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팔로세비치 “프링글스 닮았다고? 팬들 덕분에 알고 있어”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태국 후아힌=조성룡 기자, 정리 김귀혁 기자] 외국인 선수들에게 K리그에서의 4년이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이제는 제법 매운맛에 익숙하고 선수들과도 가벼운 농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만큼 팬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익숙해진 선수의 연차다. 특히 K리그는 한정된 외국인 쿼터 탓에 매 시즌 선수들의 변화가 많기도 하다. 그래서 4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아도 무시할 수 없는 수치로 다가온다. K리그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외국인 선수들이 더욱 조명받는 이유다.

2019년 팔로세비치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그랬다. 여름에 포항스틸러스로 임대 이적한 팔로세비치는 K리그 무대에 순조롭게 적응했다. 그럼에도 임대라는 특성 탓에 그를 오래 볼 것이라는 예감은 크게 없었다. 그저 K리그를 거친 많은 동유럽 선수 중 한 명이라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팔로세비치는 포항에서 두 시즌 간 활약하고 임대 복귀를 한 뒤에도 K리그에 머물렀다. 그리고 다음 행선지는 FC서울이었다. 서울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팔로세비치는 어떤 감정으로 자신의 4번째 K리그 동계 전지훈련에 임하고 있을까. <스포츠니어스>가 FC서울의 전지훈련지인 태국 후아힌에서 그와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FC서울 팔로세비치와의 일문일답이다.

한국에 온 지 벌써 4년 가까이 됐다. K리그 전지훈련을 많이 경험했을 텐데 이번 전지훈련은 어떤가.
태국에 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포항에 있던 2020년에 부리람에서 전지훈련을 했었다. 환경은 여기가 더 좋은 것 같다. 운동장, 호텔도 좋고 이런 날씨에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 구단이 우리에게 이런 준비를 해줬으니 이제는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 하면 될 것 같다.

K리그에 처음 왔을 당시와 비교하면 이제는 여유도 생겼을 것 같다.
크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축구 선수들에게는 다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훈련을 조금 힘들게 하기도 하고 하루에 두 번씩 훈련을 할 때도 있다. 연습 경기를 치르기도 하는 등 다 비슷한 것 같다. 물론 환경 면에서 조금씩 달라진 점은 있다.

태국까지 왔는데 현지 음식도 먹고 마사지도 받았는지.
아직 그러지 않았다. 내가 팀 합류가 조금 늦어서 오늘(14일)이 첫 휴식이다. 아직 밖에 나갈 시간이 없었고 오늘 처음 나가게 된다. 당연히 태국 음식은 먹어보고 싶다. 그런데 팀에 피지컬 코치님들이 계셔서 마사지는 여기에서만 받아도 충분할 것 같다.

2020시즌 포항의 (좌측부터) 팔라시오스, 오닐, 팔로세비치, 일류첸코의 모습. ⓒ프로축구연맹제공

내가 당신을 처음 본 것이 ‘1588(2020년 포항스틸러스에 있던 일류첸코, 오닐, 팔라시오스, 팔로세비치를 지칭)’ 시절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때도 2020년에 처음 태국에 모였던 선수들이다. 참 재밌었던 시절이었다. 같이 영상을 찍기도 했고 세르비아에 있는 우리 집에는 같이 찍은 사진도 전시해놓고 있다.

그 시즌에 관심을 모았던 것이 김인성과 ‘1588’의 관계였다. 그 김인성이 이번에 포항스틸러스에 간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때도 기억이 난다. 당시에 울산을 두 번 이기고 우승을 저지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내가 ‘너의 우승을 저지시킨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등을 모를 수가 있느냐’라고 말했었다. 내가 김인성의 얼굴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물론 김인성은 우리를 기억할 것이다. 경기 후에 울었던 선수는 우리가 아니라 김인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추억 속에서 한국에서의 생활이 제법 길어지고 있다. 이렇게 오래 있을 줄 예상이라도 했는지.
글쎄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분명 좋은 느낌이 있었다. 유럽에서 다른 곳으로 갈 때 적응이 힘들 것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반 년 동안 생활한 뒤에는 가족들에게 한국의 모든 것이 좋아 더 오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불편한 점이라고 한다면 고국과의 거리가 제법 있어서 1년에 한 번씩밖에 갈 수 없다는 점이다. 그 외에 다른 것들은 다 좋다. 한국에서 6개월을 보낸 이후 오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서울 팬들이 유독 팔로세비치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가. 전혀 몰랐다. 나는 인스타그램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팬분들이 항상 직접 만날 때마다 많은 지지를 보내주셔서 너무 좋은 관계를 유지 중이다.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그렇고 댓글도 하나하나 다 읽을 수 없어 팬분들이 뭐라고 말씀하시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팬분들이 결과에 상관없이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기에 나는 그 팬분들을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그런 행복을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물론 팬분들의 댓글을 하나하나 다 읽을 수는 없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많은 선수들이 SNS를 하지 않나. 당신은 왜 하지 않는지 궁금해진다.
몇 년 전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 큰 관심이 없었다. 사람들에게 내가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하는지 보여주는 것에 큰 흥미가 없었다. 아무래도 요즘 운동선수들이 SNS를 많이 하는 것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경기장에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SNS에 부정적인 생각은 없다. 개인적인 필요가 크지는 않은 것 뿐이다. 사적인 영역에서의 고민도 하지 않아도 된다.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안다. 그런 것들도 모두 존중한다.

또 당신은 표정 부자로 유명하다. 표현력이 워낙 다양해서 그런 건가.
매 순간 상황이 다르기는 하다. 좋은 일이 있으면 그게 얼굴에 드러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특히 경기장에서 감정 표현이 잘 드러나는 것 같기는 하다. 예를 들어 우리가 경기 시작 5분 안에 득점을 하면 나는 90분 내내 표정이 좋다. 내가 감정을 잘 드러내서 그런 표정이 나오는 것 같다.

표정 관련 질문이 나왔으니 농담 한 번 해보겠다. 주변에서 ‘프링글스(감자칩 로고)’ 닮았다는 이야기 많이 듣지 않나.
팬분들이 가끔 진짜 ‘프링글스’를 사주셔서 거기에 내 사진을 붙이고 선물해 주신다. 나도 재밌더라. 진중한 것보다는 선수들이나 팬분들과 장난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팬분들이 닮았다고 하시니 나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물론 나는 건강을 생각하기 때문에 프링글스를 잘 먹지 않는다. 물론 팬분들이 주신 선물은 가끔 시도해보려고 한다. 대신 내 통역사가 프링글스를 많이 먹는 편이다.

ⓒ프로축구연맹제공

다시 축구 이야기로 돌아오겠다. 민감한 질문이지만 당신은 교체로 출전했다가 다시 재교체된 적도 제법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는데.
혹시 그 재교체가 첫 번째였나 두 번째였나(웃음). 아무래도 관련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모든 것은 감독님이 선택하는 것 아닌가. 당연히 그 상황 자체를 모든 선수가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에 감독님께서도 왜 교체됐는지 설명해 주시면서 다 해결했다. 내가 괜찮은지 항상 물어보며 챙겨주신다.

또 외국인 선수들은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화도 많이 내고 본인들 하고 싶은 일만 한다는 편견이 있지 않은가. 나는 그런 상황에서 조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정신적으로 강하다는 점과 함께 더 나은 사람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리고 축구에서는 결국 압박받는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싸움에서 항상 정신적으로 무장돼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 시즌에 우리 팀이 그런 면이 부족했던 것 같다. 많은 상황들이 펼쳐지게 되는데 거기에서 내가 스스로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았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 사건 이후로 스스로 더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그 작은 사건이 본인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된 것일까.
영어로 말해야 해서 설명을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를 발전시키는 데 이런 사소한 것들은 정말 중요하다. 이런 작은 것들이 축구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나를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훈련 이야기를 해보겠다. SNS를 보니 김진규 코치가 훈련하면서 선수들을 엄청 힘들게 하더라.
힘들기는 하더라. 하지만 전지훈련은 힘든 게 당연한 것이다. 어제 훈련에서도 감독님이 나에게 ‘힘드냐’라고 물었지만 ‘전지훈련은 당연히 힘든거죠’라고 말했다. 코치진에서 계획을 잘 짜주고 도와주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코칭스태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운동장에서의 훈련보다 근력 운동에 있다.

안익수 감독이 선수들에게 어떤 농담을 하는지도 궁금하다.
내가 한국어를 몰라서 다른 선수에게 하는 농담은 잘 모르겠다. 나에게는 거의 계속 장난을 치신다. 모든 것을 다 말할 수는 없지만 항상 그러시는 것 같다. 물론 장난과 함께 약간의 비판도 하신다. ‘더 잘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결국 모든 끝은 장난으로 서로 웃으면서 잘 마무리한다.

안익수 감독의 미팅 시간이 길기로 유명하다. 힘들지는 않은지.
이제는 다 적응됐다. 모든 감독님들은 각자의 유형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우리 선수들은 빨리 적응만 하면 될 것이다. 감독님과 함께한 지도 1년 6개월 정도 됐기 때문에 이제는 항상 하는 것이라고 인식한다. 시즌이 시작하지 않아서 아직 미팅을 한 적은 없다. 물론 우리 선수단 모두 다 이에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오셨을 때는 미팅을 오랫동안 하셨는데 그에 대한 이유도 이제는 알 것 같다.

태국 후아힌에서 훈련하는 (좌측부터) 일류첸코, 오스마르, 팔로세비치의 모습. ⓒ프로축구연맹제공

올 시즌 FC서울은 작년에 비해 어떤 점이 달라질까.
지난 시즌은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올 시즌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년에 우리는 정말 좋은 축구를 했다고 생각한다. 통계면에서 봐도 패스나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골 결정력에서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좋은 축구를 펼쳤다고 본다. 고무적인 점은 FA컵 결승전까지 진출했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에도 결승전까지 올라가 우승을 한다면 팬분들께 좋은 선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3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은 충분한 자격이 있다. 그리고 내 계약이 이번 연도에 끝나게 되는데 계약 기간과 상관없이 팬분들과 구단에 작년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선물하고 싶다.

일류첸코를 혼자 두고 가면 안 되지 않나.
나 없이도 훨씬 잘할 것 같다. 시즌 말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저 FC서울과 팬분들께 받은 성원을 다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팬분들이나 직원들도 우리와 좋은 관계를 유지 중이다. 올 시즌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면 너무나도 행복할 것 같다.

그래도 재계약 협상을 하게 될 경우 일류첸코 영입 수수료는 연봉에 추가해도 될 것 같다.
이미 그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아마 내가 까먹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아직 기억하고 있다. 몇 퍼센트를 받을지 모르겠지만 에이전트에게 물어본 뒤 바로 계산서를 보내겠다.

누구에게 계산서를 보낼 것인가.
요즘 세상에는 공짜가 없지 않나. 에이전트와 구단에게 청구하겠다. 물론 다 장난이다. 일류첸코가 우리 구단에 합류해서 너무나도 행복하다. 일류첸코도 서울에서 너무 행복해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나보다 나이가 많은 형이지만 내 이야기를 좀 들어야 할 것 필요도 있다.

서울에서 둘의 추억도 많이 쌓았을 것 같다.
사실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 매일 보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각자 가족이 있어서 훈련 이후에는 서로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한 달에 한두 번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도 있다. 정말 좋은 관계는 맞지만 매주 같이 놀러 다니지는 않는다. 하루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2년 반 동안 만나서 그런가 그 이상은 조금 힘들다.

마지막으로 기대 중인 팬들께도 한 말씀 부탁한다.
너무 큰 지지를 해주셔서 감사하다. 이에 우리가 받은 만큼 돌려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다. 항상 승리하는 경기로 보답을 해야 하는데 올 시즌에 그렇게 보답하고 싶다. 다시 한번 지지해 주셔서 감사하다. 곧 뵀으면 좋겠다.

ⓒ프로축구연맹제공

민감한 질문에도 팔로세비치는 성실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진지해야 할 때는 무게감 있게 말하다가도 재미있는 질문은 찰떡같이 알아들으며 농담을 던졌다. 그렇게 한국 생활 4년 차의 관록을 인터뷰에서 뽐냈다. 이제는 그 무대를 K리그 경기장으로 옮긴다. 경기장에서 다양한 표정으로 서울 팬들을 웃게 할 그의 모습이 벌써부터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하다. 마치 하나의 이름에도 다양한 맛을 지닌 ‘프링글스’처럼 말이다.

gwima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