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병역 논란’ 석현준의 해명이 여전히 아쉬운 이유

석현준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석현준의 해명은 진실성이 있을까.

병무청의 병역기피자 명단에 올라있는 석현준이 자신의 SNS를 통해 병역기피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석현준은 3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병역 회피, 귀화설 등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며 “저는 한 번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병역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늦어졌지만 병역을 이행한다는 제 마음과 생각은 늘 변함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오늘 자로 경찰, 검찰 조사를 마치고 제 병역 문제가 법원으로 넘어가 재판을 기다리게 됐기에 이제야 입장을 밝힐 수 있게 됐다”며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는 저는 그동안 해외 구단과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협조 서한을 보내는 등 노력했다. 하지만 구단 측에서는 높은 이적료를 지급하는 구단에만 보내기 위해 협조 서한을 묵살했고 이로 인해 국내로 복귀해 상무를 갈 수 있는 시기도 놓쳤다. 그나마 지난 여름, 1년의 계약기간만 남아 위약금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되자 저는 병역을 위해 위약금을 지불하고 계약해지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석현준은 “현재는 무적 상태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병역의 의무를 마쳐야 할 시기에 그러지 못해 오해가 불거졌다”라면서 “제가 침묵했던 이유는 그동안 어떤 것도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것이 되려 군대를 회피하려는 것처럼 비쳐졌다. 제대로 된 시기에 병역을 이행하지 않고 불필요한 오해를 사게 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최대한 빨리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겠다”며 글을 맺었다. 석현준은 2020년 병무청이 공개하는 병역기피자 명단에 포함됐고 이후 병무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한 바 있다.

1991년생 석현준, 2018년에는 입국했어야
하지만 석현준의 해명에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석현준은 입장문을 통해 군대에 가고 싶어서 구단과 계약 해지를 하려고 했지만 구단에서는 높은 이적료를 지급하는 구단으로의 이적이 아니면 계약을 풀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협조 서한’과 ‘묵살’, ‘높은 이적료’, ‘위약금’ 등의 단어가 등장했다. 여기에서 석현준이 말하는 구단은 프랑스 리그 트루아다. 석현준은 구단 탓을 했다. 그런데 조금만 과거를 되짚어 봐도 석현준의 해명은 고개가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 시점에 용기를 내 입장을 낸 건 다행이지만 해명보다는 변명에 가까운 내용은 아쉽다.

석현준은 1991년생이다. 그가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하려면 2018년 여름에는 한국에 들어왔어야 한다. 국군체육부대는 만27세까지만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가 1995년생이 소위 말해 상무행 ‘막차’를 탔으니 시간을 거슬러보면 1991년생인 석현준은 2018년에는 입대했어야 했다. 그 이후부터는 국군체육부대 지원 자격이 없다. 규정상 국군체육부대에 가려면 6개월 전에는 한국 무대에 돌아와서 실적을 내야한다. 2018년 여름 이적시장에 K리그에 입단해 2018년 겨울에 상무에 응시했다면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석현준이 상무에 뽑히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석현준은 이 시기 자의에 의해 구단과의 장기 계약서에 사인했다. 석현준은 2016년 포르투에 입단할 때도 2020년까지 4년 반의 장기 계약을 맺었다. 2020년이면 그가 상무에 입대할 자격을 놓친다는 걸 누구보다도 석현준 본인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1991년생 동료들이 병역 문제에 대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시기였는데도 석현준은 상무 입대 연령을 훨씬 넘긴 나이까지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이름이 알려진 유럽 여러 팀에 속해있던 석현준은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자신이 있었던 걸까. 하지만 석현준은 2016년 6월 리우올림픽에 와일드카드로 발탁됐지만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병역 혜택을 받지 못했다. 너무 큰 도박이었다.

석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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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여름, 석현준은 4년 계약에 사인했다
석현준은 이후 소속팀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임대 생활을 전전했다. 터키 트라브존스포르와 헝가리 데브레첸을 거쳐 2017년 프랑스 트루아로 임대 이적했다. 당시 석현준은 트루아와의 1년 임대 이후 완전이적 조건에 사인했다. 석현준은 트루아 임대 후 완전이적 조항에 동의했다. 당시 석현준은 임대 후 3년 계약을 할 수 있는 조항에 서명했고 1년 뒤인 2018년 6월 1일 트루아의 제안을 받아들여 3년 계약에 합의했다. 계약기간은 2021년 6월까지였다. 석현준은 2018년 6월 트루아와의 장기 계약으로 다시 국내로 들어올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 계약을 맺어놓고 계약기간에 팀이 자신을 놓아주지 않았다고 비난하면 안 된다.

트루아는 당시 2부리그로 강등된 상황에서 석현준과 장기 계약을 맺은 뒤 그를 곧장 랭스로 팔았다. 그러면서 석현준은 다시 랭스와 무려 4년 계약을 맺었다. 당시 랭스는 1부리그로 막 승격한 팀이었다. 석현준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었다. 2018년 여름은 석현준이 그래도 결심을 굳혀 한국으로 복귀한 뒤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였다. 하지만 석현준은 스스로 계약서에 서명한 뒤 2022년 6월까지 랭스에 묶인 몸이 됐다. 석현준이 이번 입장문을 통해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는 저는 그동안 해외 구단과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협조 서한을 보내는 등 노력했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석현준은 랭스와의 4년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주전 경쟁에서 밀려 2020년 2월 트루아로 다시 이적했다. 그러면서 트루아와의 새로운 계약서에 합의하며 계약기간은 2023년 6월까지로 더 늘어났다. 석현준은 2020년 4월 1일 전에 귀국해야 하는 미필 신분이었다. 병무청은 2020년 3월 석현준에게 병역법 94조(국외여행허가 의무) 위반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6개월 간의 소명 기회를 부여했지만 석현준은 소명하지 않았다. 국외 여행 허가를 받은 뒤 만 28세가 되는 시기까지 소명없이 국외에 체류한 석현준은 2020년 12월 병무청이 공개한 2019년 병역의무 기피자 명단에 ‘허가 기간 내 미귀국’ 사유로 이름을 올렸다.

권창훈과 구성윤, 석현준과 달랐던 행보
석현준의 입장문을 다시 살펴보면 그래서 더 이해하기가 어렵다. 석현준은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는 저는 그동안 해외 구단과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협조 서한을 보내는 등 노력했다. 하지만 구단 측에서는 높은 이적료를 지급하는 구단에만 보내기 위해 협조 서한을 묵살했고 이로 인해 국내로 복귀해 상무를 갈 수 있는 시기도 놓쳤다. 그나마 지난 여름, 1년의 계약기간만 남아 위약금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되자 저는 병역을 위해 위약금을 지불하고 계약해지를 했다”고 했다. 스스로 구단과의 장기 계약서에 사인한 그는 병역의무 기피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구단에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이미 계약금을 지불하고 계약서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서 구단이 석현준의 군 문제까지 이해하며 계약 해지를 받아들여줄 이유는 없다.

석현준이 위약금을 내고 1년 남은 계약기간을 해지했다는 주장은 그의 병역 의무 이행 의지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 석현준은 이미 2016년 포르투와, 그리고 2018년 트루아와 장기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부터 병역의무 기피자가 될 처지였다. 스스로 선택한 장기 계약이었고 “구단에서는 높은 이적료를 지급하는 구단으로의 이적이 아니면 계약을 풀어주지 않았다”는 주장은 이 사건을 구단 탓으로 돌린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구단의 갑질이 아닌 석현준의 선택이었다. 병역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구단과 장기 계약을 맺은 것부터가 논란의 시작이었다. 석현준 본인만이 알고 있겠지만 국제 대회에서의 와일드카드 발탁과 메달 획득으로 인한 병역 혜택에 모든 걸 건 건 아닌지 의문이다.

유럽 무대에서 도전을 이어간 선수가 병역 문제로 난감한 처지가 된 건 안타깝다. 하지만 이건 모든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똑같은 의무다. 석현준 스스로 2018년 여름에 안타깝지만 그 도전을 잠시 멈췄어야 했다. 권창훈이 그랬고 구성윤도 그랬다. 2017년 프랑스 디종 유니폼을 입으며 유럽으로 진출한 권창훈은 4년 4개월 만인 지난 해 5월 수원삼성으로 복귀했다. 2021년 12월 상무 입대를 위해서는 이 시기에 반드시 국내 무대로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권창훈은 2020 도쿄올림픽 와일드카드로 선발돼 병역 특례를 노릴 수도 있었지만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여파 때문에 2021년 7월로 연기된 상황이었다.

ⓒ 트루아 페이스북

외국 에이전트 말만 믿고 난민 신청?
권창훈은 2021년 7월에 열리는 올림픽에 축구 인생 전부를 건 도박을 하지 않고 눈물을 머금은 채 2021년 5월 수원삼성 복귀, 김천상무 입단을 선택했다. 권창훈은 프랑스 디종을 떠나 2019년 6월 독일 프라이부르크로 이적할 당시 2021년 6월까지 2년짜리 계약을 맺은 바 있다. 2021년 6월이 만 27세로 국군체육부대 입대를 위해 K리그로 복귀해야 하는 시점인 걸 미리 파악하고 계약 기간을 결정한 것이다. 혹시 계약 기간 종료 전 병역 혜택을 받을 기회가 생기면 그에 따른 재계약은 추후 논의한다는 방침이었다. 만 27세를 앞둔 시점에서 장기 계약을 맺고 “구단에서 계약을 해지해주지 않아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말한 석현준과는 다른 행보였다.

J리그 콘사도레 삿포로에서 뛰던 골키퍼 구성윤은 2020년 5월 구단과 계약을 해지하고 대구FC에 입단했다. 코로나19 여파로 J리그가 재개하지 못하는 시점에 콘사도레 삿포로 구단과 협의 끝에 계약을 해지하고 대구FC에 입단한 그는 2020년 겨울 국군체육부대에 입단해 병역을 마쳤다. 그리고 대구FC는 구성윤이 제대한 다음 날 곧바로 그와의 계약을 해지, 구성윤이 콘사도레 삿포로로 복귀할 수 있도록 했다. 양 측 구단과 구성윤이 서로 윈윈하기 위한 합의를 맺은 결과였다. 편법이라면 편법이지만 이 정도는 누구나 충분히 이해한다.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선수가, 그것도 이제 막 상무 지원 연령대를 앞둔 시점에서 장기 계약을 맺어놓고 구단 탓, 계약 탓을 하는 건 프로답지 못한 일 아닐까.

석현준은 31일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를 통해 “외국 에이전트와 일을 했는데 ‘합법적으로 병역을 연기하고 여권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사인을 했는데 알고보니 그게 ‘난민 신청’이었다”고 말했다. 석현준은 2009년부터 프로 생활을 한 베테랑이다. 서른 살이 넘은 성인이기도 하다. 자신이 쓴 계약서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 외국 에이전트에 속아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난민 신청’인지도 모를 행위를 받아들였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소속팀에서 계약 기간이 남았음에도 거액의 이적료를 요구하며 계약을 풀어주지 않은 것과 에이전트의 말만 믿고 속아서 계약서에 사인을 한 건 여기에서 핵심이 아니다. 군 문제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스스로 장기 계약서에 사인을 한 게 문제였다.

ⓒ 대한축구협회

구단 탓, 계약 탓, 에이전트 탓
또한 석현준의 부모는 2017년 헝가리 영주권을 취득했고 이를 국외 이주라고 주장했지만 이 주장은 2019년 5월 중앙 행정심판위원회 행정심판에서 기각됐다. 재판부는 “헝가리 내 주택 임대차계약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투자이민의 방식으로 영주권을 취득할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석 씨의 부모가 월 4만 원에 불과한 주택을 임차해 정착생활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비록 부친이 헝가리에서 법인을 설립하긴 했으나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실질적인 영리활동이 없었는데 이는 사업을 목적으로 영주권을 취득한 그 배경과도 대치된다. 이를 보면 석 씨의 병역의무 이행을 미루기 위한 목적에서 연장허가 신청의 형식적인 조치로 비친다”고 기각이유를 설명했다.

이후 석현준의 아버지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든 게 부모인 내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우리는 병역을 회피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면서 2012 런던올림픽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뛰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에이전트가 석현준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소속팀에서 석현준을 쉽게 보내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현준은 구단 탓, 계약 탓, 해외 에이전트 탓을 했고 국외이주사유 허가 신청이 불허된 뒤 행정소송에서 진 일에 대해서는 그의 아버지가 대신 사과했다. 석현준은 이에 대해 입을 연 적이 없다. 그리고 2022년 마지막 날 자신의 SNS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석현준의 입장문에는 자신이 저지른 병역 회피에 대한 논란은 빠진 채 핑계만이 있다. 몰릴 대로 몰려 더 이상 해외를 전전하거나 병역을 기피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제야 “최대한 빨리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입장문은 시기와 내용 모두 아쉬웠다. 또한 이 일과 관련해 “늦게라도 군대에 가기로 했으니 괜찮다”거나 “군대는 뺄 수 있으면 빼는 게 맞는데 왜 석현준에게 문제를 삼느냐”는 반응은 위험하다. 군대를 뺄 수 있으면 빼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병역 면제를 노릴 때나 가능한 일이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징병제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건 당연하고 나 역시도 이런 현실이 안타깝지만 마치 석현준만이 징병제의 피해자인 것처럼 비춰지는 것도 곤란하다.

석현준의 해명, 내용과 시기 모두 아쉽다
석현준은 병역기피자 명단에 오른 뒤 여권이 무효화됐다. 트루아와의 계약이 종료되면 해외 체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시점에 자신이 구단에 사정사정해 1년 남은 계약을 해지하며 위약금을 지불했고 병역 기피의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건 너무 늦은 해명 아닐까. 그는 2020년 병역기피로 고발된 뒤 입장 표명을 하지 않다가 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처음 입을 열었다. 2021년 4월 28일 정석환 병무청장은 직접 석현준의 이름을 거론하며 “석현준의 여권 효력을 무효화했다. 조속히 귀국해 처벌받고 나서 병역을 이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계약서와 구단, 에이전트를 탓하기에는 석현준이 이미 너무 먼 길을 돌아온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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