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카타르 알라이얀=조성룡 기자] 승리의 밤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3일 대한민국은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H조 조별예선 3차전 포르투갈과의 맞대결에서 전반 4분만에 상대 히카르두 오르타에게 실점을 허용했으나 이후 김영권의 동점골과 후반전 추가시간 황희찬의 역전골에 힘입어 2-1 역전승했다.

같은 시각 우루과이는 가나에 2-0 승리를 거두며 두 팀의 승점과 골득실은 같았으나 다득점에서 대한민국에 앞서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G조 1위와 오는 6일 4시(한국시간) 16강전을 치른다.

경기 후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에듀케이션 시티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은 '광란'이었다.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지하철역으로 입장하던 대한민국 팬들과 서포터스 붉은악마는 흥에 겨워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 필승 코리아'와 '아리랑' 등을 부르며 본격적인 카니발이 시작됐다.

붉은악마는 지하철 개찰구까지 노래를 부르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이를 지켜보던 보안요원과 자원봉사자들 역시 박수를 치면서 함께 "대한민국"을 외쳤다. 지나가던 외국인들은 붉은악마의 모습에 신기한 듯 영상을 찍으면서 상황을 전했다. 승리의 밤이 이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지하철에 탑승할 때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붉은악마는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면서 "천천히"를 외쳤다. 장내를 정돈하던 스태프들 또한 붉은악마의 모습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고마움을 전했다. 지하철에 사람이 많을 경우 자체적으로 탑승을 제지하면서 다음 열차를 타자고 독려했다.

그리고 지하철 안에서는 다시 승리의 뒷풀이가 이어졌다. 지하철 안에서 붉은악마는 응원가를 마음껏 부르면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지금까지 다른 팀 국민들이 지하철에서 기쁨을 만끽하는 장면을 그냥 지켜만 봐왔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대한민국이 바로 지하철의 주인공이었다.

지하철 안에는 예상치 못한 인물이 함께 있었다. 황희찬의 누나인 황희정 씨를 비롯해 황희찬 가족들이 탑승해 있던 것이다. 이를 알아본 붉은악마는 곧바로 황희찬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낳아주셔서 감사하다, 황희찬을 정말 사랑한다"라고 가족에게 감사를 전했다.

특히 붉은악마 중 한 명은 공교롭게도 황희찬의 울버햄튼 유니폼을 가지고 있었다. 지하철 안에서 그 팬이 황희찬 유니폼을 흔들자 지하철은 다시 한 번 큰 환호성이 터졌다. 황희찬의 누나는 그 유니폼에 본인의 사인을 해 돌려줬다. 붉은악마는 이제 카타르 전통시장 거리인 수크 와키프로 넘어가 본격적인 밤을 보낼 예정이다. 아름다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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