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폼니시 손녀딸 리자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부천=조성룡 기자] 할아버지를 따라 온 한국, 사실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다.

'니포축구'의 원조, K리그 전설의 감독 발레리 니폼니시가 10일 부천종합운동장을 찾았다. 과거 부천SK의 감독으로 재직하며 한국 축구에 충격을 던져줬던 그는 부천FC1995의 초청으로 오랜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그는 혼자 오지 않았다. 그의 옆에는 손녀딸 리자가 함께 있었다. 니폼니시 감독은 "지금 10살이다. 한국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서 할아버지를 따라왔다"면서 "예전에는 딸과 함께 한국에 왔는데 이제는 딸의 딸을 데리고 오게 됐다. 리자를 포함한 모든 가족들이 한국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의 많은 소녀들이 그러하듯이 리자 역시 K-POP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니폼니시 감독의 제자 중에는 강원FC 최윤겸 감독이 있다. 세계적인 보이 그룹 '샤이니'의 멤버 최민호의 아버지다. 최 감독 역시 스승을 보기 위해 부천을 찾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리자의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할아버지의 제자 중에 샤이니 민호의 아버지가 있다"는 말을 했지만 리자의 표정은 썩 밝아보이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었다. 알고보니 그녀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방탄소년단이었다. 그녀는 방탄소년단의 굉장한 팬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도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커졌던 것이었다.

러시아어를 잘 모르는 기자와 한국어를 잘 모르는 리자다. 말이 통할 리 없다. 하지만 한 마디는 서로가 공감할 수 있었다. BTS. 이 한 마디를 건네자 계속되는 인터뷰에 지친 기색을 보이던 리자의 표정은 그제서야 밝아졌다. 통역 역시 "리자와 유일하게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방탄소년단이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니폼니시의 손녀딸이 한국에 방문한 이유는 '방탄소년단'이었던 것이다. 특히 그녀는 지민의 팬이라고.

사실 리자는 니폼니시 감독이 한국, 그리고 한국 축구계에서 유명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그저 할아버지가 한국에 간다니 같이 따라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니폼니시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배석한 통역은 "리자는 니폼니시 감독이 유명하다는 사실을 어제(9일) 차 안에서 처음 들었다"면서 "지나가다가 할아버지 얼굴이 그려져 있는 현수막을 보고 한 번 놀랐고 같이 만난 사람들이 모두 할아버지를 잘 대해주니 두 번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부천과 서울 이랜드의 경기에서 매치볼을 심판에게 전달하며  한국 축구 체험을 제대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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