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명물 ‘불쇼’에도 기준이 있다?

[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도하=조성룡 기자] 카타르 월드컵 ‘불쇼’에는 어떤 기준이 있을까?

FIFA 월드컵 카타르 2022의 특징 중 하나는 경기 시작 전 열리는 ‘불쇼’다. 선수들이 몸을 풀고 라커룸에 들어간 이후 킥오프 전 사이에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선수들이 몸을 푼 이후 라커룸에 들어가면 경기장에는 대형 월드컵 조형물이 천천히 입장한다. 월드컵 조형물은 센터서클 한 가운데 자리한다.

선수들이 입장하기 직전 장내 아나운서 두 명이 큰 소리로 카타르 월드컵 슬로건인 ‘Now is All’을 외치면 식전 이벤트가 시작된다. 경기장 조명이 대부분 꺼지고 월드컵 조형물을 둘러싼 장비들이 음악에 맞춰 불을 뿜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월드컵 조형물에서 불꽃이 터지면서 관중들의 환호성을 유도한다.

그런데 가끔 이 행사가 생략되는 경우가 있다. 월드컵 조형물과 각종 장비들이 설치되지 않는다. 그저 센터서클에 해당 경기장을 상징하는 대형 통천만 덮여 있을 뿐이다. 대신 선수 입장 직전에 경기장 조명을 활용해 분위기를 띄운다.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1차전과 포르투갈전인 3차전이 그랬다.

이후에도 여러 경기에서 이른바 ‘불쇼’는 등장하지 않았다. 카타르가 초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단발적으로 이벤트를 기획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불쇼’는 다시 여러 경기장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대부분의 경기장에서 ‘불쇼’를 관람할 수 있다. 대한민국과 가나의 H조 2차전에서도 ‘불쇼’가 등장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기준일까?

어렵게 카타르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알고보니 기준은 ‘잔디’였다. 모든 월드컵 경기에는 경기를 관장하는 매치 코디네이터가 있다. 이 매치 코디네이터가 잔디 상태를 면밀히 판단한 다음 ‘불쇼’를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관중들 입장에서는 모든 경기에 ‘불쇼’가 있으면 좋겠지만 이 ‘불쇼’가 잔디 손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단 대형 월드컵 조형물의 무게만 1톤 가량이다. 잔디가 짓눌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게다가 주변 장비에서 뿜어내는 불은 상당히 뜨겁다. 종종 관중석으로도 열기가 느껴질 때가 있다.

엄청난 무게에 불까지 동원되는 만큼 센터서클 부분의 잔디가 손상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따라서 잔디 상태를 체크한 다음 ‘불쇼’ 여부를 결정한다. 대회 관계자는 “센터서클을 대형 통천으로 덮어도 무게와 열기 때문에 잔디는 손상될 수 밖에 없다”라면서 “무엇보다 월드컵 최고의 이벤트는 좋은 경기력이다. 그래서 잔디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