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 SNS

[스포츠니어스 | 김귀혁 기자] 권순태가 2016 ACL 우승 반지를 늦게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2일 전북현대 공식 SNS 계정에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전북에서 11년 간 골문을 지켰던 권순태가 구단 사무국에 인사 차 방문했기 때문이다. 전북 구단은 '오랜만에 전주성을 찾아온 반가운 얼굴!'이라며 권순태의 방문 소식을 SNS에 알렸다. 권순태 역시 사무국 내 구단 엠블럼 앞에서 환한 미소를 드러내며 친정팀 방문에 반가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권순태의 손에 알 수 없는 형상의 반지가 껴져 있었다. 어떤 반지인가 들여다 보니 지난 2016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우승을 기념하는 반지였다. 당시 전북은 조별리그에서 FC도쿄, 장쑤쑤닝, 빈즈엉을 만나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가운데 이후 멜버른빅토리, 상하이상강, FC서울을 차례로 무너뜨린 뒤 결승전에서 알 아인을 상대로 1, 2차전 합계 3-2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당시 주전 골키퍼였던 권순태는 전북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ACL 우승으로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이후 그는 J1리그 가시마앤틀러스로 이적하며 현재까지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권순태는 왜 6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우승 반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심지어 권순태는 당시 주장으로서 ACL 우승 트로피를 가장 먼저 들어 올리기도 했다.

이에 전북 구단 관계자는 "그 우승 반지는 AFC에서 주는 반지가 아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보통 ACL에서 우승하면 선수들은 메달만 받는다"면서 "반지는 구단 자체적으로 제작해서 선물을 해주는 것이다. 보통 빠르면 1월이나 그 이후 2~3월이 돼야 나오는 경우가 있다. 당시 권순태는 대회가 끝나고 바로 이적을 해서 반지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보통 팀을 떠나더라도 국내에 있는 선수들이면 따로 보내주거나 전달하기도 하고 외국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라며 "그런데 권순태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 그러지 못했다. 사실 워낙 구단과의 교류가 잦으니 다시 한국에 오면 전달하려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겹치면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가 이번에 결국 반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전북현대 SNS

보통 프로스포츠에서 우승 반지는 야구에서 큰 상징성을 갖는다. 국내 KBO뿐만 아니라 야구의 MLB에서 팀이나 선수의 경력을 평가할 때 우승 반지의 개수를 기준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반면 축구에서는 메달이나 트로피 등의 숫자로 통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북은 프로 축구 구단임에도 자체적으로 반지를 제작하며 그 상징성을 더한 것이다.

전북 구단 관계자 역시 "ACL뿐만 아니라 정규 리그 우승 시에도 항상 반지 제작을 하고 있었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권순태가 과거 전북현대 리그 우승 당시에 반지를 받은 경험을 이야기하며 현 소속팀에도 '우승 시에 반지를 받으면 좋을 것 같다'라는 제안을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거기에서는 결국 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가시마앤틀러스는 지난 2018년 이란의 페르세폴리스를 결승에서 꺾으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물론 권순태의 방문 목적이 반지 때문은 아니었다. 전북 관계자는 "선수 본인도 예전 추억을 나누기 위해서 방문했다고 하더라. '반지를 받을 줄 알았으면 먹을 거라도 사 왔어야 했나'라고 농담하기도 했다"면서 "워낙 전북에 오래 있었던 선수라 '오랜만에 돌아온 집 같다'라고 표현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일하시는 이모님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라며 권순태의 친정 방문 과정을 설명했다. '친정 가면 자루 아홉 가지고 온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권순태는 오래간만에 전북에 방문해 옛 추억뿐만 아니라 우승 반지까지 가져오며 비시즌 기간을 즐겼다.

gwima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