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태국 치앙마이=조성룡 기자] 껄끄럽고 조심스러운 곳도 있고 정말 친한 곳도 있다.

태국으로 K리그 전지훈련을 온 구단들은 많다. 그런데 올해는 꽤 흥미로운 장면이 많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묘한 동거'가 많다. 때로는 불편함도 느끼고 때로는 친근함도 느낀다. 특히 K리그1 개막전 일정이 발표된 이후 이런 상황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태국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광경이다.

먼저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 팀들이 있다. 후아힌에는 FC서울과 FC안양이 있다. 훈련장을 파란색 펜스로 갈라놓은 두 팀은 조용하게 훈련하고 있다. 다른 리그에 속해있어 연습경기 한 번 할 법 하지만 두 팀 사이에 예정된 연습경기는 없다. 안양은 팬들의 여론을 고려했고 서울은 "안양이 하자는 제의가 없는데 우리가 굳이 나설 필요 없다"라며 어깨를 으쓱하는 입장이다.

오히려 말레이시아나 태국 등 근교 프로 팀들이 와서 두 차례씩 연습경기를 하며 만족감을 드러낸다. 수준 높은 K리그 팀을 한 번 와서 두 팀씩 만나기 때문이다. 두 팀의 훈련장은 붙어있고 숙소는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시내에서는 안양과 서울 프런트가 마주쳐 약간은 어색한 인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촌부리의 대전하나시티즌과 강원FC도 마찬가지다. 과거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볼보이 논란'으로 지독한 악연이 얽힌 두 팀이다. 하지만 초반 분위기는 제법 평화로웠다. 그런데 K리그1 개막전에서 두 팀이 만나기로 결정돼 긴장감이 사뭇 높아졌다. 태국 현지에서는 "대전과 강원이 일정 발표 이후 예정된 연습경기를 취소했다"라는 소문이 돌았다.

개막전 상대와 '동거'를 하는 또다른 팀이 있다. 바로 치앙마이의 수원FC와 제주유나이티드다. 일단 두 팀은 서로 연습경기를 하지 않았다. 전력 유출을 우려해 "같은 디비전의 팀과 경기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이 있다. 그렇다고 서로 날 선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선수들끼리도 잘 만난다. 제주 프런트의 숙소가 수원FC 선수단 숙소 내에 위치하기도 한다.

다만 서로 비교되지 않도록 '공평함'이 가미됐다. 제주는 숙소에서 훈련구장까지 차를 타고 이동하지만 수원FC는 도보로 이동할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다. 대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제주는 걸어가고 수원FC는 차량을 이용한다. 서로 똑같은 핸디캡을 받는 셈이다. 그리고 같은 리조트에 살기 때문에 식당은 서로 달라도 식단은 똑같다.

이들과 다르게 '동거'를 해도 하하호호 친하게 지내는 팀이 있다. 바로 '032'로 묶이는 인천유나이티드와 부천FC1995다. 두 팀은 같은 숙소 건물과 같은 훈련장을 쓴다. 나름대로 라이벌 의식이 있을 법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선수들이 서로 어울려 여가를 즐기거나 교류도 많다. 연습경기도 했다. 상대 구단 선수를 인터뷰해 SNS에 올리기도 한다.

심지어 인천 조성환 감독과 부천 이영민 감독은 자주 카페에서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두 감독부터 친밀하니 구단 관계자나 선수들 또한 그럴 수 밖에 없다. 조 감독은 "우리가 전술이 비슷해서"라며 웃었고 이 감독은 "인천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도 이렇게 도움을 받고 있다"라고 미소 지었다.

점심시간 이후에는 더욱 흥미로운 장면이 펼쳐진다. 카페에 인천과 부천 선수들이 뒤섞여 담소를 나눈다. 부천 주장 김호남과 이범수가 인천 김연수와 문지환 등을 만나 커피 한 잔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른 분위기의 다른 전지훈련장 이야기를 하니 "우린 그런 거 없다. 서로 디비전이 달라 그런가"라며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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