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태국 치앙마이=조성룡 기자] 역시 '바닥민심'이 탄탄하다.

17일 태국 치앙마이의 제주유나이티드 전지훈련장. 제주는 아티타야 치앙마이CC 내부의 무궁화 호텔을 숙소로 쓰고 있다. 여기는 꽤 독특한 곳이다. '무궁화 호텔'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국 분위기가 물씬 난다. 이 골프장은 한국 회사가 운영하는 곳이다. 골프장 시설 내에 축구장이 있어 제주와 수원FC가 이곳을 훈련장으로 쓰고 있다.

아티타야의 특징 중 하나는 한국인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태국어와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해도 여기서는 문제 없이 지낼 수 있다. 태국인 종업원 또한 한국말을 하고 여기저기 한국어 안내판이 붙어있다. 밥도 한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갓김치가 전라도 여수에서 공수된 것 같은 맛을 자랑한다.

제주 선수단은 한국인 관광객들과 같은 숙소를 쓰고 있다. 한국에서 온 골프 관광객들이 여기서 골프를 즐기며 밥도 먹고 수영도 한다. 제주 선수단은 식사 때만 관광객들과 분리된 테이블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함께 사용한다. 제주 선수들이 훈련 후 수영을 즐길 때 골프 관광객들 또한 섞여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이 가장 자주 마주치는 곳은 식당이다. 식사 시간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K리그를 잘 모르는 관광객들 입장에서는 월드컵 대표 없는 제주 선수단이 생소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어?!"라고 외치며 쳐다보는 존재가 있다. 바로 제주의 살아있는 전설 구자철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날 점심에도 그랬다. 구자철은 점심을 먹은 후 수영장 옆에서 제주 구단 후원사인 'UNIX' 제품 홍보 사진을 촬영했다. 다리에 착용해 공기 압력으로 혈액을 돌게 해 근육을 치료하고 회복시켜주는 제품이다. 구자철과 함께 외국인 선수가 홍보 사진 촬영에 함께했다.

구자철은 제주를 후원하는 업체들에도 인기만점이다. 제주 구단 관계자는 "이런 홍보 촬영을 할 때 후원사들의 요청에 맞춰서 선수를 섭외하고 촬영한다"라면서 "그래도 대부분 후원사들이 구자철을 모델로 원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그러자 수영장에 있던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 구자철 아니야?"라는 관광객들은 구자철의 사진 촬영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구자철은 쏟아지는 시선에도 상당히 능숙하게 모델 역할을 했다. '편안함'을 강조하기 위해 선베드에 누워 스마트폰까지 보는 여유를 연출하기도 했다.

촬영이 끝나자 관광객들은 "구자철 선수 아니세요? 여기에서 보게 돼 너무 반갑습니다. 우리 악수 한 번 합시다"라며 손을 내밀었다. 구자철도 웃으면서 손을 맞잡았다. 관광객들은 "구자철이 잘생겨서 바로 알아봤다"라더니 "실물로 보니 정말 잘생겼다. 구자철이 여기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고 기뻐했다.

구자철은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해설위원을 하며 많은 인지도를 쌓았다. 뿐만 아니라 2012 런던 올림픽과 각종 국가대표 경기에서 활약해 국민들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그런 구자철이 생각지도 못한 태국의 골프장 시설에 등장했으니 놀라울 수 밖에 없다. 여기에서 구자철은 최고의 '셀럽'이었다. 기뻐하는 관광객들에게 이 말을 하려다 꾹 참았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수원FC 이승우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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