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 우수상 받고 프로팀 입단한 부천FC 남현욱 이야기

이영민 감독에게 교과 우수상을 전달받은 부천FC 남현욱. ⓒ부천FC 제공

[스포츠니어스|김귀혁 기자] 공부에 축구까지 잘하는 ‘엄친아’가 나왔다.

최근 들어서 대부분의 운동 종목에서는 학업을 강조하는 추세다. 이를 위해 고등학교 축구팀들은 학교 수업을 모두 들은 뒤 훈련에 임할 수 있다. 단순히 축구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사회에서 보다 넓은 길을 개척하도록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K리그 산하 유스팀들의 리그인 ‘K리그 주니어’ 역시 학교 수업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주말로 경기 일정을 편성했다. 그외 컵대회인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은 여름 방학 기간 동안 펼쳐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에서의 운동부는 운동밖에 할 줄 모른다는 편협한 시선이 존재한다. 대학교를 가고자 하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축구 선수들에게는 곧 축구 실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축구는 물론 공부까지 잘하는 학생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큰 관심을 갖는다. 최근 부천FC 18세 이하 팀에서 활약한 남현욱도 이와 같은 맥락의 선수다. 올해 우선 지명선수로 선정돼 축구 선수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았음은 물론 공부까지 잘하는 선수로 정평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 남현욱이 훈련을 마치고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스포츠니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부천FC 제공

부천 구단은 지난달 18일부터 열흘동안 경남 창녕에서 1차 전지훈련을 치르며 2023 시즌을 위한 첫 시작을 알렸다. 이후 지난 3일부터는 태국 치앙마이에 가기 전까지 몸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천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프로에서 처음 훈련하는 남현욱 입장에서는 아직 얼떨떨한 감정이 있을 법했다. 신체적으로 이미 완성 단계에 있는 선배들과 직접 몸을 맞대니 더욱 힘들 수 있었다. 하지만 남현욱은 기자의 물음에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네요”라면서도 “열심히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감독님이나 형들이 너무 잘 챙겨주세요”라며 밝은 태도로 첫 마디를 전했다.

남현욱이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달 30일이었다. 부천 구단이 ‘공부도 잘하는 축구 유망주 등장’이라는 제목으로 보도 자료를 배포했고 그 기사의 주인공이 바로 남현욱이었기 때문이다. 부천FC는 “남현욱은 기업과 경영, 커뮤니케이션 등 전 과목에서 교과 우수상을 수상했다”면서 그의 소식을 알렸다. 보통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수학, 국어 등의 과목을 배우는 것과는 달리 남현욱은 ‘경기경영고등학교’라는 특성화 고등학교 출신이다. 즉 특정 분야의 인재 및 전문 직업인 양성을 위한 학교였다.

놀랍게도 남현욱은 이 학교에서 회계경영과 출신이었다. 이에 대해 남현욱은 “사실 학과는 내 의지가 있었다기보다 팀에서 정해준 거죠. 부천FC 축구부 출신 대부분은 회계경영과로 입학했거든요”라면서 “처음에는 회계라는 단어 자체만 알고 있었습니다. 부모님께서 회계는 나중에 나이 들면 꼭 필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인지만 하고 있었어요. 그렇다고 특별히 그것에 대해 공부한 것은 아니었죠. 고등학교 입학 당시 학교에서 면접을 봐야 해서 찾아본 것이 처음이었어요. 사실상 처음 접한 학문이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회계는 만만한 과목이 아니다. 문과 출신의 학생들이 호기롭게 대학교 전공으로 경영학과를 선택했다가 회계 과목에서 많은 숫자를 맛 본 뒤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현욱은 “돈 버는 직업을 택하면 아주 중요한 과목이더라고요. 배우다 보니 분개하는 과정에도 흥미가 생겼습니다”라면서 “사실 운동선수는 멍청하고 학교 생활 대충 하면서 잠만 잔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소리를 듣기 싫었어요. 운동하면서도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거든요. 그 편견을 깨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라며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이야기했다.

ⓒ부천FC 제공

물론 중학생 시절부터 축구를 하면서도 공부에는 어느 정도 흥미가 있었다. 남현욱은 “중학생 때도 운동을 계속 하다 보니까 모든 과목을 잘할 필요는 없었고 할 수 있는 능력도 안 됐어요”라면서 “그 와중에 흥미를 느끼는 과목만 조금 열심히 했습니다. 전체 학년에서 만점이 한 명도 없었는데 저만 만점을 받은 과목이 있기도 했습니다. 역사, 국어, 과학, 사회는 그래도 좀 잘했던 것 같아요”라며 중학생 시절을 회상했다.

그런데 좋아하는 과목에 수학은 없었다. 고등학생 시절 회계경영과에 들어가 교과 우수상까지 탄 것을 생각하면 다소 의외였다. 이에 남현욱은 “수학이요? 그건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라며 웃은 뒤 “수학은 학생들이 선행학습도 많이 하고 학교에서도 세세하게 가르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요. 어느 정도 기본 격차가 있다 보니 열심히 하면 효과가 바로 나오는 과목을 중점적으로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의 고등학교 학업에는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남현욱은 고등학생 시절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전교에서도 3등까지 들 정도로 공부에 진심이었다. 남현욱은 “축구부끼리는 3년 동안 같은 반인데 거기에서는 계속 1등을 했었죠”라면서 “제 전공이었던 회계경영과와 금융경영과까지 합쳐서 네 개 반이 있었는데 거기에서도 다 1등을 했습니다. 전교에서는 3등까지 했었고요. 축구부다 보니까 일반 학생들과는 거의 접점이 없었는데 한 번씩 찾아와서 어떻게 공부하냐고 물어본 친구들도 있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학교에서 자본 적이 없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말미에는 시험이 다 끝나고 학교에서 자율 시간을 주니까 그때 자본 게 전부죠”라면서 “운동하다 보니까 따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다행히 제가 다니던 학교는 수업만 잘 들어도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수업만 졸지 않고 열심히 들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매년 수능 만점자를 인터뷰할 때마다 나오는 상투적이지만 정석과도 같은 답변이었다.

남현욱은 기업 경영, 커뮤니케이션 등 전 과목에서 교과 우수상을 받았다. 우수상 수여자답게 그는 해당 과목들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남현욱은 “특성화고등학교라 실생활에 관련된 과목이 많았어요”라면서 “커뮤니케이션 과목은 회사 생활에서 상사에 대한 예절, 조문 갔을 때 예절 등을 배웠어요. 기업과 경영, 회계 정보 처리 등에서는 ERP(전사적자원관리)라는 프로그램 활용법에 대해서도 배웠죠. 전체적으로는 돈거래 시 분개하고 처리하는 법에 대해 배운 기억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고된 훈련을 이어가면서 이 같은 성과를 얻었으니 학교에서도 주목할 법했다. 이에 남현욱은 단상에 나가 상을 받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졸업식 현장에 등장하지 않았고 그의 모친이 대신 상을 수여 받았다. 그 이유에 대해 남현욱은 “팀 훈련이 중요하다 보니 담임 선생님께 학교에 못 간다고 말씀드렸어요”라며 “그런데 담임 선생님께서 전교 3등을 했으니 단상에 나가 상을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꼭 오셨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결국 참석하기로 결정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현욱은 “그런데 교통이 문제였어요”라며 한숨을 쉰 뒤 “창녕에서 동대구역에 가야 하는데 택시비가 10만원이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동대구역에서 동탄역까지 가는 데 두 시간 반이 소요됩니다. 그것만 해도 3만원이 나와요. 거기에서 집을 갔다가 교복을 챙겨 입고 부천으로 갔어야 했죠. 거의 열 시간 가까이 걸리니 쉽지 않았습니다”라고 토로했다. 남현욱의 모교인 경기경영고의 졸업식은 지난달 23일이었다. 마침 졸업식 전날 부천은 연습 경기를 치르면서 해당 날짜에는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위 같은 이유로 남현욱은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창녕에 머물렀다.

ⓒ부천FC 제공

다행히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설움을 이영민 감독과 선수단이 달랬다. 남현욱은 “이영민 감독님이 사투리를 쓰시면서 ‘(남)현욱이가 동계 훈련 때문에 졸업식에 가지 못했다. 박수 한번 쳐주자’라며 교과 우수상을 주셨어요”라면서 “당황스러우면서도 너무 감사했죠. 형들이 공부 잘했냐고 묻기도 하시고 계속 놓지 말고 꾸준히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만큼 축구도 끝까지 하라고 응원도 해주셨고요. 같은 학교 출신의 부천 성골 유스 (김)규민(2022시즌 35번)이 형은 워낙 친해서 그냥 무심하게 축하한다고만 하셨어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학생이자 선수로서 원하는 목표를 이뤄낸 남현욱은 이제 더 거센 도전을 앞두고 있다. 처음 프로 무대에 나서는 만큼 첫 시즌에 대한 각오도 남다를 터. 하지만 남현욱은 의외로 신인다운 패기보다는 진중함을 강조했다. 그는 “스무 살에 프로에 왔잖아요. 부담감과 조급함을 갖고 하면 스스로 더 급해질 것 같아요”라며 “그러기보다 부천이라는 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싶습니다. 물론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왔을 때 제 존재감도 보이고 싶어요”라며 각오를 전했다.

이어 그는 본인을 어필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저는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수비하는 유형입니다”라며 “태클 능력도 준수하고 신장(189cm)도 길어서 공중볼 경합도 좋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당차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인터뷰를 마무리하려는 찰나에 남현욱은 “잠깐 할 말이 있어요”라며 머뭇거린 뒤 “부모님이 저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지금까지 인터뷰하면서 한 번도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씀을 못 드렸어요. 제가 외동아들이거든요. 그래서 고생도 많이 하시고 지원도 많이 해주셨는데 감사하다고 꼭 전하고 싶습니다”라며 훈훈하게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축구 실력과 공부뿐만 아니라 인성까지 갖춘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였다.

gwima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