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손이 아닌 등에 맞았지만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결국 승패가 뒤집어졌다. ⓒ중계 화면 캡처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2005년 8월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스틸러스와 인천유나이티드의 경기가 끝난 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억울한 판정을 당했다고 생각한 관중이 이날 주심을 맡은 김성호 심판에게 다가가 항의를 하자 김성호 주심이 이 관중을 폭행한 것이다. 이 관중은 김성호 주심이 휘두른 주먹에 코와 눈을 다쳤고 결국 김성호 주심은 경찰서로 연행되기까지 했다. 심판이 관중을 폭행해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프로축구연맹에서는 곧바로 김성호 심판과 계약을 해지하고 영구 제명 징계를 내렸다. 자질 미달인 심판에 대한 당연한 조치였다.

관중 폭행과 몰수패, 김성호 주심의 논란들

이후 김성호 주심은 내셔널리그에서 심판 생활을 이어갔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사고를 쳤다. 폭행 사건에 연루되고 2년 뒤인 2007년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 울산현대미포조선과 수원시청의 경기 때였다. 우승을 해도 승격을 하지 않겠다고 미리 선언한 수원시청과 K리그 승격 가능성을 열어 놓은 울산미포의 경기였기 때문에 경기 전부터 울산미포가 어떤 식으로건 혜택을 받지 않겠느냐는 의심이 떠돌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 수원시청은 결국 후반 2분 만에 선수가 다섯 명이나 퇴장 당하며 몰수패를 당하고 말았다.

페널티킥 판정 뒤 김성호 주심을 손으로 밀쳐 퇴장 당한 수원시청 박희완은 “약간의 신체접촉에도 휘슬을 부는 심판이 있는데 어떻게 정상적인 경기를 치르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원시청 김창겸 감독 역시 “내 선수들이 모멸 받는 것에 대해 지도자로서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고 화를 냈다. 가뜩이나 경기 전부터 판정 문제에 대해 걱정하던 수원시청 측은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고 결국 챔피언결정전이라는 축제는 이렇게 몰수패라는 사상초유의 사건으로 마무리됐다. 김성호 주심은 이날 그라운드를 떠나며 수원시청 관계자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액션을 취하기도 했다.

K리그 심판들은 과연 발전하고 있을까. 오심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프로축구연맹

어제 오늘 일 아닌 김성호 주심의 오심

그런데 이렇게 굵직한 사고를 친 김성호 주심은 2011년 은근슬쩍 K리그 무대로 복귀했다. 연맹이 영구 제명 징계를 조용히 풀어줬기 때문이다. 관중을 폭행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가 다시 K리그로 돌아온 것이다. 이후에도 김성호 주심은 수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2013년에는 서울-성남전에서 성남 임채민에게 다이렉트 퇴장 명령을 내렸는데 결국 이는 오심이었다는 연맹의 공식 발표가 있기도 했다. 파울로 명백한 득점 기회를 무산시켰다는 이유로 퇴장 명령이 내려졌지만 사후 분석 결과 퇴장은 지나친 조치인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이날 성남은 전반 26분 만에 핵심 수비수 한 명을 잃고 0-3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아무도 성남의 패배를 보상해 주지는 못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2일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삼성의 경기에서도 김성호 주심은 결정적인 오심을 범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인천은 8경기 연속 무패(5승 3무)를 기록하면서 엄청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날 인천은 명백한 오심으로 선취골을 내주고 말았다. 요니치의 자책골로 선언된 수원의 첫 골 당시 수원 이정수가 오프사이드를 범하고 있었지만 김성호 주심은 오프사이드를 인정하지 않았고 골을 선언했다. 이 경기에서 인천은 2-3으로 패하며 무패 행진에 제동이 걸렸고 상승세도 꺾이고 말았다. 인천이 마지막 라운드에서 수원FC를 제압하고 극적으로 리그에 잔류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강등이라도 당했더라면 이 판정 하나는 두고두고 회자됐을 것이다.

당시 연맹은 김성호 주심의 오심을 인정했다. 하지만 더 황당한 건 이 다음이었다. 명백한 오심을 저지르며 K리그 클래식 순위의 판도를 뒤흔들었던 그가 FC서울과 수원삼성의 FA컵 결승 2차전 주심으로 또 다시 배정됐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역시 오심 퍼레이드였다. 서울 다카하기의 퇴장도 과도했다. 이종성의 발목이 아닌 공을 향한 다카하기의 태클에 대해 김성호 주심은 퇴장 명령을 내렸다. 명백한 퇴장성 파울을 한 김치우에게는 퇴장을 주지 않았고 아드리아누의 골 역시 오프사이드였지만 김성호 주심은 이를 골로 인정했다. 승부차기 끝에 수원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사실 이 경기는 아드리아누의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90분 안에 수원의 승리로 끝났어야 정상인 경기였다.

K리그 심판들은 과연 발전하고 있을까. 오심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프로축구연맹

광주의 승리 빼앗은 명백한 오심

그리고 김성호 주심은 어제도 대형사고를 쳤다. FC서울과 광주FC의 경기에서 광주가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16분 명백한 오심을 범한 것이다. 서울 이상호의 크로스가 광주 박동진의 등에 맞았지만 김성호 주심은 공이 팔에 맞았다며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이 명백한 오심 한 방에 광주는 무너졌다. 광주는 1-0으로 앞서가던 경기에서 결국 이 오심 이후 1-2로 패하고 말았다. 억울한 박동진은 경기 종료 후 눈물을 흘렸지만 김성호 주심은 환하게 웃었다. 광주 기영옥 단장은 “정식으로 제소할 것”이라고 분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광주의 승점이 다시 돌아오는 건 아니다. 이미 경기는 끝났고 이 오심으로 뒤집힌 결과는 차후 우승과 강등을 놓고 벌이는 경쟁에서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

김성호 주심의 전적은 이렇게 화려하다. 2014년 포항-수원전에서 명백한 포항의 핸드볼 파울을 불지 않고 페널티킥을 그냥 넘어간 것 정도는 애교다. 중요한 순간마다 수 없이 많은 오심을 저질러 승패를 바꿨다. 심판도 인간이니 한두 번은 실수를 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이 정도면 자질 부족이다. 관중을 폭행하고 민감한 경기에서 다섯 명씩이나 퇴장 시켜 몰수패를 선언하고 오프사이드를 골로 선언하는 건 물론 공이 등에 맞아도 페널티킥을 선언하는 등 프로 무대에서의 심판이 저질러서는 안 될 오심을 계속 범하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억울함에 서럽게 눈물을 흘리던 박동진과 승점을 날린 광주를 어떤 방식으로 위로해야 할까. 자질 부족 심판의 오심으로 선수들이 흘린 땀은 인정받지 못했다.

더 화가 나는 건 연맹의 태도다. 심판의 능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쳐도 그런 심판을 거르지 않고 계속 신임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사상초유의 관중 폭행 사건으로 이미 축구계를 떠났어야 할 심판을 은근슬쩍 복귀시킨 것부터가 잘못됐다. 여기에서 다가 아니다. 연맹은 심판의 권위를 세워준답시고 감독과 선수가 판정에 불만을 표하면 곧바로 징계를 내리는 건 물론 오심을 저지른 심판의 징계 수위도 자기들끼리만 정하고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심판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다. 그 누구도 비판할 수 없고 실수도 그냥 넘어간다. 지금껏 오심을 저지른 심판의 징계 결과를 추적해 봤더니 기가 찬다. 연맹이 징계 수위를 공개하지 않아 수년 전 기록지를 다 뒤져 자료를 모아 봤더니 이건 징계가 아니라 휴가 수준이다.

오심 심판들, 한두 경기 쉬고 돌아온다

2013년 서울-성남전에서 임채민의 퇴장 오심을 저지른 김성호 주심에게 내려진 징계는 달랑 한 경기 배정 정지였다. 김성호 주심은 이 오심 이후 한 경기를 쉰 뒤 2013년 7월 16일 울산현대-제주유나이티드전부터 다시 경기에 투입됐다. 연맹은 김성호 주심이 지난해 11월 인천-수원전에서 오프사이드를 골로 선언해 오심을 범한 이후에도 한 경기를 건너뛴 뒤 심지어 성남-강원의 중요한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주심으로 김성호 심판을 배정했다. 경기 결과를 뒤바꾼 정도의 오심에 대한 징계 치고는 너무나 약하다. 더군다나 오심으로 경기 배정 징계를 당한 뒤 복귀하는 경기가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승강 플레이오프였다는 점은 놀랍다. 심지어 연맹은 2014년 7월에는 김성호 주심을 ‘이달의 심판’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비단 김성호 주심뿐 아니다. 2014년 10월 연이어 두 경기에서 오심이 벌어졌다. 전남-서울전과 울산-상주전에서 이민후 주심과 유선호 주심이 오심을 범한 것이다. 이민후 주심은 전남-서울전에서 서울 차두리의 페널티킥을 그냥 넘어갔고 울산-상주전에서 곽광선이 이용을 페널티 지역에서 넘어트렸다는 유선호 주심의 판정 또한 오심이었다. 당시 울산 봐주기와 특정 심판 집중 배정 의혹까지 겹쳐 굉장히 민감한 시기에 터진 명백한 오심이었다. 그런데 연맹은 이 두 경기의 오심을 인정하고 해당 심판에게 배정 정지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이 두 심판은 각각 두 경기씩 쉬고 2014년 11월 8일 부산-인천전, 부천-광주전에 나란히 복귀했다. 사태가 조용해지면 은근슬쩍 이렇게 심판들을 복귀시킨다.

지난해 8월 17일 전남-서울전에서도 우상일 주심이 오심을 범했다. 우상일 주심이 곽태휘에게 경고 누적 퇴장을 선언하고 전남에 페널티킥을 줬는데 사후 분석 결과 이 판정이 지나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우상일 주심은 단 한 경기만을 쉰 뒤 8월 28일 상주-수원전을 통해 돌아왔다. 더 깜짝 놀랄 만한 일도 있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 최종전 전북-서울 경기 도중 전북 김보경이 페널티 지역에서 반칙을 당했지만 고형진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고 결국 서울이 1-0으로 승리하며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판정 또한 연맹 분석 결과 오심이었다. 그런데 이날 결정적인 오심으로 우승을 향방을 바꾼 고형진 주심은 그 어떤 징계도 없이 올 시즌 인천과 제주의 개막전 주심으로 등장했다.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이다.

K리그 심판들은 과연 발전하고 있을까. 오심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프로축구연맹

자질 부족 심판과 연맹의 합작품

오심에 대한 연맹의 심판 징계 수준이 이러니 당연히 결정적인 오심이 줄어들 수가 없다. 연맹은 심판의 권위를 세우겠다며 징계 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은근슬쩍 1~2주가 지나면 문제의 심판들을 복귀 시킨다. 심판 입장에서는 잘못된 판정으로 승패를 바꿔도 한두 경기 쉬면 그만이다. 자질 부족의 심판은 늘 그렇듯 당당하게 오심을 범하고 연맹은 이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니 관중을 폭행한 심판이 아직도 버젓이 프로 무대를 누비고 또 공이 등에 맞아도 손에 맞았다면서 페널티킥을 선언하며 당당하게 웃는 거 아닌가. 자질 부족 심판이나 그런 심판을 보호하는 연맹이나 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선수들 수준은 올라가고 경기장 시설도 최첨단인데 심판 수준은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

눈물을 흘리던 박동진의 모습이 계속 아른거린다. 이 한 경기를 위해 모든 걸 걸었던 박동진과 광주 선수들은 심판의 명백한 오심 하나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들의 눈물을 누가 보상해 줄 건가. 박동진은 눈물을 흘렸고 광주 팬들은 분노했다. 승점도 날아갔고 승리 수당도 날아갔다. 이 한 번의 오심이 나중에 우승 경쟁과 잔류 경쟁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 그런데 관중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수 많은 오심으로 선수들과 팬들을 분노케 했던 이 심판은 아마 한두 경기 쉬고 또 돌아와 그라운드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것이다. 이쯤 되니 이제는 ‘오심’이 아니라 ‘작심’인 것 같다. 화가 나지만 더 이상의 말은 참겠다. 관중을 향했던 그 주먹이 나에게도 날아올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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