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완주=김귀혁 기자] 아마노 준이 울산 홍명보 감독의 발언에 대해 입을 열었다.

2023 시즌을 앞두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를 기획했다. 이는 국내 각지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팀들의 훈련지에 공식 기자회견, 훈련 참관 등의 자리를 마련한다. 미디어의 원활한 취재 활동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1~2월에 걸쳐 총 8차례 미디어 캠프가 펼쳐질 예정이다.

12일 첫 번째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의 주인공은 전북현대로 완주군 봉동읍에 위치한 전북현대의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됐다. 전북현대는 지난 2010년대 리그를 호령했던 강팀이다. 2009년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총 9차례 K리그1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2017년부터는 5연패 업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라이벌 울산현대에 우승컵을 뺏기며 올 시즌 다시 절치부심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겨울 이적시장부터 전북은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수원FC로부터 김건웅을 데려오며 수비와 3선을 보강했고 송범근이 떠난 골문은 K리그2 정상급 골키퍼인 정민기로 메웠다. 지난해 약점으로 지적받던 22세 이하 자원으로는 오재혁으로 보강하는 데 성공했다. 그 외 외국인 선수들뿐만 아니라 화룡정점으로 울산현대 출신의 이동준과 아마노 준까지 영입했다.

특히 아마노 준의 임대 영입은 장안의 화제였다. 아마노 준은 지난 시즌까지 울산현대에서 활약하고 우승까지 거머쥐며 한국에서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다. 그러던 지난 5일 전북 구단은 아마노 준 임대 영입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11일 울산 홍명보 감독은 타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적한 아마노 준을 두고 "내가 아는 일본 선수 중 최악"이라고 표현했다. 당초 임대 연장을 논의했으나 이를 깨고 이적한 것이 홍 감독의 설명이었다. 울산현대 출신인 이동준 역시 유럽을 거쳐 전북현대로 이적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 덕에 아마노 준은 당초 자율 인터뷰 선수로서 내정됐으나 이날 급하게 공식 기자회견에 들어가게 됐다. 먼저 전북에 온 소감에 대해 아마노 준은 "이 클럽하우스 크기부터 빅 클럽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같은 리그에서 싸워오면서 전북이 강한 팀임을 느꼈다. 이 팀의 일원이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짧게 소감을 밝혔다.

곧바로 울산 홍명보 감독의 발언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아마노 준은 "나는 홍명보 감독을 굉장히 존중한다. 나를 한국에 데려온 감독님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작년에 울산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도록 하기 위해 함께 싸웠다"면서도 "어제 그 기사를 봤다. 언론을 통해 그 발언을 하게 되어 유감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최근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홍명보 감독님이 나를 두고 거짓말쟁이, 돈을 선택해서 이적했다는 발언을 했다"면서 "전혀 없는 사실이다. 울산과는 작년 여름부터 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나눴다. 울산으로부터는 11월 중순에 제안이 왔지만 그때 이미 전북으로 마음이 기울여진 상태였다"라고 덧붙였다.

홍명보 감독은 아마노 준이 울산에 돌아오기로 약속했다고 말한 바 있었다. 이에 대해 아마노 준은 "감독님께 울산에 남겠다고 한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전북에서 정식 오퍼가 온 하루 뒤에 울산에서 미팅 자리를 만들었다. 그 자리에서는 남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그 이후에 구단 측에서의 정식 제안은 없었다. 현장 스태프와 구단의 온도차에 굉장히 곤혹스러웠다"라고 밝혔다.

그는 말을 이어가며 "시기를 봤을 때 계약에 대해 정식적으로 크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면서 "전북현대의 공식 제안이 오고 하루 뒤에 미팅을 연 것 자체가 나를 전북현대에 보내지 않기 위해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내년 현대가 더비에 대해서도 그는 "정승현이 내년에 조심하라고 농담 삼아 메시지를 보내기는 했다"면서 "이 결단에 대한 의미와 중요성을 알고 이적했다. 올 시즌 울산과의 경기에 대한 각오는 준비되어 있다"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후 그는 "작년 여름부터 울산 측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세이고 코치님도 계시고 내 에이전트도 내년 계약 연장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했다"면서 "하지만 구단 측에서는 그런 자리를 만들어주지 않았다. 시즌 이후 11월 중순에 제안이 왔었다. 하지만 이미 전북으로 마음이 기울여졌다."라며 이적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홍 감독은 아마노 준을 아는 일본 선수 중 최악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1년간 K리그를 경험했던 아마노 준이 생각하는 한국 최고의 감독은 누구일까. 이 질문에 아마노 준은 웃으며 "같이 한 감독님이 홍명보 감독님 밖에 없다"면서 "어제 언론을 통해 나를 비판했지만 홍 감독님에 대한 존중은 여전하다. 한국에 나를 데려오고 17년 만에 같이 우승을 이뤄낸 은사로서 존중한다"라고 말했다.

이적 이후 홍명보 감독과 연락을 주고받냐는 질문에 아마노 준은 "미팅 후에 따로 이야기를 나눌 자리는 없었다"면서 "전북에서 시즌 끝나기 이전부터 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김상식 감독님과 구단에서 열의를 가지고 접근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시즌 종료 이전에 전북현대는 요코하마마리노스와 임대 조정을 하며 협상을 진행했다. 이 빅클럽에서 내가 어느 정도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지 또 한 번 도전에 직면해 있다"라며 새 클럽에서의 활약 의지를 엿보였다.

홍명보 감독은 아마노 준의 이적에 대해 "같은 일본인인 이케다 세이 코치도 부끄러워할 것"이라며 실망스러운 인상을 전달했다. 아마노 "어제 홍명보 감독님의 기사만 잘라서 보면 세이고도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면서도 "하지만 작년에 일어났던 경위를 안다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자신의 억울함을 이야기했다.

울산현대는 아마노 준을 대체하기 위해 같은 일본 국적의 에사카 와타루를 데려왔다. 에사카에 대해 아마노 준은"나와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선수다"라면서 "굉장히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이런 좋은 선수들이 K리그로 넘어오는 것이 좋은 일이고 나 역시도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는 의도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홍명보 감독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냐고 묻자 그는 "홍명보 감독님은 나를 K리그에 데려와 주신 감독님이자 울산의 우승을 위해 같이 싸워온 전우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존중한다"면서도 "어제 그 발언을 언론을 통해 하게 되어 충격적이었고 실망도 했다. 올해 다른 팀에서 우승을 두고 경쟁하게 된다. 올해는 전북현대의 선수로서 김상식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와 훌륭한 선수들과 리그,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등을 모두 따내기 위해 노력하겠다. 각자 자리에서 경쟁하면 좋을 것 같다"라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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