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가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에서 마침내 우승을 확정지었다. 어제(8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둔 전북은 이로써 남은 두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올 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2009년과 2011년, 2014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 K리그 정복이다. 7년 동안 무려 4번이나 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북은 이제 K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또한 2003년 성남일화 이후 K리그에서 처음으로 연패에 성공한 팀으로도 남게 됐다. ‘전북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나 시즌 내내 전북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런 우려를 비웃이라도 하듯 또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쓸 데 없는 게 바로 연예인 걱정과 바이에른 뮌헨 걱정, 커쇼 걱정, 그리고 전북 걱정이었다. 전북 걱정이 왜 쓸 데 없었는지 지금부터 그들의 1년을 뒤돌아보고자 한다.

1. 에두가 없어서 걱정이다?

올 시즌 공격력 강화를 위해 야심차게 영입했던 에두는 전반기 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무려 11골이나 퍼부었다. 하지만 에두는 전반기가 끝난 뒤 중국에서 거액을 제의받고 결국 팀을 떠나고 말았다. 이때부터 많은 이들의 걱정이 시작됐다. 전북 공격을 책임지던 에두의 빈자리를 메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에두가 중국으로 떠난 뒤에도 한 동안 그가 K리그 클래식 득점 랭킹 선두를 고수할 만큼 에두의 활약은 강렬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에두의 활약을 지켜본 이들은 에두 없는 전북 공격을 상상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에두가 급작스럽게 떠나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시간도 촉박했다.

그런데 전북은 후반기를 앞두고 세 명을 영입했다. 이근호와 루이스, 베라였다. 냉정히 말해 이들 중 대박을 친 이는 없었다. 이근호가 그나마 활약했고 루이스는 주로 교체로 투입되는 정도였다. 베라는 올 시즌 6경기에 나와 단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에두가 떠난 뒤에도 전북은 여전히 강했다. 어느 한 명이 에두의 빈자리를 메운 게 아니라 이동국과 이근호, 레오나르도, 이재성, 한교원 등 다양한 선수들이 득점포를 가동했기 때문이다. 전북은 에두가 떠난 뒤에도 단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독주하며 결국 두 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었다. 더군다나 에두는 이적료 없이 데려와 전북에 수십억 원의 이적료까지 안겨주고 떠났다. 에두가 없어서 전북이 안 된다고 걱정하는 건 기우에 불과했다.

2. 공격이 약해져서 걱정이다?

지난 시즌 전북은 61골을 넣으며 우승을 거뒀다. 하지만 올 시즌 전북의 공격력이 예년만 못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늘 ‘닥공’을 외치던 전북이었지만 과거의 폭발적인 득점력에 비하면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이라는 걱정이었다. 여기에 지난 시즌 22실점에 불과하던 수비진도 올해에는 흔들린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전북은 올 시즌 제주전까지 총 55골을 뽑아냈다. 남은 두 경기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전북이 두 경기에서 서너 골만 뽑아내더라도 지난 시즌과 엇비슷한 득점수를 기록할 수 있다. 지난 시즌에 비해 확실한 임팩트가 줄었을 뿐 여전히 전북 공격력은 리그에서 가장 날카로운 수준이다. ‘올백’을 맞던 학생이 99점을 맞았다고 해 공부를 소홀히 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올 시즌 현재 36골을 실점한 수비진은 지난 시즌에 비해 다소 불안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K리그 클래식에서 실점률 4위의 훌륭한 성적이고 특히나 안방에서는 18경기에서 단 13골밖에 내주지 않는 수비력을 과시했다. 이는 K리그 클래식 12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실점률이다. 원정에서 다소 흔들리는 경기를 종종 치르기는 했지만 안방에서만큼은 지난 시즌에 버금가는 수비력을 선보였다는 이야기다. 지난 시즌과 같은 독주는 아니었어도 전북은 올 시즌 공격과 수비에서 여전히 리그를 이끄는 팀으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줬다. 전북 공격력이 약해졌다고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면 포항과 서울, 성남, 제주, 인천, 울산, 전남, 광주, 부산, 대전을 한 번 살펴보라. 전북 공격력을 걱정하는 건 이들을 의도치 않게 ‘디스’하는 것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3. 최강희 감독 전술에 한계가 와서 걱정이다?

지난 시즌에 비해 올 시즌 전북의 경기력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전북이 한 번씩 흔들릴 때마다 일부에서는 최강희 감독의 전술과 지도력에 한계가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최강희 감독의 전술적 부재라기보다는 선수 구성에 관해 짚어봐야 한다. 나는 전북의 경기력을 논할 때 신형민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한다.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싸워주는 신형민이 있을 때의 전북과 그렇지 못했을 때의 전북은 연쇄적인 선수 기용의 변화로 인해 차이가 컸다. 신형민이 경찰청에 입대한 뒤 올 시즌에는 권경원을 대체자로 발탁하려 했지만 권경원이 급작스럽게 중동으로 떠나게 되면서 이 자리에 대한 보완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상윤과 이호를 급하게 영입했지만 이들은 그리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었다. 여기에 정훈은 부상으로 이탈했다.

결국 이재성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돌려 세우거나 최보경, 장윤호 등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전술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재성이 대표팀에 다녀온 뒤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게 되면서 중원의 견고함이 떨어지고 말았다. 만약 신형민이 그대로 팀에 남아있었더라면 이재성을 훨씬 더 공격적으로 배치할 수 있었고 체력적인 안배도 할 수 있었을 테지만 올 시즌 전북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심지어 최강희 감독은 최철순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모험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북은 또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확실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었음에도 여러 선수를 돌려 써 가며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신형민 같은 걸출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는 상황에서 감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해가면서 말이다. K리그에서 유일하게 네 번 우승한 지도자로 등극한 최강희 감독의 전술 부재를 걱정한다면 다른 K리그 감독들의 체면은 뭐가 되나.

4. 선수는 많은데 쓸 선수가 없어서 걱정이다

전북의 선수 명단을 보며 이런 걱정을 했던 이들도 있다. “선수는 많은데 쓸만한 선수는 몇 없어.”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이야기다. 여기서 맞는 말이라는 건 “선수가 많다”는 것이고 틀린 말이라는 건 “쓸만한 선수는 몇 없다”는 것이다. 부동의 주전급 선수인 이동국과 이근호, 레오나르도, 이재성, 김기희, 최보경, 한교원 등을 제외하더라도 전북에는 언제든 경기에 나서도 빠지지 않는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즐비했다. 전북에서 주로 벤치를 지키고 있어 경기력이나 컨디션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중요한 순간 해결사 역할을 하며 이런 걱정을 불식시켰다. 유창현과 장윤호, 이재명, 김영찬, 박원재, 이규로, 김동찬 등은 주전 멤버는 아니었지만 쓸만한 선수임에는 분명했다.

유창현을 예로 들어보자. 에두가 팀을 떠나고 한 동안 힘든 시기를 겪던 전북은 지난 7월 제주와의 경기를 앞두고 이동국까지 경고누적으로 빠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날 최강희 감독이 과감히 선발로 기용한 유창현이 일을 냈다. 결승골을 기록하며 팀의 3-0 승리를 이끈 것이다. 지난 6월에는 전남과의 홈 경기에서 1-2로 뒤지고 있던 후반 34분 교체 투입된 지 2분 만에 장윤호가 통렬한 동점골을 뽑아내며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기기도 했다. 장윤호는 이 경기가 K리그 클래식에서의 두 번째 출장이었다. 또한 지난 6월 벌어진 울산과의 경기에서도 전북은 1-1로 팽팽하던 후반 32분 이재명이 헤딩골을 넣으며 역전승을 거두기도 했다. 이재명의 올 시즌 출장은 세 경기에 불과하다. 이렇게 부동의 주전이 아닌 선수들도 중요한 순간 맹활약해준 덕분에 전북은 두 경기를 앞두고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선수도 많은데 다 쓸만한 선수다”라는 게 더 올바른 표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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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은 아직 팔팔하다. (사진=슈퍼맨이 돌아왔다 방송 화면)

5. 이동국이 너무 늙어서 걱정이다?

몇 년 전부터 이동국이 늙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잠깐이라도 그가 부진하거나 부상이라도 당하면 “이제 이동국은 나이가 많아서 더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가 올해 38세가 됐으니 이런 걱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이동국이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게 되니 시즌 중에 외도를 한다며 이것까지도 좋지 않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이동국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전성기에 비해 파괴력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아니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일지도 모르지만 이동국은 올 시즌에도 무려 13골 5도움이라는 대단한 성적을 기록했다. 2013년과 2014년에도 나란히 리그에서 13골씩을 넣었는데 두 경기를 남겨둔 현재 이동국은 예년과 다를 바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올 시즌 이동국이 골을 넣은 10경기 중 전북이 이기지 못한 경기는 단 한 경기에 불과하다.

K리그 클래식에서 현재 이동국보다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김신욱과 아드리아노 뿐이다. 38세의 노장 공격수가 13골이나 넣고 있는데 그가 늙어서 걱정이라고 한다면 팔팔한 어린 선수들은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나이 탓에 서서히 기량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지금의 플레이를 봐서는 이동국이 적어도 2~3년은 더 전북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만 보더라도 이동국은 체중이 10kg에 이르는 대박이를 안고 어지간한 운동은 다 하더라. 34세의 나보다도 훨씬 체력이 좋고 어지간한 20대보다도 체력이 낫다. 이동국이 늙어서 걱정이라는 이들은 지금 손에서 키보드를 놓고 밖으로 나가 흘러 내린 뱃살을 빼기 위해 운동이나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10년 전부터 이동국 걱정을 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동국 걱정은 다 쓸 데 없는 걸로 이미 밝혀졌다. 젊은 내 체력이 더 안 좋다.

6. 다른 팀이 추격해 와서 걱정이다?

전북이 후반기 들어 힘을 다소 잃으면서 2위인 수원과의 승점차가 좁혀질 위기에 놓인 순간도 있었다. 시즌 초반 벌어 놓았던 승점을 까먹을 위기의 순간이었다. 전북이 지난 9월 9일 울산과의 원정경기에서 0-2로 패하면서 그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런데 같은 날 승점을 추격할 기회를 잡은 수원은 부산과 2-2로 비기고 말았다. 전북의 승점이 제자리인 상황에서 승점 3점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고 만 것이다. 또한 지난 달 17일 전북이 포항과의 홈 경기에서 0-1로 패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즌 막판 선두 전북을 추격하던 수원팬들은 내심 쾌재를 불렀지만 바로 다음 날 수원도 제주와의 홈 경기에서 0-1로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차라리 수원이 이긴 날 전북도 이겨 승점이 그대로 유지되면 좋으련만 수원의 희망고문은 이렇게 이어졌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지난 10월 25일 전북은 서울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해 다시 위기를 맞았는데 이 라운드에서도 수원은 귀신 같이(?) 성남과 0-0 무승부에 그치며 또 다시 전북과의 승점을 그대로 유지하고 만 것이다. 전북이 추격을 당할 위기의 순간마다 수원이 스스로 이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다. 올 시즌 후반기 들어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역전 우승까지도 노리던 수원은 이렇게 자멸하고 말았다. 수원이 무섭게 추격해 와 전북의 우승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걱정하던 이들도 있지만 전북에는 이런 의도치 않은 행운(?)까지 따랐다. 리그 우승이라는 게 우리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라이벌의 실수도 반드시 필요한 법인데 그런 면에서 전북은 충분히 우승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여기에 우승 경쟁을 펼치던 수원과의 맞대결에서 전북이 2승 1무를 거뒀으니 전북의 승점 관리는 기가 막혔다.

가장 쓸 데 없는 게 전북 걱정이다

올 시즌 ‘압도적인 1강’으로 예상됐던 전북이 잠시 주춤할 때마다 호사가(?)들은 이게 걱정인지, 아니면 반기는 것인지 전북 이야기를 자주 꺼냈다. 하지만 전북은 그럼에도 일찌감치 리그 2연패를 확정지었다. 최근의 전북 행보를 보면 이런 말이 딱 들어 맞는다. “이장님이 알아서 잘 하시겠지.” “세상에서 가장 쓸 데 없는 게 전북 걱정이다.” 그렇다. 올 시즌에도 전북이 시즌 전 모두의 예상처럼 우승을 차지했다. 세상에서 가장 쓸 데 없는 게 연예인 걱정과 바이에른 뮌헨 걱정, 커쇼 걱정, 그리고 바로 전북 걱정이다. 마흔 살 아들에게 차 조심하라고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전북의 멋진 우승은 선수단과 코치진, 구단 프런트, 팬들이 모두 합심해 이뤄낸 것이라는 걸 한 번 더 기억하면서 그들의 역사적인 우승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는 게 어떨까. 전북은 우승팀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걱정은 이번 달 카드 값을 내 못 메운 나 같은 사람들이나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