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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울산=김귀혁 기자] 울산 유니폼을 입은 조현택이 부천에 대한 감사함과 함께 새 시즌 각오를 밝혔다.

2023 시즌을 앞두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를 기획했다. 이는 국내 각지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팀들의 훈련지에 공식 기자회견, 훈련 참관 등의 자리를 마련한다. 미디어의 원활한 취재 활동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1~2월에 걸쳐 총 8차례 미디어 캠프가 펼쳐질 예정이다.

지난 12일 전북현대가 올해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의 서막을 연 데 이어 16일에는 지난 시즌 우승팀 울산현대가 그 주인공이었다. 울산에 위치한 롯데시티호텔에서 진행된 이번 미디어 캠프는 공식 기자회견을 총 두 개의 순서로 나눈 뒤 이후에는 자율 인터뷰 형식으로 펼쳐졌다. 울산은 지난 시즌 17년 만에 리그 우승을 거두며 숙원 사업을 푼 가운데 올 시즌 2연패를 노리는 상황이다.

이를 위한 영입 행보도 활발하다. 스웨덴 함마비IF에서 다리얀 보야니치와 구스타브 루빅손을 데려오며 2선과 공격진 보강에 성공했다. J1리그 우라와레드다이아몬즈에서 활약했던 에사카 아타루도 보강했다. 그 외 제주에서 득점왕을 거머쥐는 등 국내 대표 공격수로 발돋움한 주민규도 3년 만에 울산으로 복귀했다. 이청용 또한 2년 재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22세 이하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울산은 지난 시즌 김민준, 황재환 등을 22세 이하 선수로 활용했다. 하지만 큰 안정감은 주지 못하며 우승한 와중에도 고민거리로 남았다. 그렇기에 올 시즌 임대 복귀한 조현택의 활약은 중요하다. 조현택은 2020년 울산에 입단했으나 경기에는 나서지 못한 채 그다음 해 부천FC로 2년 간 임대를 떠났다.

임대 과정에서 조현택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특히 지난 시즌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K리그2 왼쪽 수비 부문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왼쪽 측면 수비수의 새로운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룬 상황에서 복귀한 울산현대는 K리그1 우승을 다투는 팀이다. 국내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조현택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울산에 다시 돌아왔지만 조현택은 익숙함보다 새로움이 컸다. 그는 "긴장도 되고 걱정도 많이 들지만 설레는 마음이 큰 것 같다"면서 "2020년에는 신인이기도 했고 2군에 머물다 보니 형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완전히 녹아들지 못했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막 시작하는 단계임에도 형들과 소통하며 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광스럽다. 배운다는 느낌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라며 복귀 소감을 밝혔다.

그만큼 2년 사이에 조현택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렇기에 부천과 그를 데려온 이영민 감독에 대한 감사함도 컸다. 조현택은 "이영민 감독님이 직접적으로 아쉽다는 말씀은 안 하셨다"면서도 "가끔 기사를 보면 아쉬워하시는 마음도 있는 것 같다. 시즌 끝나고 회식 자리에서도 '도전해 봐라'라면서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하시는 등 용기를 많이 주셨다"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아쉬운 점은 감독님이 계속 아끼고 챙겨주셨는데 이렇게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부천에서 더 잘했으면 좋았을 법한 생각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형들에 대한 감사함도 표현하며 "사실 울산에 돌아가는 게 자신이 없었다"면서 "그럴 때마다 형들이 오히려 훌륭하다고 말씀하시면서 응원해 주셨다. (김)호남이 형, (조)수철이 형, (한)지호 형 등 맏형들을 필수로 많이 도와주셨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부천은 정규 리그 4위라는 호성적으로 승강 준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선수단이나 지원 규모를 생각하면 놀라웠다. 그 덕에 K리그1으로 진출하는 부천FC 출신 선수들도 많아졌다. 당장 1라운드 '현대가 더비'에서 맞붙을 오재혁을 시작으로 대구FC로 이적한 김강산, FC서울의 수문장이 된 최철원 등이 있다. 지난 시즌 조현택과 함께 부천의 행진을 이끈 자들이다.

특히 오재혁은 지난 12일 전북현대의 K리그 미디어 캠프에서 <스포츠니어스>를 통해 "(조)현택이 형에게 살살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조현택은 "나도 그 기사를 봤다"면서 웃은 뒤 "둘 다 각자 위치에서 잘하고 있으면 충분히 만날 수 있는 것 아닌가. 라이벌로서 우승을 경쟁하는 팀에서 서로를 만나게 됐다. 물론 '살살해라'라는 메시지는 장난으로 보냈다. 진심으로 (오)재혁이가 잘했으면 좋겠다"라며 응원을 보냈다.

이어 기자가 '현대가 더비'에서 서로 선발 출장하여 악수를 나누는 장면을 가정했다. 그러자 조현택은 "뭔가 묘하면서도 웃길 것 같다. 둘 다 웃고 있을 것 같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이영민 감독님 생신에 전화를 드렸었다. 감독님께서도 어차피 갔으니 재혁이와 내가 잘해서 현대가 더비에서 같이 뛰는 장면을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결국 내가 얼마나 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오재혁 외에 김강산, 최철원과도 맞대결 펼쳐야 한다. 이에 대해 조현택은 "솔직히 두 형들이 이적했을 때 나도 모르고 있는 상태여서 조금 놀랐다"면서 "(김)강산이 형은 그 전부터 충분히 K리그1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철원이 형은 다소 놀라웠다. 굉장히 잘하시지만 재계약을 작년 여름에 하셨기 때문이다. 두 형 모두 얼마나 잘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다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강산이 형과는 가끔 연락하는데 '현대가 더비'에서 어디를 응원해야 하냐고 묻더라"라고 전했다.

물론 조현택은 오재혁과 같이 젊은 선수에 속하기에 현재 상황이 꿈만 같을 수 있다. 오재혁도 "지금 전북에서 운동하고 있는 것 자체가 꿈만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조현택 역시 "나도 TV에서만 보던 형들과 훈련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라며 "여기에서 더 성장하고 많은 경기에 나선다면 그것 또한 꿈만 같을 것 같다"라고 말하며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그는 "워낙 기량이 출중한 형들이 많다"면서 "2020년에 봤던 형들은 조금 친근한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바코나 (김)영권이 형과 같은 형들을 보면 그렇지 않다. 슈팅 훈련 할 때도 그렇고 월드컵에서 뛰던 형과 같은 팀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그 외 같은 포지션인 (설)영우 형이나 (이)명재 형에게도 훈련이 끝나면 질문을 많이 한다. 형들이 경험이 많다 보니 이를 익힐 수 있도록 계속 질문한다. 형들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친절하게 답변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현택에게 올 시즌은 많은 것이 걸려 있는 한 해다. 임대 기간 쌓아온 실력을 이제는 디펜딩 챔피언 울산에서 증명해야 한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이어진다면 오는 9월 펼쳐질 예정인 항저우 아시안 게임 대표팀도 노려볼 수 있다. 이 말을 전하자 조현택은 "결국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어야 한다"면서 "부천에서 상도 받고 활약도 나쁘지 않아서 팬분들이나 감독님의 기대치가 높아져 있을 것이다. 거기에 만족시킬 수 있을지 항상 부담된다. 훈련할 때마저도 그런 부담감이 있다"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조현택은 "그 부담감을 털어내기 위해 요즘 자존감을 높이는 책을 읽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기자가 "혹시 김호남이 추천해 줬냐"고 묻자 조현택은 "오 맞다"라며 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이어 그는 "시즌 끝나고 부천FC 회식 때였다"면서 "화장실에 가려고 하는데 호남이 형이 계단 쪽에 혼자 계시길래 말하면서 책 하나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라고 회상했다. 김호남은 평소 '독서광'으로 유명한 선수다. 지난해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경제학 서적인 '국부론'을 읽는 중이라고 말하며 눈길을 끌었다.

어떤 책인지 묻자 조현택은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라는 책이다"라며 "평소에 형들에게 과하게 겸손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지나친 겸손도 좋지 않으니 최대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책을 읽고 있다. 그동안 해왔던 활약에 자존감을 갖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조현택은 울산 팬들에게도 "내가 어떤 선수인지 잘 모르실 수 있다"면서 "내가 어떤 선수라고 표현하기보다 경기장에서 보여드리는 게 가장 신뢰되는 말과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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