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수 씨 SNS 캡처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월드컵 16강이라는 대업을 달성했지만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일이 터졌다. 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였던 안덕수 씨가 올린 SNS의 글 때문이었다. 안덕수 씨는 브라질과의 16강전 직후 자신의 SNS에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저격성 글을 올렸다. 그는 대표팀 주요 선수들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과 함께 “이 사진이 포르투갈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이대로는 끝내지 말자며 2701호에 모여 했던 2701호 결의”라면서 “2701호에선 많은 일들이 있었고 2701호가 왜 생겼는지 기자님들 연락 주시면 상상을 초월할 상식 밖의 일들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단 2701호는 대한축구협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1의 도움을 받은 것도 없다”며 “부디 이번 일로 인해 반성하시고 개선해야지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저 또한 프로축구팀에 20여 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사람이기에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 안 할 수가 없었다. 바꾸세요. 그리고 제 식구 챙기기 하지 마세요”라고 협회를 저격하듯 경고했다. 안 씨는 카타르월드컵 기간 동안 대표팀 숙소 건물 2701호에서 선수들의 몸 상태를 관리해 줬다. 해당 글에는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을 뜻을 나타냈다. 이후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지만 안덕수 씨는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고 돌연 잠적했다.

안덕수는 어떻게 선수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얻었나

정작 당사자가 연락을 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포츠니어스>는 ‘2701’호의 비밀에 대해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취재에 들어갔다. 안덕수 씨는 선수들에게 찬사를 받을 만큼 뛰어난 물리 치료 실력을 가졌다는 게 취재원 대다수의 평가였다. 한 현역 선수인 A는 “병원에서 MRI를 네 군데나 돌아다니며 찍었는데 의사의 소견이 다 달랐다”면서 “어떤 의사는 이쪽이 찢어졌다고 했고 또 다른 의사는 다른 쪽이 찢어졌다고 했다. 치료 방법과 재활 기간도 네 명의 의사마다 달랐다. 그런데 ‘안쌤’은 워낙 선수들의 근육을 오래 만져서인지 부상 부위를 만져보고 내가 느끼기에 가장 정확한 판단을 내린 뒤 치료에 들어갔다. 선수는 몸에 굉장히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 ‘안쌤’은 신뢰한다. 당시에도 그렇게 ‘안쌤’을 통해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말했다.

안덕수 씨는 울산현대에서 일한 뒤 프리랜서 트레이너로 전국을 누볐다. 그와 함께 이번 월드컵에 사설 트레이너로 참여한 송영식 씨는 실력을 인정받아 서울의 한 정형외과 재활의학과에서 선수들의 물리치료를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 원래는 이 둘을 포함해 셋이 한 팀으로 움직였지만 나머지 한 명은 치료 방식 등에 견해차를 보인 뒤 현재는 팀에서 빠져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덕수 씨와 송영식 씨는 국내에서는 가장 실력이 좋은 트레이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들은 전국 어디라도 선수들이 부르는 곳이 있으면 직접 승합차에 마사지용 침대를 싣고 달려갔다. 한 번에 60만 원의 비용을 받았다. 입소문을 타 프로 선수들은 물론이고 아마추어 선수들까지 이들에게 연락을 할 정도였다.

지금은 은퇴한 B씨는 안덕수 씨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선수들이 원하면 숙소 옆 방을 잡아 새벽까지도 치료를 해줬다”면서 “60만 원의 출장비가 발생하는데 나는 세 명의 선수가 한 번 모셔올 때 20만 원씩 냈다. 20만 원이 아깝지 않은 물리치료였다.” 이들은 해외에서 잠시 귀국한 선수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 아예 자가격리를 같이 하면서까지 치료에 매달렸다. 송영식 씨는 기성용 전문 트레이너로도 명성을 떨쳤다. 안덕수 씨와 송영식 씨는 K리그 시즌에는 선수들이 부르는 곳으로 달려가 열정을 다했다. 이번 사건에서 논란이 될 걸 알면서도 많은 선수들이 안덕수 씨의 SNS글에 ‘좋아요’와 응원의 댓글을 단 건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도 과거 A매치 때마다 안덕수 씨를 섭외해 치료를 받기도 했다. 안덕수 씨는 파주트레이닝센터 인근에 방을 잡아놓고 손흥민을 치료했다.

ⓒ안덕수 씨 SNS 캡처

‘빠꾸’ 없는 안덕수의 성격, 그의 장점이자 단점

여기에는 기존 구단 트레이너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구단에서 고용한 일부 트레이너는 선수단 치료와 근육 회복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다. 워낙 선수단의 규모가 크고 트레이너는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무명의 어린 선수라면 후순위로 밀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현역에서 은퇴한 C씨는 “구단에서 받는 치료가 답답할 때가 많았는데 ‘안쌤’은 그렇지 않았다. 구단에서 어린 선수는 적당히 20분 정도 치료를 해주고 끝낼 때 ‘안쌤’은 새벽까지도 무명의 어린 선수를 위해 일했다”면서 “당연히 ‘안쌤’에 대한 신뢰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왜 이 사태에서 아무도 ‘안쌤’을 비난하는 선수들이 없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문제도 있었다. 구단에서는 구단이 고용한 트레이너가 아니라 외부에서 오는 트레이너를 달가워할 리 없었다. 원정경기 숙소를 잡아놓고 구단 트레이너가 치료실을 마련해 놓으면 바로 옆 ‘안쌤’의 사설 치료실에 더 많은 선수들이 몰리는 일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여기에 안덕수 씨의 불같은 성격도 여러 번 문제가 됐다. A선수는 “‘안쌤’이 속된 말로 ‘빠꾸’가 없다”면서 “치료를 할 때도 ‘다음 경기는 무조건 뛰게 하겠다’는 열정으로 치료를 하는데 치료에 방해가 되는 일이 있거나 구단에서 선수 몸 상태를 제대로 관리해 주지 않으면 그대로 들이받는 경우도 있었다. 구단에서는 ‘사설 트레이너가 치료를 하다 몸이 망가지면 구단이 책임져야 한다’고 맞섰다”고 밝혔다. B씨 역시 “열정이 넘쳐 때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려는 성격이 나오곤 했다”고 덧붙였다.

안덕수 씨는 이후 손흥민의 전담 트레이너로 토트넘에 가 손흥민과 함께 했다. 송영식 씨는 서울 한 병원에서 일을 이어갔다. 손흥민이 전담 트레이너를 고용한 건 그만큼 안덕수 씨에 대한 신망이 높았기 때문이다. 안덕수 씨는 이동을 할 때도 손흥민과 함께 퍼스트클래스 비행 좌석에 앉을 정도로 좋은 대우를 받았다.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는 건 손흥민만 있는 일은 아니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물론 국내에서도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는 선수들이 종종 있다. 손흥민은 대한축구협회에 “안덕수 씨와 이번 월드컵에서 함께 하고 싶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협회에서는 이미 고용된 트레이너와 팀 닥터가 있다며 이를 불허했다. 그러면서 선수 개인 트레이너지만 손흥민의 좋은 의도를 알고 있어 안덕수 씨에게 일정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제안했다.

ⓒ안덕수 씨 SNS 캡처

‘안덕수 팀’을 향한 협회의 입장은?

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안덕수 씨는 협회의 제안을 거절했다. 알아서 자비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안와골절 부상으로 수술까지 받아 회복 단계인 상황에서 월드컵 대표팀에 합류한 손흥민은 가뜩이나 몸 상태에 예민했고 이는 아버지 손웅정 씨도 마찬가지였다. 손웅정 씨는 자비로 안덕수 씨가 카타르에서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방을 잡아줬다. 이게 바로 카타르 도하 르 메르디앙 시티 호텔 2701호다. 선수단과 같은 호텔에서 치료를 할 수 있었던 건 협회에서도 이를 알며 배려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대표팀 선수들은 대회 기간 동안 엄격한 통제를 받으며 외부인과의 접촉이 차단돼 있지만 선수들은 2701호로 자유롭게 향했다. 손흥민 외에도 다수의 선수들이 직접 돈을 모아 안덕수 씨에게 전달한 뒤 치료를 받았다. 안덕수 씨와 송영식 씨, 그리고 김민재의 개인 트레이너인 이철희 씨가 이렇게 ‘사설 팀’을 꾸렸다.

협회는 ‘안덕수 팀’ 외에 공식적으로 팀 닥터 두 명과 트레이너 5명 등 총 7명으로 의무팀을 구성했다. 이번 논란 이후 협회는 “안덕수 씨가 반드시 갖춰야 할 물리치료사 국가자격증이 갱신되어 있지 않아 뽑을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건 어느 정도 사실이면서 한 편으로는 협회의 어설픈 해명이기도 하다. 안덕수 씨가 물리치료사 국가자격증을 갱신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데려간 트레이너 중에도 해당 국가자격증을 갱신하지 않은 인물이 있다. 협회는 안덕수 씨를 ‘무자격자’로 몰고 가려고 했지만 그렇다면 협회가 고용한 트레이너 중에도 물리치료사 국가자격증을 모두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협회가 고용한 트레이너 중에는 안덕수 씨와 마찬가지로 국가자격증을 갱신하지 않아 ‘무자격’이 된 인물이 있다.

이 상황에 대해 오랜 시간 프로 구단에서 일한 한 트레이너는 “현장에서는 자격증이란 걸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라면서 “일을 하며 자격증 갱신을 하지 않아 문제가 된 적이 없다. 의료기기를 다루는 탓에 자격증을 보유한 인물이 있어야 하는 건 맞지만 그건 트레이너팀 중 한 명만 자격증이 있어도 큰 문제가 없다. AFC 클럽라이센스 규정에는 국가공인 물리치료사 자격증 보유자 한 명을 의무적으로 등록하게 돼 있는데 한 명만 등록이 돼 있으면 나머지 트레이너들은 자격증이 딱히 필요없다. 2019년 아시안컵 당시 우리나라 대표팀 트레이너 중에는 물리치료사 면허 보유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이번 논란에 대해 할 말이 많지만 워낙 민감한 문제라 말을 아끼고 싶다. 다만 갑자기 협회가 자격증 문제를 거론하는 건 기존에 한 번도 문제되지 않는 부분을 문제 삼는 거라 의아하다”고 말했다.

‘안덕수 팀’과 ‘협회 팀’이 갈라진 결정적인 사건

자격증 문제는 둘째 치고 다시 월드컵으로 시점을 돌려보자. 이전부터 월드컵을 준비하며 협회 고용 트레이너와 사설 트레이너 사이에서 좋지 않은 기류가 흘렀고 대다수 선수들은 이미 오랜 시간 함께 해오며 경험이 입증된 사설 트레이너의 2701호로 향했다. 2701호는 이 호텔에서 1층으로 내려가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올라가야 도착할 수 있는 복잡한 구조다. 협회는 이 호텔 2층에 협회 고용 트레이너들의 치료실을 차려놓았지만 대다수 선수들은 1층으로 내려가 엘리베이터를 갈아타고 다시 27층으로 올라가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도 안덕수 씨를 찾았다. 이런 가운데 선수단 사이에서는 치료 능력이 뛰어난 ‘안덕수 팀’과 다르게 형식적인 치료에 그친다는 협회 고용 일부 트레이너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결국 벤투 감독도 이를 감지했고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협회가 고용한 트레이너 한 명을 선수단과 분리시켰다. 이 트레이너는 훈련장에 나오지 못했고 숙소만 지키다가 결국 월드컵 대회 도중 귀국했다. ‘협회 팀’과 ‘안덕수 팀’의 기싸움 내지 갈등은 이렇게 이어졌다. 그러다가 2차전 가나와의 경기를 앞두고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다. ‘협회 팀’은 황희찬이 가나전에 뛸 수 있다고 진단했고 ‘안덕수 팀’은 황희찬의 몸 상태로는 가나전에 나설 수 없다고 맞섰다. ‘협회 팀’에는 서울 유명병원 담당 교수가 팀 닥터로 함께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양 측이 서로 팽팽하게 맞섰고 갈등은 극에 달했다. 안덕수 씨는 가나전 직전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의사’로 지칭된 이는 ‘협회 팀’의 팀 닥터다. 갈등은 이미 고조돼 있었다.

ⓒ안덕수 씨 SNS 캡처

이전부터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던 한 관계자는 “안덕수 씨가 여러 차례 팀 닥터를 SNS에서 공개적으로 저격했다”면서 “팀 닥터가 나온 기사를 올려놓고 얼굴만 모자이크로 처리한 뒤 비난한 적도 있다. 이걸 선수들도 다 봤다”고 전했다. 결국 황희찬은 2차전에도 출전하지 못했고 선수들의 여론은 안덕수 씨 쪽으로 더 기울었다. 파벌 형성이나 외부인 접촉 등의 문제를 떠나 몸 상태를 최고조로 만들어야 했던 선수들 입장에서는 모든 배경을 제쳐두고 안덕수 씨에게로 가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이미 많은 경험을 쌓고 대표팀 트레이너와 팀 닥터로 뽑힌 이들은 실력이 부족한 건 아니었지만 ‘빠꾸’ 없이 ‘디스전’을 펼친 ‘안덕수 팀’에게 서서히 밀려났다. 협회 고용 트레이너와 팀 닥터보다 능력도 더 뛰어나고 치료에도 더 열중하고 있다고 확신한 ‘안덕수 팀’은 세력이 점점 더 커졌다.

2701호에 모인 선수들 사진에 담긴 의미는?

문제는 어느 한 쪽에 국한돼 있지 않다. 교통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협회와 선수들에게 신뢰를 잃은 일부 협회 트레이너 및 팀 닥터, 그리고 실력은 있지만 협회 고용 트레이너와 팀 닥터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고 비난전을 벌인 ‘안덕수 팀’ 모두 비판의 여지가 있다. 또한 누구보다도 간절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고 싶어 용하다고(?) 소문난 이들을 찾아 치료를 받은 선수들의 마음도 당연히 이해가 간다. ‘2701호의 진실’이라며 올라온 안덕수 씨의 SNS 사진과 글에는 이런 뒷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또한 선수들은 단순히 이 SNS에 올라온 사진만 보고 습관적으로 ‘좋아요’를 누른 게 아니다. 이 사진과 글에는 협회와 선수, 트레이너 사이에 쌓여있던 불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