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조규성 이적설, 외신으로 둔갑해 국내에 돌아오기까지

ⓒ 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이적 소문이 인용의 인용의 인용을 타고 전혀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

K리그 이적 시장이 활발하게 열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조규성(전북현대)의 거취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규성이 해외 여러 구단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중이다. 벌써 우리는 조규성이 유럽 어느 구단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될지 상상을 펼친다. 언론에서는 외신을 이용해 조규성에게 관심 있는 유럽 구단의 이름을 꺼내고 있다. 마인츠도 나오고 도르트문트도 나온다.

나 역시 조규성이 좋은 대우를 받고 더 큰 무대에서 도전하길 원한다. 하지만 현재 언론의 보도에는 우리가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 있다. 조규성의 영입 관심 구단을 보도한 외신이 알고 보면 외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편하지만 꼭 알아야 하는 사실이다. 이적 소문이 인용에 인용을 타고 확대, 재생산 되는 상황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또한 외신보도라면 더 신빙성이 높을 것이라고 은연 중에 믿는 상황에서 이게 얼마나 허무한 일인지도 전하려고 한다.

조규성이 도르트문트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쏟아져 나왔다. 이 자체로는 큰 문제가 없다. 나도 조규성이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그려보게 됐다. 국내에서는 독일 현지 언론이 조규성의 독일행에 대해 언급했다는 뉴스를 연일 보도했다. 국내 매체가 인용한 독일 매체로는 ‘푸스발 뉴스’를 비롯해 ‘RUHR24’, 도르트문트 지역지 등이 있다. 독일 언론에서 취재해 한국으로 전한 것만 같은 신뢰도가 생긴다. 독일 언론에서 이렇게 말했으니 대단한 공신력이 있어 보인다. 벌써 사람들은 조규성이 도르트문트에서 통할지 말지 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외신의 출처는 알고 보면 현지 취재가 아니다. 다소 허무하다. 지난 달 29일 이영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국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한 인터뷰 한 부분이 인용됐을 뿐이다. 당시 이영표 부회장은 “유럽에 아주 괜찮은 구단에 테크니컬 디렉터(기술이사)로 있는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며 “조규성은 유럽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표 부회장의 도르트문트 선수 시절을 함께 한 동료 중 현재 유럽 무대에서 테크니컬 디렉터로 일하는 이는 세바스티안 켈과 하이날 터마시 두 명이다.

하이날 터마시는 헝가리 프로팀 페렌츠바로시에서 일하고 있고 세바스티안 켈은 도르트문트에 속해 있다. 이영표 부회장의 국내 라디오 인터뷰 한 마디는 이후 K리그 팬들의 영문 트위터를 통해 올라온 뒤 이를 독일 현지에서 받아서 인용했다. 그러면서 조규성에게 관심을 갖는 구단이 페렌츠바로시보다는 도르트문트일 가능성이 높다고 현지 매체에서 해석을 더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번역될 때는 ‘독일 매체에서 조규성이 도르트문트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재해석됐다. 눈이 혹해 들어가 보면 소스는 이영표 부회장의 국내 라디오 인터뷰다.

언론 보도는 아니지만 최근 축구 커뮤니티에 ‘플로리안 멘텔레’라는 외국 기자가 보도한 조규성의 도르트문트 소식 역시 원문을 들어가 보면 이영표 부회장의 CBS 라디오 인터뷰를 국내 매체인 ‘파이낸셜 뉴스’가 인용했고 이를 ‘플로리안 멘텔레’라는 누군진 모르지만 유럽에서 활약하는 신뢰도 높은 인물로 추정되는 이가 번역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은 다 생략되고 마치 독일 언론에서 취재한 것처럼 포장이 된다. 한국에서 보도된 걸 외신이 인용 보도하고 그 외신 인용 보도를 한국에서 또 인용 보도하는 ‘창조 취재’다.

이영표 부회장의 말에 신뢰도가 없다는 게 아니라 이영표 부회장에게 지인이 관심을 표명한 정도의 가벼운 사실 하나가 인용의 인용의 인용으로 이어졌다. 이영표 부회장은 전북현대 조규성의 이적에 조언은 해줄 수 있어도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아무런 권한이 없다. 이 소식이 포장에 포장을 거듭하면 독일 현지에서 취재한 생생한 뉴스로 인식된다. 해외 매체라고 모두 다 맞고 국내 매체라고 모두 다 틀린 보도를 한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해외 매체가 현지에서 취재한 줄 알았던 내용이 알고 보면 소스 자체가 국내였다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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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츠가 조규성에게 관심이 있다는 소식이 보도되기도 했다. 여러 매체에서 앞다퉈 조규성을 영입하기 위해 마인츠가 뛰어들었다는 소식을 전했고 여기에는 이 소문의 출처로 한 외국인의 이름을 거론했다. ‘로스 데이비스’라는 인물이다. 영국 국적의 이 인물이 자신의 SNS를 통해 “마인츠가 조규성을 2023년 1월 영입하기 위해 이적료 250만 달러(약 33억 원)를 제안했다”고 주장했고 여러 매체는 이를 그대로 받아썼다. 외국의 한 축구 전문가가 조규성의 마인츠행에 대한 소식을 전하니 그 신뢰도는 더 커 보인다. 마치 현지에서 마인츠나 현지 에이전트를 취재한 듯한 착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로스 데이비스’가 말한 조규성에 대한 마인츠의 관심은 사실 현지 보도가 아니다. ‘로스 데이비스’라는 인물은 국내 소식을 번역해 트위터에 퍼나르는 역할을 할 뿐이다. ‘로스 데이비스’는 조규성에게 마인츠가 관심이 있다는 소식을 영문으로 전한 뒤 “출처가 어디냐”는 질문에 국내의 한 유료 이적설 방송 채널을 언급했다. 국내에서 열심히 취재하고 신뢰도 높은 이야기를 전해주는 방송 채널인 건 분명하지만 이 소식은 ‘로스 데이비스’의 SNS를 타고 이걸 다시 받아쓴 국내 매체에 의해 ‘유럽 현지발’ 소식으로 취급됐다.

물론 그의 K리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로스 데이비스’가 국내 소식을 영문으로 번역해 트위터에 올리면서 해외 팬들이 K리그에 더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로스 데이비스’는 국내에서 구단이나 에이전트, 선수 등을 통한 취재력이 없다. 유럽 축구에 저명한 인물이 직접 취재한 내용을 국내 매체들이 전한 게 아니라 국내에서 취재된 내용이 한 외국인의 이름을 타고 다시 현지에서 취재한 것처럼 포장되는 모습은 씁쓸하다. 해외 매체나 외국인이 이적 소문의 출처라고 해서 맹신하면 안 된다. 국내 보도가 인용되고 인용되고 또 인용돼 마치 현지에서 취재한 것처럼 포장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창조 보도’를 골라내는 눈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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