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알라이얀=조성룡 기자] 아름다운 밤이다.

3일 대한민국은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H조 조별예선 3차전 포르투갈과의 맞대결에서 전반 4분만에 상대 히카르두 오르타에게 실점을 허용했으나 이후 김영권의 동점골과 후반전 추가시간 황희찬의 역전골에 힘입어 2-1 역전승했다.

같은 시각 우루과이는 가나에 2-0 승리를 거두며 두 팀의 승점과 골득실은 같았으나 다득점에서 대한민국에 앞서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G조 1위와 오는 6일 4시(한국시간) 16강전을 치른다.

경기 전 모두가 기대와 비관이 뒤섞인 모습이었다. 포르투갈을 이기면 좋겠지만 가능성 또한 상당히 적은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도 다들 마음 속에는 염원을 품고 있었다. 한 기자는 카타르 입성 후 한 번도 깎지 않던 수염과 머리를 모두 정리했다. "곧 한국 가야하니까"라고 했지만 그렇게라도 '루틴'을 바꿔보고 싶었던 열망이었다.

많은 관계자들이 긴장하고 있었다. 한 동료 기자는 "긴장돼 죽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취재진이라지만 대한민국의 경기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사실 조금 울적하기도 했다. 지나가던 자원봉사자와 보안요원들이 "이길 거니 걱정 말라"고 했지만 그저 립서비스로 들렸다.

경기 직전 화장실에서 누군가에게 붙잡혔다. 그는 폭스스포츠 해설위원이었다. 그는 "한국 선수 이름의 발음을 모른다. 한 번 다 읽어줄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바쁜 와중이었지만 조금이라도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에 또박또박 모든 선수의 이름을 읽었다. 녹음을 마친 그 해설위원은 "정말 고맙다. 한국이 꼭 이기기를 바란다. 나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도 있었다. 그 때 구입한 'Be the Reds' 티가 아직도 집에 있다. 한 번 더 그 때를 재현할 수 있다"라며 웃었다. 이것도 립서비스인 줄 알았다.

킥오프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포르투갈에 첫 실점을 허용했을 때 허무함은 극에 달했다. 대한민국 경기 결과를 신경쓰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었다. 취재진들 또한 서로 "우리는 한국인이 맞는 것 같다"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이왕 열리는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16강 이상에 진출하길 바랐던 것이다.

이번 월드컵을 취재하는 동안 사우디 취재진은 "Where is Messi(메시 어딨어)?"를 외쳤고 독일과 스페인을 연달아 꺾은 일본 취재진은 두 손 번쩍 들고 환호했다. 대한민국은 그걸 지켜만 보는 구경꾼이었다. 1차전도 그랬고 2차전도 그랬다. 결국 3차전에서도 이렇게 구경꾼으로 끝나는 것 같았다. 토너먼트에서도 물론이었다.

그런데 반전 드라마가 쓰여졌다. 김영권의 동점골과 마지막 손흥민의 질주, 그리고 황희찬의 골까지. 그 전까지 너무 욕심이 많은 것 같다고 손흥민 선수 탓해서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미디어 좌석도 마찬가지였다. 이 순간을 보기 위해서 정말 많은 취재진들이 혹사 당하며 피곤에 찌들어 있었다. 그리고 정말 그 보람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 왔다.

대한민국은 포르투갈을 2-1로 꺾었다. 그리고 우루과이가 가나를 2-0으로 꺾으면서 대한민국은 아슬아슬하게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 후반 추가시간을 마음 졸이며 지켜본 모든 이들은 드디어 웃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딱 세 번 있었던 조별리그 통과의 현장에 자리하게 됐다. 기적이었고 기적이었다. 옆 자리에 앉아있던 한 기자는 울었다.

16강 상대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브라질 또한 가능성이 있다. 패배 가능성은 포르투갈전보다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잃을 게 없다. 정말 모든 사람들이 염원하던 16강 진출을 이뤄낸 만큼 추가로 주어진 90분에서 마음껏 뛰어 놀았으면 좋겠다. 일단 나도 오늘은 놀 생각이다. 김현회 대표님, 카타르 시간으로 내일까지 연락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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