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이버대 최종서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태백=조성룡 기자] 21일 제 48회 전국 추계대학연맹전이 열리고 있는 강원도 태백의 도원구장.

성균관대와 국제사이버대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성균관대는 일단 많은 골을 넣어야 다음 라운드 진출의 희망을 살릴 수 있었고 국제사이버대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치열하게 막고 있었다. 전력 차는 크지만 각자 목표가 달랐기 때문에 총성 없는 전쟁이 이곳에 벌어지고 있었다.

취재를 나온 기자들은 경기 전 선수 명단을 받아 활용한다. 추계연맹전도 마찬가지다. 잘 모르는 선수가 많기 때문에 선수 명단과 등번호, 포지션을 맞춰보며 얼굴을 익힌다. 기자도 그랬다. 성균관대와 국제사이버대에는 생소한 선수가 꽤 많다. 그러던 와중,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뭔가 이질적인 모습이 축구장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국제사이버대의 중앙을 책임지고 있는 한 선수의 등번호가 눈에 띄었다. 1번이었다. 대부분 1번은 골키퍼를 위한 번호다. 심지어 고등학교 반 대항 축구대회에서도 1번은 골키퍼의 차지다. '1번이 필드 플레이어라니 참 독특한 학교군'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선수 명단으로 눈길을 돌렸다. 다시 한 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국제사이버대에는 골키퍼가 두 명이었다.

경기 후 김일섭 감독에게 물어보니 "선수가 부족해 골키퍼를 필드 플레이어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는 골키퍼 두 명이 필드 플레이어로 뛰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1번'이 그렇다는 사실에 눈길이 갔다. 그래서 국제사이버대 골키퍼이자 미드필더인 최종서를 만나봤다.

13년 축구 인생, 처음으로 골키퍼 장갑 벗어봤어요

성균관대전은 그에게 아쉬움이 가득한 한 판이었다. 이미 2패를 당한 상황에서 마지막에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하고자 했지만 결과는 9골 차 패배였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어요. 하지만 선수층도 얇았고 우리의 경기력이 많이 부족했어요. 열심히 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결국 이렇게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경기가 됐네요."

적어도 최선을 다했다는 그의 말은 맞아 보였다. 그는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다. 등번호가 1번이 아니었다면 그저 투지가 넘치는 한 명의 필드 플레이어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필드 플레이어 경력은 생각보다 짧다. "13년 축구 인생에서 필드 플레이어는 처음이에요.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골키퍼만 했거든요. 대학교 4학년이 되어서야 처음 필드 플레이어를 해보네요."

1번이 박혀있는 필드 플레이어의 유니폼은 낯설다 ⓒ 스포츠니어스

김 감독에게 필드 플레이어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추억을 떠올리자 그는 빙그레 웃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살짝 '아… 이건 좀 아니지 않나'라 생각했어요. 나이가 있기 때문에 황당했죠. 하지만 제게는 팀이 중요하거든요. 학교 사정 상 이런 대회에 나오기 위해서는 누군가 희생해야 하잖아요. 나중에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후배들을 다독이면서 열심히 했어요."

"골키퍼 하다 필드 플레이어 뛰니 몸에 과부하가…"

필드 플레이어 최종서의 정확한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다. 나름대로 자연스럽다고 칭찬을 건네니 "아직 한참 부족하다"며 손사래를 친다. "정말 많이 부족해요. 다른 팀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비교해보세요. 부족함이 확 드러날 겁니다. 저는 그냥 팀에 피해를 주지 말자고 생각하면서 뛰어요. 그래서 열심히 뛰려고 해요. 솔직히 필드 플레이어로서의 제 점수는 매기기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그래도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제일 자신 있는 포지션이다. 공격도 수비도 쉽지 않은 그가 내린 선택이다. "처음에는 수비를 해봤어요. 와… 진짜 못하겠더라구요. 너무 못했어요. 그렇다고 공격을 하기에는 스피드가 많이 부족했어요. 결국 수비형 미드필더를 택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동료들 도움을 많이 받아요."

필드 플레이어로 풀타임을 소화하기 위해서 그는 굉장히 많은 땀을 쏟았다. 올 시즌부터 그는 필드 플레이어 연습을 병행하며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뛰었다. "아무래도 골키퍼는 필드 플레이어보다 체력이 약하죠. 그래서 체력 운동을 할 때나 연습 시간이 길어지면 몸에 과부하가 걸리더라구요. 부상도 많이 당했어요. 평소에 뛰지 않다가 갑자기 뛰니 근육들이 다 상했어요. 고생도 많이 했죠"라면서도 씩 웃는다.

최종서의 필드 플레이어 '외도'는 당분간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가오는 U리그 경기에서 그는 골키퍼 포지션에 투입이 예정되어 있다. "감독님이 남은 경기에서 골키퍼로 기용하겠다고 말씀하셨어요"라며 기대감을 드러낸 그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 미소가 참 맑은 그는 웃으면서도 걱정 어린 한 마디를 남긴 채 경기장을 떠났다. "한 7개월 뛰어 다녔는데 공을 어떻게 손으로 잡을 수 있을지 걱정되네요. 뭐 그래도 열심히 긍정적으로 해봐야죠!"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