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굉장히 애매한 것들 때문에 다투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K리그의 애매한 것들을 정해주는 남자, ‘케정남’이 출동한다. K리그의 애매한 것들을 명확히 정해드리도록 하겠다. 대한민국이 왜 아름다운지 아는가. 바로 우리들만의 보이지 않는 약속을 지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K리그에서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은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이거 안 지킨다고 쇠고랑 안 찬다. 경찰 출동 안 한다. 그래도 지키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다.

하지만 K리그에서도 애매한 것이 있다. 최근 이동국의 어시스트 기록이 수정됐는데 과연 어시스트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당연히 득점에 결정적인 패스를 찔러준 선수는 어시스트 인정된다. 하지만 패스 받아서 드리블로 20m 돌파하고 골 넣으면 이거 애매하다. 그래서 지금부터 딱 정해준다. 결론 나간다. 골 넣은 선수가 패스한 선수한테 뛰어가 안기면 어시스트 인정한다. 고마워서 그러는 거다. 하지만 하이파이브로 세레모니 끝내면 어시스트 인정 안 한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K리그의 애매한 것들을 정해주도록 하겠다.

▶저는 여성 축구팬입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자꾸 ‘얼빠’라고 놀립니다. 축구선수들 얼굴 보고 팬을 한다는 비아냥입니다. 어디까지가 ‘얼빠’이고 어디까지가 ‘팀빠’일까요. 그 명확한 기준을 알고 싶습니다.

이거 애매합니다. 아마 여성 축구팬들 본인 역시 내가 ‘얼빠’인지 ‘팀빠’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정해드립니다. 이 순간부터 ‘얼빠’와 ‘팀빠’의 명확한 기준 나갑니다. 자, 잘 들으세요. 지금부터 딱 정한 겁니다. 김상식 좋아하면 ‘팀빠’입니다. 그런데 임상협 좋아하면 ‘얼빠’입니다. 결혼한 선수 좋아하는 건 ‘얼빠’ 아닙니다. 순수하게 이성을 떠나 축구 실력만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올 11월에 결혼하는 노총각 상주 김태완 감독대행 좋아하는 건 ‘얼빠’로 안 칩니다. 반대로 포항 김형일은 결혼했는데도 좋아하면 ‘얼빠’로 칩니다. 왜냐, 누가 봐도 잘 생겼기 때문입니다.

발끈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외모를 떠나서 그 선수의 실력을 보고 좋아하는데 ‘얼빠’로 몰리는 게 억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 가지 기준을 더 정해드립니다. 자, 잘 들으세요. 평소에 선수한테 성 빼고 오빠라는 호칭 쓰면 ‘얼빠’입니다. 예를 들면 ‘김주영 선수’라고 해야지 ‘주영 오빠’라고 하면 이제부터 ‘얼빠’ 소리 듣는 겁니다. 또 귀여운 별명 부르는 것도 안 돼요. ‘쭈 오빠’라고 하면 ‘얼빠’ 되는 겁니다. 대신에 ‘뼈정우’는 불러도 됩니다. 하나도 안 귀엽잖아요. 오빠는 언제든지 다음 단계로 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호칭입니다. 이거 선수를 남자로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얼마 전 tbs가 편파 중계를 했다는 이유로 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대표팀 경기도 어찌 보면 편파 중계에 해당하는 것 같은데요. 편파 중계를 나누는 기준이 무엇일까요.

이거 애매합니다. 듣는 사람에 따라 편파 중계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케정남’인 제가 딱 정해 드립니다. 일단 심판이 판정 실수를 했는데 심판 감싼다, 그러면 편파 중계로 치는 겁니다. 예를 들면 누가 봐도 오프사이드 상황인데 부심이 오프사이드 깃발 안들었다고 칩시다. 그런데 “심판도 사람이니 어쩔 수 없죠”라고 하면 이거 편파 중계입니다. 심판 잘못한 건 무조건 이 팀 저 팀 막론하고 비판해야 되는 거예요. 정 편파 중계 소리 듣기 싫으면 “이번 판정은 참 아쉽네요” 정도까지는 해줘야 됩니다.

여기에서도 편파 중계가 헷갈리면 그때는 골 넣었을 때 데시벨로 따지는 겁니다. 누가 봐도 0-3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 골 따라 붙었다고 흥분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중계진이 3점차 이상의 상황에서 100데시벨 이상으로 “골” 소리 외치면 이때는 편파 중계로 치는 거예요. 이때는 흥분 안 하고 그냥 작은 소리로 “골”만 외쳐주면 되는 겁니다. 단, 한 가지 예외는 있습니다. 해외 축구 중계하면서 한국 선수가 골 넣으면 0-3이건 0-5건 무조건 소리 질러도 편파 중계로 안 칩니다. 왜냐, 한국 선수가 골 넣었는데 흥분 안 하는 중계진은 국적이 의심스러운 겁니다.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항상 K리그의 강팀에 대한 논쟁이 자주 벌어집니다. 울산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팀인데 강팀이라고 분류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경남은 강팀이라고 하기에는 역사가 너무 짧습니다. ‘케정남’에서 명확한 결론을 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거 애매합니다. 매년 K리그 순위가 바뀌는데 강팀을 분류하면 당연히 혼란이 옵니다. 그래서 제가 오늘 명확히 강팀의 조건을 딱 정해드립니다. 지금부터 잘 들어보세요. 여기에 부합 안 하면 강팀 아닙니다. 자, 일단 최근 5년 안에 K리그 우승 경력이 있어야 강팀으로 인정합니다. 리그컵은 우승 아무리 많이 해도 강팀으로 안 칩니다. 다른 팀들이 다 최상의 전력으로 안 나오기 때문입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10년 동안 강팀으로 인정됩니다. 지금 아무리 성남이 죽을 쑤고 있어도 10년 동안은 강팀이라고 해야 돼요. 아시아 정복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2005년에 마지막으로 K리그 우승한 울산은 지금 기준으로 강팀 아닙니다. 이럴 땐 그냥 ‘전통의 명문’이라고 표현하면 거예요.

그런데 ‘전통의 명문’ 기준도 애매합니다. 그래서 제가 정해드립니다. 일단 창단 20년 이상 된 팀 중에 최근 20년 동안 연고지 한 번도 안 옮기고 정규리그에서 단 한 번이라도 우승한 팀을 ‘전통의 명문’으로 합니다. 지금부터 딱 정한 거예요. 2004년 연고지 옮긴 FC서울은 2025년부터, 2006년 연고지 옮긴 제주유나이티드는 2027년부터 ‘전통의 명문’ 소리 하는 겁니다. 그때까지 강팀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 ‘전통의 명문’ 소리는 하면 안 되는 거예요. 1995년에 창단한 전북은 연고지 안 옮기면 2016년부터 ‘전통의 명문’ 타이틀 달 수 있습니다.

▶부자 구단이라는 정의가 참 애매합니다. 국가대표 선수를 몇 명이나 보유해야 부자 구단인지, 클럽하우스가 있어야 부자 구단인지 잘 모르겠어요. 명확한 정의를 내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거 애매합니다. 우리가 그 구단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알기도 어렵고 안다고 해도 어느 기준으로 부자 구단을 정할지 참 혼란스러워요. 그래서 제가 딱 기준을 정해드립니다. 특히 이건 기자분들이 잘 들으셔야 돼요. 결론 나갑니다. 경기장 취재하러 갔는데 도시락에 컵라면까지 제공해 준다, 그러면 부자 구단입니다. 컵라면 안 주면 부자 구단 아니에요. 과자나 사탕 같은 거 접시에 담아서 따로 준다고 부자 구단 아닙니다. 오로지 컵라면으로만 따집니다. 왜냐, 컵라면 제공하려면 뜨거운 물 관리하는 아르바이트생이 거기 따로 붙습니다. 이 정도는 신경 써줘야 부자 구단입니다.

그런데 또 애매한 것이 있습니다. 경기장에 늦게 가면 컵라면이 떨어져서 확인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컵라면 박스만 보고 부자 구단으로 인정하는 겁니다. 내가 못 먹었다고 해서 가난한 구단이라고 하면 안 돼요. 자, 이제부터는 경기 취재 갔는데 컵라면 없다, 그러면 그날 기사에 ‘부자 구단’이라는 말 쓰면 안 됩니다. 이제 네티즌들은 기사에 ‘부자 구단’이라는 단어 들어가면 ‘아, 오늘 이 구단에서 기자들한테 컵라면 줬구나’하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건 오늘부터 딱 정한 겁니다.

▶윤성효 감독이 수원의 레전드일까요. 수원에서 선수 생활을 했으니 레전드라고 하는 분도 계시고 반대로 선수 시절 임팩트가 별로 없었는데 레전드라고 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분도 계십니다. ‘케정남’에서 레전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거 애매합니다. 레전드가 많아도 문제고 적어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제가 정해드립니다. 일단 K리그에서 10년 이상 선수 생활하면서 이적 두 번은 됩니다. 세 번째 이적한 팀에서 은퇴하면 레전드 호칭 기회 있습니다. 사실 이적 한 번으로 하려고 했는데 인천 임중용이 부산, 대구 거쳐서 인천에서 은퇴해 이적 두 번으로 하는 겁니다. 임중용은 인천 레전드 맞습니다. 단, 이 세 팀 중 한 팀에서 선수 생활의 절반 이상 뛰어야 레전드로 인정합니다. 조용형은 하루 만에 제주에서 경남, 성남으로 이적했는데 억울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한 경기도 안 뛰어도 이적 경력은 그대로 남는 거예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K리그에서 10년 뛰었는데 이적 두 번해 세 번째 팀에서 은퇴했고 10년 선수 생활 중 이 팀에서 5년 뛰었다고 레전드가 될까. 이거 애매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 기준을 더 만들었습니다. 자, 잘 들으세요. 무조건 서포터스에서 이 선수 개인 응원가 만들어줘야 합니다. 구호 안 됩니다. 무조건 멜로디 있어야 됩니다. 개인 응원가 없으면 아무리 한 팀에서 오래 뛰어도 레전드 아닌 거예요. 서포터스 여러분, 우리팀 레전드 많아지려면 선수 개개인 응원가 다 만들어 주세요. 단, 이적 횟수를 떠나 지역 이름이 붙은 별명 달고 뛰는 선수는 이 팀에서 7년 뛰면 레전드로 인정해 주는 겁니다. 예를 들면 ‘광양만 루니’ 이종호는 2018년부터 전남 레전드 되는 거예요. 이건 우리들의 아름다운 약속입니다.

▶중동 팀과의 경기가 끝나면 항상 침대축구 논란이 일어납니다. 경기 막판 꾀병을 부리면서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면 짜증부터 납니다. 그런데 과연 이 침대축구의 기준을 어디에 둬야 할까요. 중동 선수들과 감독은 뻔히 침대축구를 해 놓고도 아니라고 우기던데요.

이거 애매합니다. 누가 봐도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 끄는 거 같은데 침대축구 아니라고 우기면 또 증거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부터 침대축구의 명확한 기준을 정해 드립니다. 중동 팀들 잘 들으세요. 일단 후반 40분 이후에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피 나거나 골절 아닌데 경기 진행 끊으면 침대축구입니다. 팀 닥터가 뛰어 들어와 벤치에 동그라미 표시했는데도 아픈 척 하지 마세요. 시간 끌려면 차라리 수비수들이 그냥 공 돌리세요. 이제부터는 후반 40분 넘어서 드러누우면 야유 듣는 거예요.

그런데 여기에서 또 애매한 것이 있습니다. 원래 교체해야 하는 부상인데 교체 카드 다 써서 부상 투혼 발휘한다는 핑계대면 또 애매해집니다. 그래서 제가 또 정해드립니다. 부상으로 실려 나간 선수가 그라운드 밖에서 파스 뿌리기 전에 물부터 먹으면 침대축구입니다. 뭐 목 말라서 그랬다 그런 핑계 없어요. 정말 아프면 물 먹을 정신도 없는 거예요. 들것에 실려 나가자마자 물 마시고 다시 일어나면 욕 먹어도 할 말 없는 겁니다. 심판들은 이럴 땐 한 5분 동안 그라운드에 다시 못 들어가게 해도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