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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알라이얀=조성룡 기자] 대한민국 황인범이 파울루 벤투 감독 이야기에 눈물을 훔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6일 카타르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맞대결에서 비니시우스를 시작으로 네이마르, 히샬리송, 파케타에게 연속 실점을 허용하며 이후 백승호가 한 골을 만회했음에도 1-4 대패했다. 이날 패배로 대한민국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비록 16강에서 도전을 멈췄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전은 놀라웠다. 대부분을 웅크린 채 경기했던 지난 월드컵과는 달리 주도하는 경기를 펼쳤다. 특히 이 과정에서 황인범의 존재는 컸다. 정우영(5번)이 중심을 잡아준 가운데 황인범은 그 앞에서 키핑과 탈압박 이후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을 주도했다. 브라질 티아고 실바 역시 이날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황인범을 두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한 바 있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황인범은 "결과는 당연히 아쉽지만 후회는 남지 않는다"면서 "이번 경기에서 1-4라는 큰 점수차로 패배했다. 사실 4년 동안 외부적으로는 많이 흔들렸고 여러 말도 많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잘 뭉치고 서로를 믿었다. 그 결과를 지난 세 경기를 통해 어느 정도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전혀 후회는 남지 않는다. 물론 다음을 위해서는 많은 것들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번에 느꼈던 행복을 국민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경기 소감을 밝혔다.

이후 그는 실점 상황을 분석했다. 황인범은 "초반에 너무 쉽게 실점을 하고 경기가 조금 벌어졌다"면서 "개인기량이 워낙 좋은 선수들이다 보니 공간이 났을 때 여지없이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준비했다. 하지만 초반에 너무 쉽게 실점하면서 힘든 상황이 왔다. 당연히 1-4라는 큰 점수차가 났기 때문에 개개인으로서도 그렇고 팀으로서도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결과로 인해서 지난 4년 동안 해왔던 것들을 폄하받고 싶지 않다"라고 이야기했다.

대한민국은 지난 6월에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과 친선 경기를 벌인 바 있다. 당시 경기에서 대한민국은 브라질에 1-5로 대패했다. 황인범도 그날 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다. 황인범은 "그때 경기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준비했다"면서 "그때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전반전에 실점을 하면서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전반전을 어떻게든 무실점으로 버텨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확률이 커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라며 경기 전 마음가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6월 브라질 전을 동기부여로 삼고 경기에 임했지만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면서 "전반 초반부터 실점이 이어지면서 공수 균형이 무너졌다. 계속 공수 전환을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더라. 이미 (조별 예선) 세 경기를 치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난 6월보다도 힘들었던 경기였다. 그래도 이번 결과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음에 어떤 강팀과 붙든 그 속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잘 다져나가면 그 차이를 조금씩 좁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황인범은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A대표팀에 데뷔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벤투 감독은 대표팀과 이별이 유력하기 때문에 황인범에게는 더욱 남다를 법했다. 특히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강조하는 벤투 감독에게 있어서 황인범의 존재는 필수적이었다. 이번 월드컵만 하더라도 중원에서 핵심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했지만 사실 대표팀 초기만 하더라도 황인범은 비판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투 감독은 황인범을 지속적으로 기용하며 본인의 선택을 고수했다.

황인범은 "너무 감사한 분이다. 사실 외부에서 말들이 많았다. '황인범이라는 선수를 왜 쓰고 도대체 저 선수를 뭘 보고 뽑냐', '무슨 인맥이 있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감독님이었다면 흔들렸을 것 같은 상황이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어주셨다. 그분으로 인해 내가 앞으로 더 큰 꿈을 갖고…"라고 말하는 도중 눈시울을 적시며 끝내 말을 이어가지 못했고 그렇게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황인범은 정말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그는 믹스드존 인터뷰가 끝난 이후 믹스드존 구석에 가서 펑펑 울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믹스드존을 빠져나가면서도 황인범의 눈에는 눈물이 계속 흘렀다. 16강이라는 자랑스러운 업적을 달성했지만 황인범은 그렇게 울고 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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