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알라이얀=조성룡 기자] 분위기부터 이런데 쉽지 않았을 것이다.

6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월드컵 카타르 2022 16강전 모로코와 스페인의 경기에서 모로코가 승부차기 접전 끝에 스페인을 꺾고 8강에 안착했다. 모로코가 월드컵 무대에서 8강까지 올라간 것은 축구 역사상 최초다. 아랍 지역 팀들 중에는 모로코 하나 남았다.

스페인이 지루한 패스로 좀처럼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패인일 수 있다. 하지만 분위기부터 이미 모로코가 압도했다. 월드컵 현장은 마치 모로코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수준이었다. 지하철에서부터 모로코 국민들이 응원가를 부르면서 기선을 잡았다. 함께 탄 스페인 사람들은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경기장 안은 더 심했다. 모로코 팬들로 가득찬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은 붉게 물들었다. 모로코의 국가 '샤리프 찬가'를 부를 때 이곳이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인 줄 알았다. 모로코 국가는 아랍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게 잘 만든 곡이다. 한 번씩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게다가 모로코 입장에서는 상대 스페인은 역사적으로 사이가 좋지 못했다. 스페인이 꽤 오랜 기간 동안 모로코 지역을 식민 지배했기 때문이다. 현재도 모로코 지역의 세우타와 멜리야라는 자치 도시는 스페인 땅이다. 2022년 들어 양 국이 관계 개선을 하고 국경을 재개방하기로 했지만 오랜 기간 쌓아온 앙금이 한 번에 해결될 수는 없다.

시종일관 분위기는 모로코에 일방적이었다. 스페인 선수들이 공을 잡기만 하면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관중석에서도 귀를 막을 정도인데 그라운드는 오죽할까. 지금까지 아르헨티나 팬들이 가장 압도적인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모로코의 열정은 정말 사람을 기 죽게 만들었다.

아르헨티나는 항상 흥겹게 모두가 노래를 부른다. 마치 놀러 온 관광객이 4만명쯤 있는 기분이다. 하지만 모로코는 다르다.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들이 4만명 모인 분위기다. 이러니 스페인이 무언가 제대로 하기 쉽지 않다. 모로코 팬들에게 포위돼 국기를 흔들고 있는 스페인 사람들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그래도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갔다. 스페인 입장에서는 승부차기가 진행되는 골대가 스페인 응원석 쪽이라는 점이 다행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도 이미 모로코 팬들이 반 이상 점령한 곳이다. 별 의미가 없었다. 킥을 할 때마다 쏟아지는 휘파람 소리는 분명 스페인 키커들의 정신을 어지럽힐 수 있는 수준이었다.

모로코의 사상 최초 8강 진출로 경기가 끝나자 카타르 도하 일대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은 도하에서 꽤 떨어진 곳이다. 하지만 카타르에는 일하는 모로코인들이 상당히 많다. 이들이 길거리마다 경적을 울리면서 "마그립(모로코의 아랍어 국호)"을 외쳤다. 도하의 건물 하나는 아예 LED로 모로코 국기를 송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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