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김종아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태백=홍인택 기자] "괜찮아. 다음 거 가자." 팀은 지고 있는데 시종일관 손뼉을 치며 선수들을 독려하는 한 선수가 있다. 그는 엘리트라고 부르는 '선수 출신'은 아니었지만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들만 들어간다는 서울대에 들어가서 축구를 하고 있다. 서울대 김종아의 이야기다.

그는 비선수 출신 수비수다. 울산대를 상대할 때는 백 쓰리 오른쪽 스토퍼를 맡았다. 프로 선수를 목표로 뛰는 대학 선수들이 모여있는 제48회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당당하게 선수 출신들을 상대로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경기력보다 돋보였던 것은 그의 외침이었다. 보통 대패를 당하는 팀 선수들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티가 많이 난다. 그러나 서울대는 그렇지 않았다. 실점해도 다시 꼿꼿하게 고개를 들고 경기장을 뛰어다녔다. 4학년 비선수 출신 형 김종아가 뒤에서 선수들을 격려하는데 다른 선수들이 안 뛸 수 없었다.

축구하고 싶어서 전교 1등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축구선수가 꿈이었다. 그러나 집안의 반대로 선수의 꿈을 접었다. 그렇게 축구를 뒤로하고 부산 동래고에 입학했다. 동래고에는 축구부가 있었다. 동래고 축구부를 보며 한 번 접었던 축구의 꿈이 다시 뜨겁게 타올랐다.

"동래고에 입학하니 축구부가 있었어요. 축구가 너무 하고 싶어서 축구부에도 찾아가고, 부모님께도 말씀드리고 주변 선생님들께도 말씀드렸어요. 그렇게 얘기하긴 했는데 솔직히 이제 와서 선수로 뛰기엔 좀 힘들잖아요."

김종아의 소망이 간절해 보였는지 학교와 부모님은 조건부로 그의 축구부 입부를 허락했다. 그들은 김종아에게 "공부하면서 축구도 같이 하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공부하려면 체력이 필요할 테니 그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면서 김종아에게 "전교 1등을 하면 입부해도 좋다"라고 말했다.

김종아는 축구를 하겠다는 생각에 동래고 전교 1등 자리를 떡하니 차지했다. 그리고 동래고 선수들과 같이 훈련도 하고 축구부 생활을 같이했다. 그는 축구부에 입부했다고 바로 공부를 놓진 않았다. 서울대도 당당하게 성적으로 입학했다. 그리고 서울대에서도 축구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정말 축구 때문에 공부를 했다고 한다. 서울대 입학 소식에 주변에서 어떤 말을 들었는지 물어보니 "고등학교 입학하고 축구 때문에 공부했어요. 그 전에는 공부는 뒤로 미룬 채 놀러만 다니고 축구하러 다니는 이미지였어요. 주변에서 다들 '네가 어떻게 갔냐'라고 말해요. 그 외에는 '축하한다'라는 말 듣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도 들었어요"라고 전했다.

서울대를 포기하지 않는 팀으로 만든 선수

사실 서울대는 패배가 익숙한 팀이다. 이번 울산대를 상대로도 0-5로 패배했다. 수비수로서 실점이 많아 속상해하진 않을까 걱정했다. 기우에 불과했다. 그는 "경기 전부터 어차피 탈락이 거의 확정된 분위기였어요"라고 전하며 "서로 화이팅해서 끝까지 뭉쳐서 해보자고 말했어요. 포기하지 않고 경기해서 점수 차가 크게 났어도 크게 실망하진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그가 포기하지 않았던 원동력, 또 그가 팀을 포기하지 않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는 "제가 비선수 출신이다 보니까 선수 출신 친구들보다 실력이 좀 떨어져요"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저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았어요. 제가 고참이니까 분위기라도 만들어보자 했어요. 서울대라고 대패하고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끝까지 함께하는 분위기를 위해서 계속 괜찮다고, 다음 거 하자고 외쳤어요"라며 팀을 이끌 수 있었던 이유를 말했다.

이인성 감독의 신임도 두텁다. 이인성 감독은 김종아를 향해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선수"라며 평가했다. 그는 "(김)종아에게 많이 놀란다"라며 "선수 출신도 아닌데 경기력을 보면 박수쳐주고 싶을 정도다"라고 전했다. 이 감독은 김종아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는 또 "본인이 잘 아는 것 같다. 본인이 비선수 출신이라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팀에 헌신한다. 종아라는 형이 이렇게 하는데, 희망을 품고 그 친구처럼 경기할 수 있다고 다른 선수들도 느끼게 만들 수 있는 선수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제 4학년이다. 조금 있으면 졸업을 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그는 "원래는 선수를 하고 싶었죠"라고 씩 웃었다. 그러면서 "축구가 너무 좋으니까 축구를 포기할 수는 없어요. 이제는 코치가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더 공부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미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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