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1호 논란, 이제는 안덕수 씨와 선수들이 답할 차례

ⓒ안덕수 씨 SNS 캡처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2701호 논란이 여전히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2022 카타르월드컵 당시 일부 선수의 개인 트레이너 고용과 관련해 당사자인 안덕수 씨의 SNS 게시글 이후 논란은 시작됐고 이후 대한축구협회가 이에 반박하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여기에 다수 매체와 방송 등에서도 이 사건을 다뤘다. <스포츠니어스>도 출처 표기를 원하지 않는 관련자들과 업계 종사자들을 취재해 기사 및 방송으로 전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은 거세다. 안덕수 씨가 자격증이 없어 문제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협회 소속 트레이너 중에도 자격증이 없었던 인물이 있지만 제도 정착 시기에 유예 기간이 있었다는 것 등의 사실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이후 여러 사건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안덕수 씨의 무자격 논란과 협회 소속 트레이너의 무능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둘 다 맞는 이야기다. 안덕수 씨는 협회에 속할 자격이 없었고 <스포츠니어스> 보도처럼 협회 소속 담당자들이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이건 취재와 보도의 영역에서 쉽게 파고들 수 없는 문제다. 깊숙하게 취재한다고 해도 취재원들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길 꺼려한다. 그렇다고 결정적인 녹취와 기록 등이 담긴 자료도 없다. 취재를 해도 ‘그래서 출처가 어디냐’ ‘저 기자의 말을 믿느냐’고 반박하면 할 말이 없다. 취재를 함에 있어서 복수의 관계자들이 전하는 공통된 이야기를 통해 전후 관계를 파악할 수밖에 없다. 워낙 민감한 주제라 ‘더블 체크’를 해도 독자들이 믿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황희찬 부상과 관련한 MRI 논란을 전하니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아니면 MRI 판독을 할 수 없다’는 엉뚱한 논란으로 불똥이 튀었다.

의료법상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MRI 소견에 전적인 권한을 가진 건 사실이다. 대한축구협회 팀 닥터는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아니기 때문에 MRI 판독을 할 수 없다. 또한 진료 기록은 환자의 비밀 유지를 위해 유출될 수도 없다. 하지만 업계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선수의 몸 상태는 환자의 비밀 유지보다 빠른 회복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 MRI 자료가 어렵지 않게 공유된다. 여기에 축구계에서는 MRI 촬영 이후 수술과 재활 여부를 놓고 논의할 때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아니어도 팀 닥터, 심지어 트레이너까지 의견을 내는 경우가 많다. 곡해하는 이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 첨언하자면 이 현상이 옳다는 게 아니라 업계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다.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까지 지낸 파울루 벤투 감독도 의료법을 모르진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벤투 감독이 팀 닥터에게 MRI 자료를 요구한 건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주요 선수의 부상 자료를 협회가 제대로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한 불만 표시였다. 논점은 이건데 주관적인 의견을 넣지 않으려 사실 관계만 전달하니 추측과 오해, 곡해가 점점 더 커진다. ‘이 취재 내용이 거짓이다’, ‘이걸 보도한 취재진이 당시 현장에 있었느냐’, ‘벤투 감독이 의료법을 모른다’, ‘이 사건에 증거가 있느냐’는 반응이 대다수다. 이걸 트레이너 논란에 ‘물타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반응도 있다. 안덕수 씨가 SNS에 올린 글 중 하나가 이 MRI 사건과 관련돼 보도에 추가했지만 해석에 따라 이걸 ‘물타기’로 보는 이들도 있다.

이후 보도할 취재 내용이 더 있지만 굳이 꺼내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진실은 당사자가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는 한 영원히 밝혀질 수 없는 영역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건 제한된 보도와 협회의 입장문, 안덕수 씨의 SNS 글에 좋아요를 누른 선수 명단 정도만 가지고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는 팬들이 점점 분열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자기가 믿고 싶지 않은 주장이나 사실을 전하는 이들은 거짓을 말하는 이들로 몰린다. 소위 말해 ‘안덕수파’와 ‘협회파’ 모두에 해당하는 말이다. 이제 취재나 사실 전달은 큰 의미가 없다. 해석하기 나름인 영역이 됐다. 같은 사실이어도 해석에 따라 누가 잘못한 건지 결론이 달라진다.

ⓒ안덕수 씨 SNS 캡처

이제는 당사자들이 나섰으면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안덕수 씨가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이다. 안덕수 씨는 SNS에 논란의 글을 올린 뒤 기자들의 연락을 요청했다. 이후 <스포츠니어스>도 여러 통로를 이용해 안덕수 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스포츠니어스> 뿐 아니라 다른 매체에도 안덕수 씨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건 안덕수 씨다. 정면돌파를 하건 정정할 사실이 있건 아니면 논란에 대해 사과를 하건 그가 나왔으면 한다. 전후 관계를 파악했을 땐 협회의 입장문에 안덕수 씨도 반박할 게 충분히 있어 보인다. 논란을 스스로 만들었으니 이제는 용기를 냈으면 한다. 안덕수 씨가 나서지 않으면 선수들은 더 난처해진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 나선 선수 중 상당수는 안덕수 씨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언론이나 자신의 SNS를 통해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질 않는다. 몇몇 선수에게 문의를 해도 “이 문제와 관련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한국 축구를 위해 결의한 게 있다면 선수들도 의견을 내줬으면 한다. 자극적인 폭로가 아니어도 대표팀의 의료 시스템 개선을 위해 입을 열었으면 좋겠다. 해당 사건으로 일부 대표팀 선수들이 협회를 향한 불만이 더 커진 가운데 협회에서는 에둘러 표현했지만 입장문을 통해 해당 선수들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의견이 있다면 선수단 ‘카톡방’이 아닌 대중을 향해 용기를 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렵겠지만 그래야 변한다. 대표팀 선수 중 상당수가 협회 의료 시스템에 불만이 있고 안덕수 씨를 지지한 건 나름대로의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안덕수 씨에 대한 대중의 여론이 그다지 좋지 않음에도 선수들이 안덕수 씨를 추종(?)할 정도로 따른 이유를 이제는 스스로 밝혔으면 한다. 더 이상 취재나 익명의 제보자를 활용해 진실을 밝히기도 어렵고 진실이 밝혀진다고 한들 대중은 사실을 자신의 견해대로 해석해 반반으로 나뉘어 싸울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니어스>는 안덕수 씨나 당사자들이 용기를 낸다면 적극적으로 반영할 생각이다. 이건 다른 매체나 축구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701호에서 정말 결의한 게 있다면 이 결의는 세상에 알려져야 한다.

2022 카타르월드컵은 그 어떤 월드컵보다 감동이 컸다. 여운이 오래 갈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대회가 끝나니 참패했던 월드컵보다 뒷말이 더 많다. 그래서 더 아쉽다. 2701호 논란이 끝나야 이번 월드컵이 진정으로 마무리 된다고 생각한다. 협회는 일단 입장을 밝혔다. 이제 논란을 처음 시작한 안덕수 씨, 그리고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결의한 선수들이 입장을 낼 때다. 그렇지 않다면 이 일은 축구계의 영원한 갈등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 사안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다. 이 사안은 ‘진실게임’이 필요한 게 아니라 ‘대화’가 필요하다. 논쟁할 때는 격하게 하더라도 서로의 생각과 주장을 모두 털어놓고 함께 한 방향으로 그 다음을 위해 가는 것이 발전적이지 않을까.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