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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안양=안민석 객원기자] FC안양 장철혁(51) 전 단장은 이제 구단의 열성팬으로 돌아간다.

FC안양 장철혁 전 단장은 안양 축구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2018년 12월 14일에 부임한 장철혁 전 단장은 4년여의 시간 동안 FC안양을 구단 첫 정규리그 2위, 창단 최초 플레이오프 진출, 창단 최초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 구단의 무패 신기록(15경기-10승 5무)을 달성하는 등 구단의 역사와 함께 했고 FC안양 축구전용구장과 클럽하우스 추진, 안양 유스팀(U-12, U-15)을 창단하는 등의 성과 또한 냈다. 

FC안양의 단장이 되기 이전 평범한 사업가였던 장철혁 전 단장은 축구인들이 즐비한 단장직 사이에서 사업가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사업가라는 세간의 편견이 오히려 그에게는 더 큰 책임감을 가지게 했고 그는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안양팬들의 간절함을 이뤄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의 열정과 진심은 안양팬들을 매료시켰고 자연스럽게 장철혁 전 단장을 향한 팬들의 지지도 계속됐다.

장철혁 전 단장은 한 번의 단장직 재계약 후 2023시즌이 개막하기 전인 지난 12월 13일 계약 만료로 FC안양 단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장철혁 전 단장이 4년여의 시간 동안 느꼈던 안양에서의 희로애락을 <스포츠니어스>가 직접 만나서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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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직 계약은 이미 만료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단장 계약은 지난 12일에 끝이 났다. 오늘은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를 위해 구단에 하루 더 나오게 됐다.

우선 4년 동안의 단장 생활을 마무리 한 소감부터 들어보고 싶다. 
솔직히 시원섭섭한 마음이 가장 크다. 여러 가지 해야 하는 일들도 많았고 이루고 싶은 일도 많았는데 못 이룬 부분들이 있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장으로 생활하다 보니 오랜 시간 동안 단장을 해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과거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장 생활을 마무리 할 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그 부분을 가장 신경 쓰고 있었다. 내가 잘못을 하고 단장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면 안양에서 돌아다니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단장 생활이 끝나더라도 안양에서 계속 살고 싶은 사람이고 2000년도 이후부터 안양에서 쭉 살아왔기 때문에 이제는 X-레이를 찍어도 뼛속에 안양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걱정했던 부분은 어느 정도 지켜진 것 같다.

단장직에서 내려온 후 주변 반응도 궁금하다.
공식 발표가 난 후 주위에서 연락이 굉장히 많이 왔다. 선수들이 해온 연락부터 친한 지인들의 사적인 전화까지 많은 연락이 와서 이 인터뷰를 하기 직전까지도 계속해서 전화를 받다가 왔다.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고 지금까지의 단장 생활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연락도 많았다.

조규성이 요즘 굉장한 화제다. 조규성의 데뷔 시즌을 단장으로서 함께 했는데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는지 궁금하다.
조규성을 처음 봤던 건 구단이 우선지명을 하고 난 이후인 광주대학교 시절이었다. 그 시절 광주대학교에 지인이 있어 조규성에 대해 많이 물어봤었다. 그 때도 좋은 선수라고 이야기를 전해들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 이후 빠르게 구단으로 데려오게 됐다. 그 해에 ‘미콜라’라는 외국인 선수가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실패한 영입이었다. 미콜라의 부진으로 자연스럽게 조규성이 많은 기회를 잡게 됐는데 한편으로는 미콜라의 부진이 조규성이라는 대스타를 만들어낸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조)규성이와 사진도 좀 찍어놓을 걸 그랬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기 전에도 연락이 한 번 왔었는데 이후 엄청난 스타가 됐다. 이제는 먼저 연락을 하기에도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월드컵에서 조규성의 득점을 보고 그 누구보다 기뻤을 것 같다.
너무 기뻤다. 특히 타점이 높은 곳을 향해 점프를 해 득점을 만든 장면이 압권이었다. 득점하기 쉬운 상황은 아니었고 특히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인 월드컵에서는 더더욱 힘든 일이었다. 전반전에는 다소 긴장을 한 것 같아 발이 잘 안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후반전에는 본인이 어떤 능력을 가진 선수인지 보여준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너무 뿌듯했다. 규성이가 원래 타점 높은 헤딩을 하기 전에 잔발로 두 번 도움닫기하는 습관이 있다. 그 모습이 딱 나오는데 뭔가 일을 낼 것 같더라.

FC안양 단장으로서는 최초로 재계약에 성공한 걸로 알고 있다.
내가 재계약을 한 건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었다. 이전 단장들의 발자취와 업적도 분명히 존재했다. 구단 창단 직후에는 지금의 환경보다 더 열약한 환경이었고 이전 단장들의 노력과 쌓아놓은 결과물들이 이어져 왔기 때문에 구단도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해서 만들어진 결과라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같이 만든 결과물이다.

4년 동안 FC안양을 바꾼 부분 중 시스템적으로 바꾼 게 있다면 어떤 게 있나.
우선 이번 시즌 구단 시즌권 판매량도 K리그2 최다였던 걸로 알고 있다. 또한 구단 최초 정규리그 2위, 구단 최초 플레이오프와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 등도 있다. 또한 소소하지만 뜻 깊은 일은 통화연결음과 벨소리를 안양의 응원가인 ‘YOU GO WE GO’로 바꿀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너와 나의 안양’이라는 문구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렇게 통화연결음과 벨소리에서도 ‘너와 나의 안양’이 울리는 게 소소한 행복하다. 나뿐만 아니라 FC안양을 좋아하는 시 공무원 일부도 이 응원가를 설정해 놓는다고 알고 있다. 같이 회의를 하다가 이 벨소리가 나오면 서로 자신의 전화기를 들여다 보며 웃는다.

많은 안양팬들은 계약 만료를 아쉬워하고 있다. 박수칠 때 떠나는 이유가 있나.
단장의 위치에서는 기뻐하는 날보다 슬퍼하는 날이 더 많다. 단장은 구단의 전체적인 부분을 관리하지만 구단의 성적에 있어서도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다. 사적인 자리에서 다른 구단의 단장들을 볼 기회가 종종 있는데 그 곳에서도 많은 단장들이 속앓이를 하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개인적이지만 나도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장의 역할을 하면서 많이 지친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충전하고 싶은 시간도 가지고 싶고 그 외적으로 관리해야 되는 부분도 돌아보면서 신경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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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동안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
기억에 남았던 경기를 이야기 하자면 내가 부임한 후 첫 번째 경기였던 부산 원정이 기억에 남는다. 안양이 부산을 4-1로 꺾은 날이기도 하다. 또 그 해 7월 그 당시 겨울 양복을 입고 있었던 광주FC 박진섭 감독을 상대로 7-1 대승을 거둔 안양의 홈 경기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경기는 득점 장면까지도 기억이 난다. 전반전에는 김상원과 이정빈, 구본상이 차례대로 득점을 올리며 전반을 3-1로 마무리했고 후반전에 들어가서도 조규성이 한 골, 알렉스는 멋있는 칩슛으로 한 골, 그리고 팔라시오스는 두 골을 기록하며 7-1로 승리한 경기였다. 또한 지난 시즌 여름 부산 원정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안양이 부산을 5-4로 잡아낸 짜릿한 승리도 기억에 남는다.

반대로 4년 동안 가장 아쉬운 순간이 있었다면.
제일 아쉬웠던 순간은 아무래도 이번 시즌 수원삼성과의 승강 플레이오프가 계속해서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을 생각하면 여파가 남아있다.

승격 실패에 대한 아쉬움도 꽤 오래 남았을 것 같다.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난 뒤 며칠 동안은 전화도 받지 못하고 힘들어했다. 2차전은 원정 경기였지만 안양팬들도 많이 찾아왔다. 팬들과 함께 인사를 나누며 직접 응원도구를 나눠주고 그 이후 서로 격려하던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 경기에서 승리를 했다면 우리 구단의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과가 너무 아쉬웠지만 그런 날이 또 올 거라고 생각한다. 두 번의 실수는 안했으면 좋겠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수원삼성을 만나 느꼈던 점이 있었다면.
K리그2에서 많은 팀들을 만나면서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지만 지금까지 만나왔던 팀들과는 또 다른 응원문화를 보고 느꼈다. 나는 안양 서포터들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매우 열성적인 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서포터들이 수원 서포터들과의 응원전에서 밀리기 싫어 더 열심히 응원하는 선의의 경쟁을 본 후 ‘K리그1으로 올라가 또 다른 팀들과 응원경쟁을 펼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K리그2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K리그1으로 올라간다면 구단의 또 다른 성장이 있을 것 같다. 

단장직에서 내려오겠다는 결정은 승강 플레이오프가 펼쳐지기 전부터 예정이 되어있었나.
결정된 부분은 아니었지만 마음의 준비는 전부터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승강 플레이오프 이전부터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물론 승강 플레이오프의 결과가 달랐다면 다른 선택지가 생겼을 수도 있었고 진행사항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단장을 역임하면서 경기장 외부에서도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었을 것 같다.  
크지는 않지만 안양 지역 생활축구회에서 시작된 인연들이 다 기억에 남는다. 이전에는 그렇게 가깝게 지내지 않았지만 단장이 된 이후 더 다양한 사람들과도 친구가 됐다. 최근에는 지인이 밤 늦게 술을 마시고 나에게 전화를 하는 경우도 생길만큼 가까운 사이가 많아졌다. 또한 프로축구연맹에서도 다른 단장과 대표 등 축구 관계자들과 함께 세미나를 통해서 많은 교류를 했던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 

지인들이 술을 마시고 전화하는 경우에는 보통 어떤 내용이 오가는지 궁금하다.
다행히도 비판적인 이야기는 아니고 전화로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전에도 지인이 술을 마시고 전화를 해 "우리 장단장, 철혁아"라고 이야기를 하며 친근하게 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지인들은 꼭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전화기를 건네며 새로운 사람을 소개해주는데 재밌는 상황도 많아 기분 좋은 마음으로 전화를 받고 있다.

3년 전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술을 늦게 배워 마시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에도 술을 마시고 있나.
단장이 되기 전에는 술을 입에도 못 댔다. 그런데 최근에는 술을 배웠고 기분에 따라 주량이 달라진다. 경기에서 지거나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은 소주 석 잔이 주량이 된다. 반면 기분이 좋은 날에는 소주 두 병까지도 마셔봤다. 최근에는 술을 닷새 연속으로 마셨다. 술을 마시다보니 어느 날에는 술이 맛있다는 걸 느낀다. 술자리도 늘어나니 많은 대화나 재밌는 상황도 많이 만들어진다. 나이 50줄에 이제 막 술을 배우게 됐다. 단장을 하다보니 이런 일도 생겼다.

단장이 되기 전에는 술, 담배와는 거리가 멀었는가.
술은 앞에서 말한 내용이 전부고 담배는 단장이 되기 전 한 번 끊었지만 단장이 되고 난 후 다시 태우고 있다. 공교롭게도 단장이 되고 술과 담배 모두 하고 있다. 특히 생각보다 담배를 많이 태우고 있어서 내년에는 술과 담배를 모두 끊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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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을 함께 한 구단 직원들에게도 가족 같은 감정이 남아있을 것 같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직원을 제외하고 기존에 함께 했던 구단 직원은 12명이다. 나는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젊은 친구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려고 했다.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젊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엉뚱함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많이 배울 수도 있었다. 우리 직원들은 모두 일당백을 하는 사람들이다. 직원들을 믿기 시작한 후부터는 결정권을 조금씩 주고 있다. 비록 큰 부분은 아니더라도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판단을 믿어주고 실제로도 좋은 결과를 낸 경우도 많았다. 간단한 예로는 유니폼 디자인과 관련된 직원들의 결정이 있었다. 내가 선택을 하거나 나이가 있는 사람이 유니폼의 디자인을 결정했다면 그렇게 세련된 느낌을 가져오지 못했을 거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수원삼성과 유니폼과 비슷한 형태의 금테두리 디자인이었는데 나는 우리 직원들의 노력이 담겨서 그런지 우리 유니폼이 수원삼성 유니폼보다 더 예쁜 것 같았다.

다른 구단을 보면 단장과 구단주 등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안양은 구단주와 단장의 사이가 유독 돈독했다.
우선 많은 축구팬이 알겠지만 우리 구단주는 축구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다. 부족한 내가 단장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구단주와 많은 사람들의 도움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축구를 사랑하는 서로의 마음이 맞았던 게 더 좋은 관계로 이어졌다.

내년에는 이전부터 해왔던 웨딩홀 사업에 더 신경을 쓸 예정인가.
아니다. 웨딩홀은 이미 잘 돌아가고 있다. 웨딩홀은 한 달에 한 번씩 가고 있는데 안정적인 상황이다. 웨딩홀 관련 사업은 내후년에 변화를 모색할 생각이다.  

현재 웨딩홀은 두 곳을 운영하고 있나.
현재는 여의도에 ‘여의도 파티움’이라는 웨딩홀만 한 곳 운영하고 있다. 안양에 있는 웨딩홀은 임대를 줬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어떤 부분을 준비하고 있나.
단장 계약은 만료됐지만 구단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새로운 단장이 오면 인수인계를 진행해야 하고 개인적으로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어서 그 부분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단장 일에 집중을 하면서 이전에 구매했던 토지도 아예 관리를 하지 못했다. 춘천에 집을 짓고 싶었는데 땅만 사놓고 구단 일을 하느라 집을 짓지 못했다. 그 부분도 관리를 할 예정이다. 최근에 건축비가 너무 많이 올라서 ‘이전에 조금씩이라도 관리를 해둘 걸’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조금은 후회가 된다. 

FC안양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최근 올라온 영상을 봤다. 구단 직원들이 농담식으로 메인 스폰서를 기대하겠다고 말하더라.
메인 스폰서로 구단을 후원 하겠다는 건 진지한 마음이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성사 되지 못했다. 단장으로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외부에서 스폰서를 끌어오는 일이다. 스폰서와 기부 관련한 심사도 굉장히 복잡해 많은 기업들이 후원을 꺼려하는 게 현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아 지인들과 농담으로 “큰 금액 말고 적은 금액으로 4명이서 3개월씩 후원을 해보자”고도 말해봤다. 당연히 성사 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스폰서와 후원의 형태가 매우 복잡하다.

전임 단장으로서 새로운 단장은 어떤 사람이 오기를 원하는지 궁금하다.
단장을 경험해보니 축구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도가 있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 축구를 모른다면 1년 정도는 배우는 과정을 가지게 될 것 같다. 또한 재정을 확보를 할 수 있는 단장이 구단으로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단장으로서 안양시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단장은 산하 기관에 속해 있다. 시와의 소통은 사무국장이나 파견 공무원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단장 자리에서 내려와 이제는 안양의 팬으로 돌아가는데 어떤 유형의 팬이 될 것 같나.
나는 승부욕이 워낙 강한 사람이다. 누구보다 강력하게 응원하는 팬이 될 것 같다. 열정적인 안양 서포터로 돌아가서 응원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활축구를 할 때도 그 사람의 배경을 떠나 경기장에서 나태한 모습을 보이면 따끔하게 한 마디를 한다. 얼마 전에도 생활축구회에서 몸 관리는 아예 안 하고 본인의 개인 경력으로 대접만 받으려는 선수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크게 꾸짖었다. 그랬더니 그 선수가 “조기축구를 하면서 이렇게 혼난 건 처음이다”라고 말하더라. 그 정도로 나는 승부욕이 강하다. 단장의 위치에 있었을 때는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좋은 말을 건네고 얌전하게 축구를 봤지만 안양팬으로 돌아가서는 잘했을 때는 더 크게 박수를 쳐주고 다소 잘못된 일에는 비판도 할 줄 아는 팬이 되고 싶다.

강력하게 응원하는 팬의 기준은 무엇인가. 상대팀을 향한 야유도 포함이 되는 건가.
상황에 따라 간단한 야유는 보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경기장 내에서 욕설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기장을 둘러보면 항상 많은 유소년 선수와 어린 학생들이 경기를 보러오기 때문에 욕설을 제외하고 목소리에 세게 힘을 주고 응원하거나 다른 강력한 응원 방법으로 안양을 응원하고 싶다. 나도 이제는 안양의 열정적인 팬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지켜보고 있는 많은 안양팬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는지 궁금하다.
축구를 사랑하고 특히 그 중에서 FC안양이라는 구단을 사랑하는 안양의 모든 팬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 크다. 경기에 이길 때도 질 때도 꿋꿋이 응원을 보내준 팬들이 있어서 FC안양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FC안양의 모태가 100년 구단이다. 앞으로도 FC안양은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화를 겪겠지만 구단과 함께 100년 구단을 같이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인터뷰가 끝난 뒤 장철혁 전 단장은 "이제 이 곳에 올 일이 또 있을까"라며 짐을 다 비운 휑한 단장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4년여의 시간 동안 끊임없이 FC안양을 위해 달려왔던 장철혁 전 단장의 희로애락 스토리가 마무리되는 장면이기도 했다. 다음 시즌부터는 똑같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지켜보지만 FC안양의 단장 자리가 아닌 평범한 안양의 시민이자 열성팬이 될 장철혁 전 단장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기대가 된다. 평범한 사업가에서 팬들에게 지지를 받는 단장의 삶까지 살아온 그는 이제 열정적인 FC안양의 팬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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