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의 경기에서 2-1로 이기고 있는 상황이 온다면 그래도 공격하시겠습니까?” 지난 2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수원FC와 서울이랜드FC의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장에서 수원FC 조덕제 감독에게 던져진 질문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던 수원FC가 무승부 상황에서 경기 막판까지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반대로 무승부를 거두면 탈락하는 수원FC가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 공격 의지를 보일 수 있겠느냐는 뜻의 질문이었다. 이 경기 한 번으로 팀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나 같으면 후반 막판 골을 넣어 2-1이 된 순간부터 모든 선수를 수비로 내리고 버티는 축구를 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덕제 감독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상황이 온다고 해도 밀어붙여야죠. 후반 막판이 돼 수비에 집중하고 잠글 상황이 올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계속 공격할 생각입니다. 2-1보다는 그래도 3-1이 낫잖아요. 최선의 수비가 공격이기에 끝까지 밀어붙일 겁니다.” 서울이랜드FC와의 경기에서 화끈한 공격 의지를 선보이며 나를 감동시켰던 조덕제 감독의 이 한 마디는 나를 그의 열렬한 팬으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그러면서도 속으로 ‘정말 그 상황이 온다면 과연 공격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 말로는 누군들 거창하게 공격 축구를 외칠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적지에서 벌어지는 단판 승부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탈락하는 불리한 상황을 딛고 2-1로 앞선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공격한다는 건 아무리 배짱 좋은 감독이라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만약에’가 정말 일어났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수원FC가 대구FC와의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 원정경기에서 정말 2-1로 앞서는 상황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반 20분 배신영의 선제골로 앞서 나가기 시작한 수원FC는 이후 대구FC 노병준에게 한 골을 허용하며 1-1 균형을 이뤘다. 그리고 마침내 후반 35분 일이 터졌다. 수원FC 수비수 블라단이 깊숙이 침투해 떨궈준 공을 자파가 받아 다시 한 번 득점을 기록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우파의 도시’ 대구에 가한 ‘좌파’, 아니 자파의 한 방이었다. 이 골로 수원FC는 거짓말 같은 2-1 우위를 점하게 됐다. 이 순간 나는 며칠 전 서울이랜드FC전이 끝난 뒤 조덕제 감독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2-1로 앞서는 그런 상황이 온다고 해도 밀어붙여야죠. 계속 공격할 생각입니다. 2-1보다는 그래도 3-1이 낫잖아요. 최선의 수비가 공격이기에 끝까지 밀어붙일 겁니다.”

이때부터 나는 수원FC의 플레이를 더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은 딱 10분이었고 수원FC는 골만 허용하지 않으면 그대로 부산아이파크와 역사적인 승강을 놓고 다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운명처럼 조덕제 감독이 며칠 전 자신이 뱉은 말을 그대로 행동에 옮길 수 있을지 시험대에 놓이는 순간이었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 순간 조덕제 감독은 곧장 두 번째 골의 주인공 자파를 빼고 김창훈을 투입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럼 그렇지. 세상에 이 순간에 공격할 수 있는 감독이 누가 있겠어. 잠그네.’ 하지만 오히려 수원FC는 김창훈을 투입한 이후 더 공세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점유율면에서 6-4 정도로 대구FC를 압박한 것이다.

놀라운 일이었다. 한 골만 넣으면 경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대구FC가 급한 마음에 공격적으로 올라왔지만 수원FC는 여기에 맞붙을 놓았다. 오히려 뒷공간이 열린 대구FC를 상대로 수원FC가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후반 42분 수원FC 권용현은 대구FC 수비수가 두 명이나 있었지만 최전방에서부터 압박을 하며 수비수들을 괴롭혔고 후반 43분에는 임성택이 단독 돌파를 해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얻기도 했다. 이건 도저히 승격을 눈앞에 두고 반드시 한 골을 지켜내야 하는 팀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마도 스코어를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수원FC가 대구FC와 비기고 있거나 지고 있다고 믿어도 될 만큼 수원FC는 마지막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 10분 사이 대구FC에 위기를 두 번이나 허용했지만 조덕제 감독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그렇게 수원FC는 두 번째 골을 넣고 2-1로 앞선 상황에서 10분을 보내며 결국 역사적인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수비만 해서 얻어낸 절대 부끄러운 승리가 아니었다.

조덕제 감독은 끝까지 약속을 지켰다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수원FC 선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다같이 손을 번쩍 들고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지금까지 승격에 성공한 상주상무와 대전시티즌, 광주FC 등은 이미 승강제 시행 전에 K리그 무대를 경험한 팀이었지만 수원FC는 이들과는 태생 자체가 다른 팀이었으니 이 감격이 오죽할까. 내셔널리그 수원시청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그들은 대구FC와의 경기에서 구단 역사에 남을 멋진 승리를 따냈다. 그 결과가 더 놀라운 건 마지막 10분 때문이었다. 실점만 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계속 공격 의지를 보이고 오히려 더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는 수원FC의 마지막 10분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렇게 조덕제 감독은 며칠 전 자신이 했던 약속을 끝까지 지켜냈다. 다가올 부산과의 승강 플레이오프 두 경기 결과를 떠나 수원FC와 조덕제 감독은 서울이랜드FC와 대구FC전에서 보여준 공격 축구만으로도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나는 이제 조덕제 감독이 하는 말이라면 무슨 말이건 다 믿을 것이다. 그가 급하다면 돈도 빌려줄 수 있고 보증, 아니 보증까지는 조금 어렵지만 없는 돈은 탈탈 털어서라도 빌려줄 수 있다. 어찌됐건 그가 뱉은 말은 지켜내는 사람이란 걸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조덕제 감독이 대구FC를 제압한 뒤 또 한 번 만인에게 약속했다. 약속 내용은 이렇다. “분명한 것은 부산이 우리보다 강하다는 점이다.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난 부산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도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다. 모든 선수들이 많이 움직이고 전방에서부터 물러서지 않을 생각이다. 조직력으로 부산에 맞서겠다. K리그 클래식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도전해보겠다.” 대구FC와의 경기에서 수비의 유혹을 이겨내고 막판 10분 동안 끝까지 자신이 했던 약속을 지켜낸 조덕제 감독이 이번에도 약속을 지켜낼 수 있을까. 승패를 떠나 그의 이런 멋진 축구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