빌란을 대신할 외국인 선수를 찾았지만 괜찮다 싶은 선수는 새 팀으로 이적을 확정지었다. 결국 롱 패스와 왼발 킥이 좋은 카르모나를 영입했지만 조덕제 감독의 성에 완벽히 차는 선수는 아니었다.

수원FC는 어느 한 명이 아닌 조직력으로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각오다. 그러면서 조덕제 감독이 꺼낸 이야기가 줄다리기다. “일대일로 줄다리기를 하면 내 힘을 100% 다 쓴다. 그런데 2대2로 하면 내 힘의 94%만 쓴다고 한다. 하지만 7대7 줄다리기에서는 내 힘의 43%밖에 안 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조덕제 감독이 줄다리기 이야기를 꺼낸 건 그만큼 동료를 위해 뛰어달라는 것이었다. “동료가 있다고 내 힘을 다 쓰지 않으면 그만큼 우리 동료들이 힘들어진다”는 말이 이어졌다.

특히나 이날은 이승현의 K리그 통산 300경기 출장이라는 의미 있는 행사가 치러졌다. 이승현은 이날 경기를 통해 무려 K리그 통산 302 경기 째 나섰다. 조덕제 감독은 이승현에게도 축하의 인사를 건넸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경험 많은 선수들이 많다는 걸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안산 애들 중 상당수가 내셔널리그 경험이 있지만 K리그 출장 기록만 따지면 저쪽 선수들 기록 다 합쳐도 이승현 한 명한테 안 될 걸. 여기에 정훈이나 서동현 같은 선수들 경험까지 따지면 우리가 상대를 압도해야 돼.”

수원FC의 이런 영광은 재현될 수 있을까.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하지만 조덕제의 자극은 통하지 않았다

이날 정확히 계산하면 안산 선발 명단 11명의 K리그 출장 기록은 544경기였다. 하지만 이들 중 대다수는 K리그 클래식은 아예 경험조차 해보지 못한 선수들이었다. 대부분의 기록을 K리그 챌린지에서 쌓았다. 하지만 이승현은 K리그 클래식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고 백업 멤버인 서동현과 정훈, 그리고 부상 중인 서상민 역시 1부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이었다. 경험면에서 다른 K리그 챌린지 팀, 특히나 신생팀인 안산을 압도한다.

조덕제 감독 말처럼 300경기에 나선 이승현 혼자의 기록으로 안산 선발 선수 출장 기록 전체를 이길 수는 없지만 조덕제 감독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데얀과 박주영 이야기를 하고 줄다리기 이론을 꺼내 조직력을 다지고 싶었고 이승현 이야기로 경험 많은 팀이라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부천과 경남, 부산 등 상위권 팀을 모조리 연파한 뒤 이날 경기 전까지 1무 2패 세 경기 연속 무득점에 머문 선수단에게 조덕제 감독이 전한 자극이었다. 조덕제 감독은 이렇게라도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이날도 수원FC는 결국 안산에 패하고 말았다. 조덕제 감독의 주문은 통하지 않았다. 전반 44분 한건용에게 선취골을 내준 수원은 후반 10분에도 김병석에게 한 골을 내줬고 후반 32분과 43분에도 라울에게 연이어 골을 허용했다. 0-4 대패였다. 네 경기 연속 무승에 지독히도 골이 터지지 않는 경기는 그렇게 또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수원FC 선수들은 무기력했다. 두 골을 허용한 뒤 레이어는 퇴장까지 당했고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인상적인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관중석에서는 한탄이 터졌다.

기적도 이제는 살아나야 가능하다

지금 수원FC에 필요한 건 조덕제 감독이 말한 데얀과 박주영처럼 선수들이 욕심을 내며 지칠 때까지 뛰는 것이다. 그리고 경험 많은 선수들이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것이다. 2015년 K리그 챌린지에서 막판 무서운 상승세로 극적인 승격을 이끌었던 수원FC는 이쯤에서는 살아나야 그때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노려볼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어렵다. 하지만 수원FC의 지금 분위기로는 2015년 극적인 반전의 영광을 재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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