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룡의 하야하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소고기를 만나다

[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도하=조성룡 기자] 꼭 외우자. 카타르에서는 양고기다.

FIFA 월드컵 카타르 2022가 열리고 있는 도하 일대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다. 그만큼 불편한 것도 많다. 그 중 하나는 물가다. 카타르의 물가는 꽤 많이 올랐다. 관광객들의 발 역할을 하는 ‘우버’ 요금도 상당히 뛰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이곳의 외식 물가는 살 떨린다. 한 끼 가볍게 먹어도 한국 돈 2만원이 순식간에 나간다.

취재진에게 월드컵은 장기 레이스다. 결승까지 있을 경우 한 달 이상을 카타르에서 버텨야 한다. 매 끼니를 외식으로 해결한다면 거지 꼴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스포츠니어스>는 구독자들의 소중한 모금으로 카타르에 올 수 있었다. 그럴 수록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그래서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냈다. 이곳 카타르의 외식 물가는 비싸지면 식자재는 생각보다 저렴하다. 직접 해먹는 것이 오히려 저렴하다. 마침 “여기 소고기가 꽤 싸다”라는 정보도 입수했다. 한국에서는 직접 해먹어도 비싼 소고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꽤 매력적이다. 삼시세끼 소고기만 구워 먹고 살아도 삶의 질이 풍족할 것 같았다.

내친 김에 숙소 근처의 정육점을 방문했다. 양고기와 소고기가 선홍빛을 띄며 진열돼 있었다. 일단 양고기는 냄새를 잡기 위해서는 제법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 소고기 등심을 선택했다. 주인에게 “구워먹게 손질해달라”고 요청하니 능숙하게 칼질을 하며 등심을 척척 썰어냈다. 1kg가 넘는 소고기 등심의 가격은 한국 돈으로 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모두가 “드디어 방법을 찾았다”라고 기뻐했다.

숙소에서 본격적인 조리가 시작됐다. 혼자서 자취하고 있는 A기자는 이역만리 카타르에서 요리 솜씨를 발휘했다. 소고기 등심을 미디움 레어로 구워냈다. B기자는 “눈으로 봐도 정말 완벽하게 구웠다”라고 극찬했다. 여기에 한국에서 가져온 고추장과 쌈장, 그리고 김치를 차려내니 정말로 꽤 만족스러운 한 상이 차려졌다. 중동에서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다.

모두가 기대감을 안고 한 점씩 입에 넣었다. 그런데 다들 표정이 묘해졌다. C기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봐도 이거 소고기가 아닌데?” 직접 구웠던 A기자는 ‘멘붕’이 온 표정이었다. 분명 방금 정육점에서 가져온 소고기다. 그런데 육즙이 없다. 육포보다 더 질기다. 살다살다 이런 소고기는 처음 먹어봤다.

그제서야 다들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고기를 굽는데 냄새가 없어.” 정말 놀랍도록 질기고 맛이 느껴지지 않는 소고기였다. 그래도 구워졌는데 어쩌겠는가. 모두는 한참 동안 저작 운동을 하며 꾸역꾸역 소고기를 삼켜야 했다. 남은 고기는 고이 냉장고에 넣어놨다. “우리만 당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저걸 꼭 맛보게 하리라”는 도원결의도 함께.

며칠 동안 이 소고기는 취재진들의 대화 주제였다. 여전히 C기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소고기가 아닌 것 같다”라고 주장해왔고 B기자는 주변 기자들에게 “우리 숙소에 와서 소고기를 한 번 맛보라”고 여기저기 권유했다. 정말 그 때의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아마 평생 카타르에서 먹은 소고기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놀랍도록 질기고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카타르에 오래 거주해온 한 관계자의 말을 뒤늦게 들었다. 그는 “여기 소고기는 맛이 없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생산된 소고기인 경우 그렇다”라면서 “여기서 소고기를 먹으려면 따로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을 요청해야 한다. 그래야 맛있는 소고기를 먹는다”라고 말했다. 새삼 한우의 소중함을 이역만리 카타르에서 느꼈다.

월드컵이 진행되는 동안 카타르 소고기의 ‘악명’은 스멀스멀 전 세계인들에게 퍼지는 중인 모양이다. 한 일본 기자는 카타르 소고기 이야기가 나오자 “너무 딱딱하다”라고 질겁하며 손사래를 쳤다. “일본 야키니쿠는 정말 맛있다. 그런데 여기 소고기는 답이 없다”라고 할 정도다. 이렇게 속는 사람은 지금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