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룡의 555] 후아힌에서 만난 벌거벗은 서양 남성의 정체

<스포츠니어스>는 K리그 전지훈련 취재를 위해 태국 치앙마이에 와 있습니다. 태국은 우리나라와 다른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ㅋㅋㅋ’는 태국에서 ‘555’로 표기합니다. 태국에서 숫자 5를 ‘하’라고 발음하기 때문인데요, 태국에서 ‘555’ 웃음이 나오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전합니다. – 편집자 주

[스포츠니어스 | 태국 후아힌=조성룡 기자] 지구촌은 정말 좁다. 그래서 더 놀랍다.

13일 FC안양의 전지훈련장 숙소. 태국의 대표 휴양지 후아힌에 위치한 이곳은 정말 덥고 습한 날씨를 자랑한다. FC안양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갑자기 덥고 습해졌다”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이곳은 태국 왕실 휴양지일 정도로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도시다.

안양 선수단은 리조트 내의 숙소를 이용하고 있다. 수십 명 남짓의 규모다보니 리조트를 온전히 선수단만 사용하기는 어렵다. 해당 리조트에는 외국인 관광객 또한 제법 눈에 띈다. 특히 태국에는 서양에서 노후를 즐기러 온 관광객들이 상당히 많다. 작은 규모의 수영장까지 갖춘 이 리조트에는 일광욕을 하거나 수영을 즐기는 외국인이 많다.

기자는 수영장 옆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안양의 기대주 박재용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참 동안 서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깔깔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영장에서 웃통을 벗은 중년의 외국인이 둘에게 걸어왔다. 그러더니 대뜸 기자에게 “한국의 축구선수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라는 말 대신 “수드 코리아(Sud Korea)”라는 표현으로 인해 잠시 혼동이 있었지만 말이다.

기자는 그에게 “나는 축구선수가 아니라 축구기자다.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이 축구선수다”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면서 “우리 집안이 축구를 해왔다. 나도 축구선수였고 내 아들 중 두 명이 축구선수로 뛰고 있다”라고 말하더니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 중 한 명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뛰었다.”

깜짝 놀라 그 정체를 물었다. 그러더니 이 외국인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독일 대표팀의 센터백이었다”라고 말하더니 “잠시 뒤에 다시 이야기하자”며 자리를 떴다. 그런데 박재용은 놀랍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박재용은 “내가 영어를 하나도 못해서 뭔 소리인지 도대체 모르겠다”라더니 “저 아저씨 이미 선수단에서는 유명하다. 우리 팀 훈련도 보러 왔다. 아들이 독일 대표팀에서 뤼디거 짝꿍이라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알고보니 태국 후아힌에 여행을 온 인물은 닐스 슐로터베크다. 1985년 프로 무대에 데뷔했던 그는 약 10년 남짓한 세월 동안 독일 무대에서 뛰었고 자신의 이름을 딴 축구 학교를 운영하는 인물이었다. 한국 축구팬들은 잘 모를 수 밖에 없는 이름이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조금 달라진다. 도르트문트의 젊은 수비수 니코 슐로터베크와 VfL보훔에 임대 가 있는 프라이부르크 소속 케벤 슐로터베크는 형제다. 그리고 닐스는 이들의 작은아버지다.

니코 슐로터베크는 카타르 월드컵 독일 대표팀의 일원으로 두 경기를 뛰기도 했다. 닐스가 말한 “아들 중 한 명”이 바로 니코였던 것이다. 닐스는 “니코가 독일 대표팀에 뽑혔을 때 정말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독일이 조별예선에서 바로 탈락하는 바람에 많이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 옆에 있던 김현회 기자는 닐스에게 “두유노우 차붐?”을 외쳤다. 닐스는 “당연히 모를 수가 있겠는가. 차붐은 위대한 선수다. 나는 그와 비교할 수 없는 존재다. 정말 대단한 선수였다”라고 회상했다. 그가 유소년 시절을 보내며 선수의 꿈을 키울 때 독일은 차범근 열풍이 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닐스는 한국인 선수에 대한 애정도 깊다. 닐스의 아들 또한 현재 축구선수로 활동하고 있고 같은 팀에 한국인이 뛰고 있다. SV 발트호프 만하임에서 뛰고 있는 이창재다. 닐스는 “내 아들과 같이 생각하는 선수”라면서 갑자기 이창재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의 기자를 만났다”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인구 약 12만 명의 소도시 태국 후아힌에서 이렇게 마주칠 확률은 어떻게 될까. 닐스는 한국인이 반가운 듯 “혹시 독일인 코치가 필요한 팀이 있다면 전해달라. 내가 소개시켜주겠다”라고 농담을 던지며 유쾌하게 웃었다. 세계는 좁고 여전히 마주칠 사람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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